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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0. 제발 빨리 떠나줬으면 싶은 더운 여름을 맞이하여 읽은 아주 화끈한(!) 추리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일단 장르가 추리소설인 만큼 리뷰를 길게 쓰지 말야야겠지만 한마디로 '아주 재미있다!'
저자 소개부분을 가지고 왔다. 저자는 피터 스완슨으로 악의 본질을 탐구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이 그걸 보여주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아래부터의 내용은 조심하세요!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말할 거지만 그래도 초반 내용은 언급하고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1. 소설의 시작은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테드와 릴리의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공항에서 이런저런 얘길 나누고 비행기로 자릴 옮겨 계속 대화를 이어간다. 여러 대화를 하며 가까워지던 차에 돈 많은 남자는 테드는 아내인 미란다가 다른 남자랑 불륜에 빠졌다며 죽이고 싶다는 속 사정까지 털어놓는다. 이런 내밀한 얘기까지 하는건 참 놀라운 일..ㅎㅎ 여기서 놀랍게도 릴리는 테드의 분노를 십분 이해해주며 함께 미란다에 대한 살인 공모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가 되어 여러 차례 만나며 미란다를 살해하는 완전범죄를 꿈꾸는데...
2. 여기서 이 소설은 두 사람이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테드와 릴리가 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성장과정 이야기들은 어쩌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살인에 정당성이(!아주 위험한 말이지만!) 부여되는 느낌마저 받을 수 있다. 아무튼 전개되는 사건들에 대한 개연성을 부여해 주는 장치로 아주 훌륭했다. 처음부터 특이하다 느껴진 우리의 릴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인생에 방해가 되는, 분노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완벽하고 철저한 완전범죄로 살인해 온 살인자였고...책의 제목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며 살아왔다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죽여 마땅하단 것은 릴리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각자의 성장과정 이야기를 그리면서 범죄 공모의 이야기가 녹여 나오는데 그 서사 방식이 아주 유려해서 책 읽는 속도감이 붙는다.
3. 대개 소설 속에 살인자를 세팅할 때 여성으로 설정하는 것이 흔치 않기에 조금 신선한 출발이었는데, 읽고 나서 느껴지는 건 '조금이 아니라 아주 신선하다'라는점.
그리고 이 뒤쪽으로는 또 새로운 화자의 등장이 이루어져 죽이려는 자 vs 막으려는 자 의 대결구도 등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그리고 대조되는 인물들 속에서 작품의 목표 중 하나라 생각되는 생동감 있는 이야기가 살아나고 반전 또한 예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강렬한 이야기의 구성 속에서 이걸 예상해 내기는 정말 쉽지 않으리라.
4.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 사이에서 살인자인 릴리가 잡히길 원하는 사람 vs 잡히지 않길 원하는 사람 으로 구도가 나뉘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의견들을 독자들끼리 이야기 나눠보면 중요 가치관 얘기도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개 자신의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생기는 법인데, 이 책에서는 누가 좋을지, 그런 것들도 궁금했다. 그게 또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는 촉매제도 될 테고.
5. 제목은 아주 무시무시하지만 책 디자인은 귀엽다. 그래서 더 맘에 들어!ㅋㅋ 우연히라도 이 책을 접하게 해준 아그레와 푸른숲에 감사 인사를 드리며 가장 인상적이자, 주인공을 잘 표현해주는 이야기를 적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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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생명이 존엄하다고 호들갑 떨지만 이 세상에는 생명이 너무 많아요.
(솔직히 난 살인이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그리고 책을 좀 더 나타내주는 부분을 하나 가져와 그 부분을 말해보며 끝내려 한다.

맨 처음 테드와 릴리가 만나 가까워 지는 부분이다. 여기서 상당히 확 와닿는 여러가지가 있으며 나중에 생각해 보면 이 만남이 꽤나 개연성마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대화양식도 보여주는 부분이라 가져왔다.
아무튼 여름을 날려줄 소설로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