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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에 간 고양이 - 화묘·몽당(畵猫·夢唐), 고양이를 그리고 당나라를 꿈꾸다 ㅣ 화묘 시리즈
과지라 지음, 조윤진 옮김 / 달과소 / 2017년 1월
평점 :
중국 당나라의 역사가 가미된 귀엽고 개성있는 고양이 그림책을 한글로 편히 읽게 돼서 좋았다.
무엇보다 눈이 즐겁고, 아기자기한 고양이 그림은 집사들에게 더없이 좋은 힐링 아이템.
고양이를 묘사하는 데 있어서 사소한 부분까지 디테일을 살린 장면 설정들이 찾아볼수록 귀엽다.
뚱냥이를 태운 채 땀을 뻘뻘 흘리는 말,
말을 씻기러 갔다가 냇가에서 옷을 벗고 그루밍하는 고양이,
말뚝에 매어둔 짐승이 도망치자 인간인 척 두 발로 걷던 고양이가 황급히 네 발로 뛰어간다든가
안장 뒤에 스라소니를 태운 채 위풍당당하게 말을 타고 가는 고양이...
고양이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지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그림과 함께
표지 앞
표지 뒤
고양이 그림이 있는 부분마다 광택이 있는 장식효과를 주었다.
책 외피를 벗기면 나오는 하드커버 표지
표지에 있는 고양이는 무측천 냥이다.
호칭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측천보단 측천무후라는 호칭이 내게 익숙하다.
하드커버 표지는 잔잔한 무늬가 있는 붉은 바탕이라
측천무후가 쓴 왕관의 구슬 부분이 더 도드라지게 보인다.
왕관 느낌이 더 잘 살아나니까 이걸 표지로 했어도 좋을 것 같다.
본문
원서 구매했을 때는 글 내용을 알 수가 없어서 아기자기한 그림만큼이나
어린아이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쉬운 그림책인 줄 알았다.
번역된 걸 보니 생각보다 읽을거리가 꽤 많아서 어린 아이들까지 함께 읽기는 무리가 있을듯.
그림이 주인 책이지만 주석도 꽤 많고, 꼼꼼히 낱말풀이가 되어 있다.
장 도입부에는 개괄적인 내용이 이렇게 나온다.
한 편의 이야기와 그림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원서를 통해 그림은 이미 실컷 보았지만 글을 읽을 수 없어 아쉬웠는데,
한국어판이 나온 덕분에 그림의 배경이 되는 자세한 이야기까지 알 수 있게 돼서 갈증이 풀렸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대체로 재밌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당나라의 괴담과 절세미인 편이 좋았다.
워낙에 유명한 양귀비와 무측천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7만의 군사를 이끈 여걸 평양공주, 재능 있는 여성 관리 상관완아,
당 태종 이세민의 글씨에 견주어도 손색없었다는 진양공주,
백 마리 새의 깃털로 만든 화려한 치마 백조군을 소유한 절세미인 안락공주
남장을 한 채 춤을 추고 왕과 왕비에게 자기가 이미 찜한 사람을
부마로 슬쩍 어필한 태평공주의 이야기까지
처음 접하는 생소한 인물들이지만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구매하니 엽서도 2장 들어 있다.
일반엽서보다는 좀 더 크고, 두께가 있어서 벽에 붙여놓아도 좋을듯.
<당나라에 간 고양이>를 통해 알게 된,
호기심이 동하게 만드는 인물들은 좀더 심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는
정통 역사서로 연계해 읽어나가는 것도 재밌겠다.
무측천이 총애했다던 상관완아의 이야기는 좀더 자세한 내용을 찾아 보고 싶다.
상관완아가 죄를 저지르자 측천무후는 그녀를 아꼈기 때문에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얼굴에 문신을 새기는 벌을 줬다는데, 상관완아는 그것을 가리기 위해
미간에 매화꽃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이게 오히려 매력포인트가 되었다고.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중국 옛나라의 문화, 역사 이야기를
정감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눈으로 한 번, 머리로 한 번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책 끝에 실린 작가 후기를 보면 앞으로 송나라의 고양이, 한나라의 고양이도
시리즈로 내고 싶다고 했는데 많은 사랑 받아서 그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리는데 반년이 걸렸다고 하니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