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스 -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형선호 옮김 / 동방미디어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KT적인 생각이 대한 민국을 움직입니다.' 라는 테마로 집행되는 KT 광고를 보면 롤러 브레이드를 타고, 청바지를 입고 혼잡한 출근시간 자동차사이를 질주하는 젊은 사장과, 자동차안에서 서류를 들고 시계만 쳐다보는 중년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이전에 우리가 지니고 있던 사장이라는 이미지 - 어느 정도 배가 나온 안경을 낀 중년 신사, 혹은 검정색 수입차 안에서 비서의 보고를 듣는 남성-를 무너뜨리고 보다 진취적이고 효율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광고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비단 광고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사용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가 이러한 창의성과 효율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요구하고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회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광고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나 유행하는 음악이나 패션, 급성장하는 산업 등과 같은 것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를 관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탄생하는 새로운 문화, 새로운 가치관등을 하드웨어적인 사회 시스템 즉, 사회 제도나 법률의 변화보다 앞서 나열한 소프트웨어적 사회 시스템이 훨씬 더 빠르고 융통성있게 그리고 더욱,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이를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근대화시기에 나타난 사회의 변화를 우정국의 설립이나 철도 개설 등과 같은 변화를 통해서만 살펴보는 것보다 그 당시 변화의 중심에 서있던 화류계 여성들의 놀이 문화를 살펴보거나, 룸펜과 데카당과 같은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지식인들 문화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그 당시 변화하는 사회, 새롭게 등장했던 문화를 보다 투명하게 이해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의 <보보스> 역시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사회 시스템의 고찰을 통해 새로운 문화, 계층의 개념을 정립한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는 뉴욕 타임즈 웨딩 섹션 지면에 소개되는 커플들을 관찰함으로써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층의 변화양상을 유추해 냈다. 이전의 부루즈아 계층에서 벗어나 보헤미아적인 성향을 띤 교육받은 계층, 즉 부르주아 보헤미안의 개념인 보보스라는 새로운 계층,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와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사회 시스템을 관찰하는 일만으로 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문화 양상을 완벽하게 구현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작업과 함께 사회 제도나 범률 규칙들의 변화 양상 또한 어떻게 변화하는지 역시 함께 관찰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데이비드의 보보스의 개념 역시 단지 웨딩섹센의 관찰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하여 교육받은 계층이 등장할 수 있었던 시험제도, 교육제도의 변화를 관찰하였고, 보보스라 불릴 만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마을 구조와 사회시설의 변화 또한 관찰하였기 때문에 보보스의 개념이 새로운 문화, 계층으로서 더욱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한 사회시스템의 변화를 이해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문화와 가치관을 보다 효과적이고 투명하게 이해하기 위해 수십수백년이 걸려 바뀌는 하드웨어적 사회 시스템 고찰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데이비드와 같이 사회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프트웨어적 사회 시스템에 대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끈기를 가지고 관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각을 지니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를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새롭게 부상하는 문화와 가치관에 대해 보다 융통적인 접근을 할 수 있고 보다 투명하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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