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짠
노희정 지음 / 책나무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술짠 / 노희정 / 책나무출판사



 

  입술도 술인가 

 


 어릴적 아버지는 밥 세끼는 안 드셔도 막걸리 세 번은 드셨다. 매일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를 받으러 다닌 건 나의 몫이었다. 아침 일찍 욕쟁이 할매네 가설 천막으로 지어진 주막에 들어서면 할매는 흠짓 놀라는 때가 있다. 땅에 묻어 놓은 막걸리 독에다 커다란 물통에 물을 뭇는 경우이다. 하지만 어린 내가 들어서는 보면 태연하게 물을 들이 부었다. 이른바 막걸리 물 타기다. 원주도 아닐 텐데 술에 술 탄 듯도 아니고 물에 물 탄 듯도 아니고 술 물을 부었으니 원래 맛은 얼마나 진할까하고 생각해 본다. 그 덕에 주전자가 철철 넘치도록 주니 아까워서 - 사실은 내가 먹고 싶어서가 맞을 것이다 - 집으로 가는 길에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다 보면 3분의 1을 마시기도 한다. 아! 그때의 술맛처럼 맛있는 술이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도 더 맛있는 술이 있긴 하다. 그것은 바로 입술이다

 

 

   술꾼 시인

 


 저자는 시인이며 강화도 선원면에 있는 ‘육필문학관’관장으로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영등포투데이신문에 실린 40편의 술에 관한 글이다. 그녀의 술에 관한 글을 읽노라면 정말 한번쯤은 같이 앉아 잔을 기울이고 싶을 정도로 술에 일가견이 있다. 그냥 무조건 잘 마시는 게 아니라 철학이 있고 낭만이 있다. 물론 자신도 과할 정도로 마시는 때가 있지만 그것 또한 그녀만의 술에 대한 철학이기도 하다. 술이란 말 그대로 적당하면 건강에도 좋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지만 저자는 그것을 뛰어 넘는다. 아마 여자가 쓴 술에 관한 방대한 보고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남녀를 통틀어서도 이렇게 술에 대한 명쾌한 책은 다시없을 듯하다.


술을 이토록 좋아하고 마시다 보니 자연히 주당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래서 본인이 부르기도 하고 상대방에서 술을 마시자고 연락이 오기도 하는 것이다. 술을 정말로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술이라는 말만 들어도 자다가도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술과 낭만이 함께 있는 삶이 어디 그리 흔하겠는가. 술을 가까이 하다보면 원치 않는 사고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군께서 워낙 호인인지라 사랑으로 이해하고 감싸준다. 참 복이 많은 여인이기도 하다.

 

 

  술의 철학

 


 술이란 무엇인가. 음료의 일종이다. 음료이되 알코올이라는 발효된 도수가 있는 것이다. 자연적으로 발효된 것과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인간이 만든 쾌락의 음식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몸을 해치고 패가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술의 해악 보다는 다소 낭만적인 부분만을 강조하였다. 술은 즐기라는 것이지 절제하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술에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참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술을 진정으로 즐기고 싶은가. 먼저 이 책을 읽어라 그리고 저자와 함께 술의 낭만에 흠뻑 취하거라. 사람보다도 술이 더 좋다는 술꾼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진정한 술에 대해 좋은 철학을 전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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