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
나이절 마쉬 지음, 안시열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거의 모든 남자들에게 삶이란 없다. 단지 삶이 있는 척할 뿐이다.'

너무나 적나라한 말인가요? 아님 스스로의 위선으로 부인하고 계신가요? 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생각해 봅니다.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근 27년간 달려온 지난 세월 속에 나를 위한 시간은 얼마나 가졌는가? 결국 스스로를 돌아본 시간보다는 외부의 지향점을 향해 박차를 가한 시간이 전부입니다.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명제에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나이절 마쉬의 '마흔에 잘린 뚱보 아빠'를 읽었습니다.

제목 강렬하지요? 마흔을 앞전에 두고 있는 저라 그런지 선뜻 책을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우울한 제목으로 시작합니다만, 머릿글을 통해 대면한 저자의 문장은 재기발랄합니다. 나이 마흔에 잘린 뚱보아빠의 우울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저자 특유의 성격 탓인지 무거운 주제를 통통 튀듯 요리합니다.

인생의 쉼표, 나를 찾는 시간
저자 역시 인생이란 기차를 쉼없이 타고 왔습니다. 문득 인생이란 풍경 속에서 포커싱을 해야할 가족이란 피사체에 한발짝 물러나 있는 현실을 직시합니다. 더군다나 그 기차에서 잠시 내려달라는 요청까지 받게 됩니다. 그리곤 결단을 내립니다. 열차의 다른 칸을 탈 수도 있고 버스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만, 저자는 과감히 내려 인생의 흐릿한 현재의 초점을 교정하려 합니다. 거기엔 가족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되찾는 기회 또한 포함됩니다.

저자의 길, 나의 길
이 책은 저자가 인생의 쉼표를 찾아 떠난 일년간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를 되찾는 과정, 그리고 관계 회복의 시나리오가 한발짝씩 전개됩니다. 그 길에 나의 길을 덧대여 봤습니다. 나이 마흔 한창 일해야할 시점에 난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저자와 같이 기차에서 내리라는 외부의 압력이 왔을 때 과연 새로운 길을 찾아 날아갈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지금 가슴이 무겁습니다. 십년 책 읽기를 통해 퀀텀점프를 노리고 있습니다만, 읽은 책이 쌓일 수록 복잡한 현실만 선명해집니다. 목표없는 정진이 때론 시야를 흐리게 합니다. 보다 나은 삶이란 넓은 목표아래 어지러히 길을 찾아 해매는 지금입니다.

희망 에세이
슬픈 결론이 내려진 듯 합니다만, 고민하고 준비하는 지금이 어쩌면 희망 계단의 일부가 아닐까합니다. 헛된 희망일 수도 있습니다만, 준비하는 몸을 만드는 지금 이 시간들이 결코 배신할 거라 생각지 않습니다. 조금씩 스스로를 돌아보는 지금은 희망 에세이의 초입입니다. 어떤 결말이 날지 스스로도 궁금합니다. 멀리 잡지 않겠습니다. 십년 후 저의 모습 마흔 중반의 제가 내릴 또하나의 인생 뜀뛰기를 기대합니다. 나이절처럼 인생 방학을 맞이 할 수 없을 지라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고삐는 늦추기 않으렵니다. 무거운 주제를 흥미를 잃지 않게 이끌어준 나이절의 재기발랄한 문체가 탐납니다.

한 남자와 아빠 사이의 균형 속에 행복이 비집고 들어와 인사합니다.

"인생에서 바라는 것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꿈꾸던 것처럼 굉장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를 태도를 가지면, 나쁜 부분들이 늘 그렇게 나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것들이 실은 우리가 좋은 부부들을 즐길 수 있는 이유가 되어 준다." - 나이절 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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