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방 나비클럽 소설선
홍선주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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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의 방>이라는 괴의한 제목과 표지 그림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푸른 수염...? 방? 그리고 못 볼 것을 봐 버린 것만 같은 안구... 섬뜩함과 호기심이 동시에 드는 외관이었습니다.

결론은 소설 하나하나가 짧지만 강력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수록 단편 <자라기 않는 아이>를 읽고 뒷표지를 덮었을 때는 홍선주 작가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한 가지 단어가 계속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것은 '전복'이라는 단어였어요.

표지 뒷부분에 실린 요약처럼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인 경계를 거침없이 무너뜨려요.

그래서 스토리가 전형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자꾸 전복됩니다.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가? 라는 질문을 자꾸 하게 되더라구요.

총 다섯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모든 이야기 안에서는 인물들의 어둡고 처절한 내면이 마치 예상 못한 선물상자처럼 펼쳐집니다.

우리 자신 안에도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비릿한 음지. 처음에는 좀 불편하더라구요. 근데 이상하게도 읽으면 읽을 수록 마음 한 켠에 편안한 감정도 느껴졌던 건 왜였을까요.

인간이라면 한번쯤 가지지 않은 적이 없었을 '불명확했던' 추악한 내면을 정작 '명확한' 활자로 마주하니 오히려 '위안'이 되었나 봅니다.

'이것이 인간이 가진 한계다. 내가 그렇고, 당신이 그렇다.'

아진이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다 입꼬리를 한껏 올려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주위를 돌던 빛의 줄기들이 섬광으로 터졌다. 여러 빛깔로 반짝여 흩어지며 는개*처럼 바스라지더니 공중에서 그대로 자취를 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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