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한 지성
노아 D. 오펜하임 외 지음, 김규태 외 옮김 / (주)하서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일일신우일신'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동안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알아가자는 생각에 그날 쌓은 지식을 기록해 두기도 했습니다. 물론 몇 주 가지 못한 계획입니다만, 그런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지천에 널린 자기계발서가 필요치 않을 듯합니다.

데이비드 S. 키더, 노아 D. 오펜하임의 '경건한 지성'을 읽었습니다.

'매일 기도서'와 같은 형식의 책입니다. 하루에 하나씩 주제를 가지고 읽어 나가는 형식입니다. 일주일을 기준으로 요일별로 다른 분야를 다룹니다. 하나의 분야는 같은 요일에 다른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하루에 하나 읽길 권하는 책입니다만, 요일에 상관없이 쭈욱 읽어나갔습니다. 한페이지를 넘지 않는 길이의 이야기 인지라 하루의 시작이나 하루의 끝맺음을 하는 시간에 보기 적합합니다. 한페이지에 담을 수 있는 양이 얼마나 될까 저어하는 마음 가득했습니다만, 읽고 나니 하나의 주제를 때론 깊이있게 때로는 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종횡을 넘나드는 지성의 만찬이 그득합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관련 이야기를 다룬 종교 분야를 꽤나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딱히 억매인 종교가 없습니다만, 그들이 가진 체계에 대한 이해와 바탕에 대한 궁금증은 늘 존재했기에, 이 참에 조금씩 읽어 나갔습니다. 가끔씩 참을 수 없는 흥미에 날짜를 넘나드는 모험도 했습니다. 하루에 하나란 형식에 얾매임없이 한 주제를 몇 시간 읽어 나가기도 했습니다. 요일별로 한 분야씩을 다룹니다만, 각 요일의 이야기가 두서없지 않습니다. 시대별로 필요한, 그리고 나름 계통에 따라 이야기를 늘어 놓습니다. 흐트러 놓은 이야기를 들어 정리할 이유가 하등없습니다. 잘 차려진 밥상을 떠먹기만 하면 됩니다.

몇 시간의 일독을 마치자 남경태의 '개념어 사전'이 떠오릅니다. 같은 형식이 아닙니다만, 매일 기도서의 형식을 벗어나는 순간 같은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기획의도는 분명 다르겠습니다만, 지적 향연을 간편하게 즐기려 하는 분들에겐 꽤 좋은 책이 될듯합니다.

딱 꼬집어 뭐라고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요? 이 책은 정갈한 일식집 초밥의 느낌이 납니다. 하나 들어 한입에 담기 편한 초밥이면 비유가 될듯합니다. 먼저 이야기한 깊이와 넓이를 아우르는 책이라 이야기 했습니다만, 단지 이 한권으로 끝내기엔 아쉬움이 있습니다. 맛깔난 초밥입니다만, 깊이 우린 된장의 진득함은 기실 조금 부족합니다. 단점을 캐내려는게 아니라 그 부족함이 되려 이 책의 미덕이 될 수 있습니다. 지적 허브 역할만으로도 이 책의 소임은 다한 것이 될테니깐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매개로 지적 욕구가 인다면, 그 다음은 관련 분야 책의 탐독이 뒤를 이을 겁니다.

요 몇일 풍성한 지성의 향연을 즐겼습니다. 빠른 속도로 읽어나가 곱씹는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다시금  매일 기도서의 형식으로 다가가 볼까합니다. 하루에 하나 일일신 우일신의 모습을 되 찾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만, 얼마나 갈지 두고 볼 일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가질 바라는 욕심많은 사람의 푸념에 단비가 될 책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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