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등일기
김대현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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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목등일기, 오랜만에 읽는 사극 장편소설이다. 

조금 익숙치 않은 배경인 '고구려' 가 배경인 책으로 작가의 서술 방식이 대화체를 유려하게 써서 빠른 속도감을 자랑할 수 있는 책이었다. 



맨 위에 쓰인 글이 매우 인상적이다. 무려 1794년 전에 쓰인! 좌보 목등의 글! ㅎ 실제로 작가분이 상당히 많은 조사도 함께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소설을 읽을 때는 작가소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어떤 이력을 가졌는지를 보면 내가 글을 읽으면서 받아들이는 세계관도 편하고 더 이해가 높아진다.  요즘 혼불문학상 작품들을 많이 읽은 편인데 '홍도'의 작가분이셨다. 그 전에는 무려 칸영화제 후보에도 오른 영화 감독이기도 하고. 


이 책에 대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니 말할 수가 없지만 아주 간단히는 모후경 이라는 모두가 원하는 비밀이 숨겨진 비단 세 폭을 둘러싼 여인과 주인공 들의 대결이 벌어지는 것이다. 상당히 시나리오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는데 실제로 내용의 전개가 예상보다 통통 튀어서 놀라운 부분이 많았다.  아주 크게만 얘기한다면 고구려의 천자 자리를 놓고 싸우는 주태후, 어을 VS 산상왕, 목등 의 대결 구조! 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


이 책의 전개 스타일만 보여드리고자 한 부분을 발췌해 보았다. 이렇게 대화가 유려하게 풀리면서 탁탁 등장인물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식이 제일 많이 쓰였고 이게 속도감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책의 인상적인 부분 몇 군데를 발췌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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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고구려 좌보, 예순아홉 살 목등이 노랑머리 계집 어을을 첩실로 들이며 시작한다. 어을은 볼모로 잡혀온 대완의 공주 엄추수리의 딸이다. 그 무렵, 궁을 침입한 말갈인들이 잡히면서 의문의 글자가 적힌 비단 세폭이 발견된다. 어을이 이르길, 의문의 문자는 부여의 글자로 “성조 도명성제의 부황이 되시는 부여의 해모수제께옵서 세상을 다스리던 시절에 쓰던 글자”(56쪽)였다. 어을은 그 글이 “면면한 고래의 내력을 모조리 모후들의 찬으로 가득 채우고 근본도 없는 마고의 자손이라고 추켜세운 글”(97쪽)로, 모후경이라고 했다. 목등은 모후경이 적힌 배후에 주태후와 그 일당이 있다 추리한다. “이는 모반이요 반역을 도모하는 증좌가 분명했다.”(98쪽) 

계집이 옮겨서 적은 글을 내려놓자마자 나는, 불쑥 입에서 주태후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분명코 (…) 이 글을, 주태후가 아니면 감히 누가 적을 수 있겠는가? _97쪽

부끄러울지언정 이 또한 내가 지내온 세월이었구나! 지우고 고칠 수 없는 것이 세월일 테니 이제 나는 주태후의 숨통을 끊어서 길고 긴 악연을 마무르고자 하노라! _193쪽

우리 역사는 우리가 아니면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찾아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역사는 엄중하다. _294쪽

“태후폐하께옵서 한편으로 치우지시어 모후들만의 일을 적으셨으나 황제폐하께옵서는 공평하고 무사하게 세상의 일들을 적으시면 되실 일이옵니다. 지나온 우리나라의 내력이 많고도 많아지는 것이 어찌 나쁜 일이겠사옵니까? 글을 글로써 다스리고 칼을 칼로써 다스리는 법입니다. 뭇사람을 다스리는 이가 두려워할 것은 오로지 뭇사람의 손가락질뿐이오니 글을 칼로써 다스리려 한다면 세세토록 손가락질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옵니다.” _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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