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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는 개인 간의 파티션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사회를 살아가며 남몰래 고독에 허덕이고 있는지 모른다. 겉은 당당하게 독립적인 한 인격체로 비춰질지 모르나 실은 오늘 하루 일상을 맞장구쳐 줄 이가 곁에 없다는 슬픈 현실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게 '나'이고 '당신들'이다.
그렇기에 요즘 들어 일상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키워드는 '공감'이다.
공감이야말로 수만개의 벌집방에 웅크린 개인들을 단단히 연결해주는 '실 끼워진 바늘'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인간 세상에서의 공동체는 일찌감치 흔적도 없이 와해되었으리라.
아마도 공감은 다들 똑같은 중얼거림으로 시작될 것이다.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나와 타인 사이의 모종의 동질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 영혼의 교류가 완성됐을 때
우리는 비로소 '공감'의 지대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마스다 미리는 <수짱의 연애>,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주말엔 숲으로> 등의 여러 감수성 젖은 만화 혹은 에세이를 통해 '공감'으로 이 시대의 여성들과 라포를 성공적으로 형성했다.
나 역시 이 저자의 책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 읽었더랬다.
마스다 미리의 책들을 읽고 있노라면 삶에 관한 깊은 통찰이랄 것은 없.다.
그러나 뭐랄까...
오르골 속에 비밀스럽게 숨겨둔 나만의 소지품들 같이 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작고 소소한 감정들을 이 책들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여자의 감정이란 남자의 그것보다는 섬약하고 섬세하며 때로는 투명해서
명징하게 설명해내기가 어렵다. 뚜렷하게 설명하고자 하면 두루뭉실하게 되어 초점을 잃어버리고, 갈 길 잃은 설명은 결국 구차해지고 만다.
그런 게 '여자의 감정'인 것이다.
2030의 여성들이 마스다 미리의 담백한 독백체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을 잘 포착하여 엮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는 그동안 너무도 심각하고 묵직한 주제들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왔다.
정작 개개인의 감정과 내면은 옆으로 미루어둔 채 말이다.
그렇기에 인생 선배같은 언니와 방금 막 내린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읊조리는 듯한 그녀의 단상이 어느 때보다 반가운 요즘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