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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부 - 소금이 빚어낸 시대의 사랑,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박이선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2월
평점 :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민족 말살 정치, 강제징용, 위안부, 해방, 좌우익 대립, 제주 4.3 사건, 여순반란 사건이 인물들의 삶과 긴밀하게 얽히고 섥히며 진행이 됩니다. 첫 장에서는 현재 시점을 보여주지만 곧 과거의 서사가 시작되고 결말은 다시 첫 장과 연결되어 끝에 가서는 다시 첫장을 펼쳐보게 하는 완결성도 보여줍니다.
거칠고 척박한 노동을 하며 소금을 얻어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염길의 아버지 석대는 마치 일제에 수탈을 견디는 조선인들의 표본과도 같았습니다. 그런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서기를 하려하는 염길은 어느 일본인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는데 그 집 딸 아케미와 만나게 됩니다. 읽으면서 염길과 아케미는 깊은 관계로 이어질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세월은 흘러 둘은 각각 다른 사범학교에 진학하고 교사가 됩니다. 성인이 되고 우연히 다시 재회한 둘은 필연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시대적 상황이 상황인지라 조선인과 일본인의 사랑은 드러내지도 못하고 애절하기만 합니다. 거친 염부의 아버지와는 달리 모범생이었던 아들은 탄탄대로인가 싶지만 조선인으로서 차별도 받고, 좌우익 대립에서 중립을 지키지만 좌익세력의 주변인들이 염길을 그냥 두질 않습니다. 주변인들은 징용도 가고, 위안부로도 끌려가기도 하고요.
아케미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하룻밤을 보낸 후 아케미는 임신을 하지만, 끝내 염길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만나지도 못한 채 해방이 되고 맙니다. 조선인과 일본인의 사랑은 끝끝내 용납받을 수 없는 것인지 일본인 아케미는 도망치듯 본국으로 떠밀려 가고 염길은 아케미가 그렇게 떠나는 동안 소설 속에서 일 때문에 바빠 잠시 등장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좀 답답했답니다. 아케미 혼자 어떻게든 같이 살고자 발버둥을 치는데 말이죠.
염길의 마지막 이야기는 너무 안타까웠지만 아름답기도 했습니다. 뚜렷한 입장을 취하지도 않았으나 결국 시대의 희생양이 되고 속세를 떠나게 되는 염길. 모진 풍파를 겪고 난 주인공은 결국 '소금' 같은 순수한 결정체가 됐으니까요.
한편 염길을 그리워하다 홀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염길의 어머니가 건네준 소금을 그리도 아꼈다는 아케미. 그녀가 노년에 눈을 감을 때까지 얼마나 염길을 그리워 했을까요.
소설이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어딘가 있을 법한 이야기라 묵직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습니다. 역사에 기반하여 잘 지어진 소설은 이맛에 읽습니다. 꼭 읽어보시길요.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지만, 짭조름하고 달짝지근한 뒷맛이 여운을 남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