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터키편, End of Pacific Series
오소희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오소희님의 여행기를 두번째 읽어 내렸다.

첫번째로 읽은건, 라오스 여행을 담은 욕망이 멈추는곳, LAOS 라는 책이었다.

블로그 서평에도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그 책.

무언가에 이끌려 구입하고는 금방 뚝딱 읽어 내고 오소희라는 여자의 매력에 담뿍 취해 있었다.

그렇게 그녀에게 취해있는 동안에, 그녀가 여섯살 중빈과 여행을 떠난게 처음이 아니란걸 알게 되었다.

여섯살 의젓한 중빈은 사실 세살의 애기였을때 처음 그녀의 여행길에 따라 나섰던 것이다.

아뿔싸...

책의 순서가 뒤바뀌었구나.

그녀의 책이 시리즈물이 아닌덕분에 어떤 책을 먼저 읽는다 하더라도 사실 문제될건 없었다.

여행을 떠났던 나라도 터키와 라오스 로 전혀 연관되는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책을 먼저 읽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쉬워 하는 부분은 중빈이 때문이다.

난생 처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낯선 문화와 소통을 하던 중빈이를 만났어야 했는데,

어느새 여행에 익숙해져서는 낯선 여행지에서 혼자서도 잘노는 중빈이를 먼저 만난것이다.

어쩐지 나는 라오스 책을 읽는 내내 ' 여섯살 같지 않은 중빈 ' 덕분에 때때로 이아이는 왜이렇게 의젓하고 어른스러운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다 그 이유가 있었네!!!!!!!!!

어쩐지 나는 오소희 작가가 펴낸 이 책이 중빈의 여행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녀의 여행기가 아닌, 세살 애기가 처음 만난 세계.

 

든든한 동행자.

영어는 돌 지나고 부터 잘했어요.

그녀는 세살 아기의 손을 잡고 터키 여행길에 오른다.

그녀의 든든한 동행자 중빈은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 덕분에 인도에서 태어났다.

태어난지 한달 반 만에 국내 여행을 시작으로 바람같은 엄마를 따라 이리저리 많이도 여행을 다닌 아기다.

중빈은 돌 이후부터 영어로 엄마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오래전, 라오스 책을 읽을때 난 깜짝 놀랐다.

아니 여섯살이라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거지? 현지인들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영어로 프리토킹 하는 중빈을 읽어내리면서

가슴 한구석에서 뜨끔 하고 무엇인가가 일었다.

심지어는 엄마와도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

도대체 이 모자.. 왜이래?..

오소희 작가는 영어에 능숙하다.

그녀는 아이가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하는 기쁨' 을 알려주기 위해서 돌 이후부터 중빈과 꾸준히 영어로 대화를 했다고 한다.

영어를 가르치려고 혈안이 되어서는 뱃속에 있을때부터 영어태교니 뭐니,

조기유학이니 뭐니 떠들석 하게 남의 나랏말 가르치려고 하는 다른 엄마들 보다 그 의도가 순수하고 온전히 아이를 위한 교육인것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아이를 달달 볶아서 하기싫은걸 억지로 하게 한다거나, 학원에 몇시간씩 맡겨놓고, 오늘은 얼만큼 배워왔니?

오늘은 어떤 단어를 배웠니? 하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에게 '저건 지렁이야' '저건 구름이야' 라고 일러주듯이 영어를 '이건 엄마의 또다른 언어야'

라고 중빈에게 가르친 그녀가 대단했다.

그리고, 그 언어를 온전히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받아들인 중빈이 대견스러웠다.

이제 그는 그 어느곳을 나가도 전세계 어린이를 친구로 삼을 수 있을것이다.

단. 그 아이들이 영어를 잘 한다면 좋겠지만...^^ 뭐, 못해도 중빈에겐 크게 관계 없다.

중빈은 언어가 아닌 가슴으로 여행지의 사람들을 아이에서 어른 , 노인에 이르기까지 친구로 만들어 버리니까....

 

여행이란, 나를 비우는 자세로 떠나는것.


오소희 작가의 여행에는 사치가 없다.

소란이 없고 화려한 네온사인이 없고 두손 가득한 쇼핑백이 없다.

여행의 의미는 여러가지로 둘 수 있겠지만, 그녀의 여행은 온전히 그녀 스스로가 낮아지기 위해서 떠나는 여행이다.

그녀는 여행을 떠나서 그곳에 얼마든지 머문다.

빡빡한 스켸줄이 있어서 하루하루가 아쉬운 여행객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는 하루를 온전히 산책을 하다가 앉아 있다가 책을 보다가 동네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었다가 다시 아침을 맞이하곤 한다.

작가의 여행기에는 든든한 동행자 중빈이 있고, 중빈의 장난감이 있고, 중빈의 친구들이 된 마을 주민사람들이 있다.

때때로 길고 긴 버스탑승에서 만난 옆좌석 터키인도 있다.

라오스를 보았을때보다 터키여행기를 쓴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이 기분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작가의 온전한 애정이 녹아든 여행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쑥 불쑥 책의 어느 한 구절에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진의 한 컷에서 나는 그런것을 느꼈다.

그녀의 책을 읽다 보면, 나는 큰언니를 만나 여행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정말로 책일 뿐일진데 어느새 그녀와 나는 진한 아메리카노 혹은 아이스커피를 하나씩 입에 물고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그녀는 책에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들이나, 생각들 또 그때에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

그 사람들의 처지나 생각들을 맛깔 스럽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언제 들어도 좋을 여행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흐믓한 미소가 떠오른다.

" 그때, 거기서 그런 일이 있었어. 그때 만난 그 소녀는 정말 예뻤지, 이름은 ~

 아휴 근데, 갑자기 중빈이가 밥을 안먹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애먹었지.... '

라는 식으로 나는 그녀 책속에 있는 활자 하나하나를 음성화 시켜서 내 귀에 꼭꼭 통과 시킨다.

그녀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리고 여유있는 미소가 보이는듯 하다.

 

터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활자. 그것들이 이끄는 대로...

 
라오스에 비해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진의 컷 수가 적다.

아무리 그래도 여행책이라면, 사진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것이 한가지 아쉽다.

처음에서 중간까지는 사진이 적절히 있는가 싶더니 뒤로 갈수록 사진의 컷수가 아쉽다.

그러면 어떠랴.

이곳은  터키 아닌가?

터키의 멋드러진 자연경관이 책의 여러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아아, 실제로 보면 나는 얼마만큼의 탄성을 내지를 것인가?....

터키의 예의 바른 매너가 책 이곳 저곳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내가 받을수 있는 친절은 아니지만, 내가 받은것처럼 느껴진다.

아, 이곳은 터키였지.

삽시간에 나는 터키에 가 있는다.

모든게 그저 좋다.

바람이 이끄는 대로 터키의 이곳 저곳을 깊이도 멀리도 걸어 나갔던 두 모자처럼,

책의 활자가 이끄는 대로 나역시 그녀와 중빈을 따라 터키의 이곳 저곳을 함께했다.

여행책은 두가지로 나뉜다.

읽고 나서 허무한것과 읽고 나서 여행한것.

오소희, 그녀의 여행책은 후자에 속한다.

에이르디르.

터키에서 네번째로 큰 호수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뭘해? 라고 묻는다면 뭘해야 할지 모를 그런곳.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라면 에이르디르 만한 곳이 없다고 한다.

떠나고 싶은걸....

 

 

깊은 밤에 쓰는 서평이라 횡설수설.

온갖 내 생각만 잔뜩 적어논 서평.
가끔 중빈의 소식이 궁금하면 작가님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중빈을 만난다.

여전히 듬직하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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