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첫 페이지의 문장이 마음 깊숙한 곳에 들어왔다. 관계란 마음과 마음사이를 연결해주는 길이란 표현과 함께 내가 타인의 마음을 만나러 가는 길이 있듯 타인이 나를 만나러 오는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은 인력을 갖고있다. 별들은 서로 끌어당긴다. 달은 지구주위를 돌고 지구는 태양주위를 돈다.
(중략)
관계가 물체라면 관계는 고유한 질량을 갖는다. 질량은 관계의 퇴적으로 형성된다 쌓여온 시간의 무게다. 관계의 무게는 시간의 질량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다. 중력은 마음의 중심부에서 나오는 믿음의 세기다. 중력은 모든 관계를 바로 서게 만든다. 관계의 무게는 서로의 거리를 결정한다. 서로의 중심에서 멀수록 끌어당기는 힘은 약화되고 가까울수록 끌어당기는 힘은 강력해진다.
- 관계의물리학, 만유인력의 관계 법칙중에서
림태주 시인은 우주의 별과 달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 또한 우주에서의 법칙과 같이 표현하였다. "흔하고 사사로운 감정 하나가 지구와 태양과 달이 친밀하게 공존하도록 만들었다, 그대 마음의 온도가 이 천체의 존속에 지대하게 공헌하고있다." 가끔 이해할 수 없고 풀리지 않는 숙제같은 관계도 있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가는 작은 감정과 말과 행동들이 모여 관계를 가깝게 혹은 멀게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힘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해보니 그 어려웠던 관계들이 아주 쉽게 정리되었다.
"말은 고유의 빛깔대로 흡수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물든다."
이 문장처럼 말은 내가 비춘 색과 받아들여지는 색이 달랐던 경험이 있었다. 아마 내가 아닌 많은 사람들도 한번쯤은 겪어보았을 것이다. 그만큼 내가 비춘 말의 색을 온전히 전달하고 고운 빛깔로 물들이기 위해 말에 더욱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의 심장에 보관된 말은 소멸 시효가 없다고 한다. 심장에 박힌 상처의 말은 화살의 주인과 상관없이 한 존재의 일상을 잔인하게 갉아먹는다.
말의 무게와 말이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깊은지 마음 구석구석 공감하며 배우는 마음으로 읽게되는 구절이었다.
사람과 사람은 너무나도 귀하고 소중하며, 사람과의 관계는 우주와 같다. 우리는 그 커다란 우주안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아파하며 살아간다. 광활한 우주안안에서 우리의 관계를 위해 내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관계 안에서 타인에 대한 분석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인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은 오랜시간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오신 선생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관계'를 분석하여 공부하신 물리학자의 이야기 같기도하며, 마음을 다독이는 가족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림태주 시인의 관계에 대한 감성에세이 <관계의 물리학>을 오래도록 머리 맡에 두고 문장 하나하나 마음에 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