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건너 전쟁의 기억이 희미하게 새겨지다.

피난 열차
헤미 발거시 지음, 크리스 K. 순피트 그림,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4년 6월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이 글과 그림을 그려내게끔 만든 그들의 할머니의 기억은 바로 이 땅에서 벌어진 전쟁이였다.

사실 한국의 아이들에게 소개 되는 동화로서는 별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의 아이들에게 한국전쟁은 미국의 아이들처럼 막연하고, 그런 일도 있었다더라 하는 회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 속에 뚜렷하게 찍혀있는 사진과 같이 생생한 영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동화를 주욱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상상조차 안 되는 이민 2세, 3세들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했을 그 이야기들이 크게 다르지 않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전쟁이 가져다 준 상처는 그만큼 깊고 깊어서, 태평양 바다를 건너 그들의 가슴에 전쟁의 기억을 아스라히 새겨놓았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의미있었던 발견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아이들에게는 희미한 기억만으로는 안 되지 않을까?  이 땅에서 아직 지워지지 않는 그 뚜렷한 기억들을 찾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국 동화 작가들의 다른 작품들을 기다려본다.

함께 '가족'이 되는 상자

내 마음의 보물 상자 (반양장) - 작은동산 1 ㅣ 작은 동산 7
메리 바 지음, 데이비드 커닝엄 그림,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4년 4월

 우연히 정말 우연히 이벤트 신청을 보고 용기를 내서 신청을 하고서 책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표지를 보니 할아버지와 아이가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가는 따스한 그림이 그려져있더군요.

내 마음의 보물상자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알츠하이머...

기억이 사라지는 병.   그리고 아이도 이해 못할 행동들을 하게 되는 병.

언제나 아이들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병은 많이 아프시다는 말 한 마디로 모든 병이 설명이 되고, 아프시다는 말을 듣게 되는 그 다음부터는 좋아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인데도 그때부터 점점 멀어지다가 그렇게 헤어지고는 하던게 우리네 옛기억이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자신이 사랑하는 손자가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이해해주시기를 바라며, 추억이라는 보물 상자를 만들기로 마음 먹으셨습니다.  혹시나 손자를 사랑하는 그 마음까지 기억하지 못할까봐, 여름내내 손자와의 추억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다 결국 두렵고 두려운 그 날이 옵니다. 손자도 이해못할 행동을 하게되는 그 날이...

그리고 그 날조차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추억이라는 이름의 보물상자를 만들려다가 기억 하나를 잃고 마십니다.

그 때 할머니께서 손자에게 손을 내밉니다.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할아버지와 함께 해달라고,  .

할아버지도 말씀하십니다. 자신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결심합니다.  자신이 할아버지를 돌보아드리기로 말입니다.

아이는 이제까지 돌봄을 받는 존재에서 이제 돌볼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기억을 만들어주던 존재에서 기억을 간직하고 만드는 존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기억이 사라지는 노인에게서 기억을 만들어내는 아이로의 전환은 그래서, 알츠하이머가 가족의 유대를 끊어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족의 유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가족들이 만들어가는 보물상자.  추억과 사랑이라는 내 마음의 보물상자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