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베라는 남자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15.05.20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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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를 읽었다.

울고 웃고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

 

스웨덴 작가의 소설이라는데 첫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아 스웨덴에서 출간 즉시 70만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유럽 전역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하니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작년에 인기작인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생각나면서 그 책도 뭔가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산북스에서 출간 전에 미리 나온 판본으로 먼저 접할 수 있는 영광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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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수설 특유의 문체인지 모르겠지만 간결하고 유머러스하고 약간의 냉소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문체. 깔끔하다.

 

주인공 오베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확고하다. 아날로그적인 남자. 근면한 노동과 수작업을 좋아하는. 정정당당한 것과 옳은 것을 옳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의로움과 페어플레이 규칙적이로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남자. 지킬 것은 지킬 줄 아는 사람. 그게 지나쳐서 가끔은 투덜투덜, 까칠까칠, 깐깐. 때로는 오베의 확고한 원칙주의자적인 성격이 주변 사람들에게 융통성이 없게 보이기도 한다. 동네에서 소문난 원칙주의자 오베씨는 6시 15분이전에 눈을 뜨고, 늘 동네시찰을 나가는 패턴을 지키는 철저한 삶을 지향한다. 편한 것과 자동화되는 것,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을 넘어가고 하지 않는 것들, 남을 속이는 행동, 떳떳하지 못한 것을 경멸하는 오베씨.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하고 또렷한 점은 매력있기도 하다. 사고를 당해 정신이 힘겨운 상태에서도 어떤 경우라고 차량통행이 금지된 거주자 구역에는 절대 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엠블런스를 못들어오게 극구 말리는 사람. 주변 사람들에게는 난감하게 비춰지기도 하겠다.

 

 

 

 

 

 

 

​ 소설 구성도 독특하다. 오베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며 현재 오베의 행동이나 성격에 근거를 보여주기도 한다. 각 파트마다 소제목도 읽는 동안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한다. <오베라는 남자와...>에서는 오베가 아내 소냐를 만나 사랑하며 지금의 원칙을 고수하는 모습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오베였던 남자와...>에서는 현재 오베씨의 이야기가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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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 눈에는 무뚝뚝하고 정이 없어 보이는 오베씨도 자신의 아내인 소냐 앞에서만은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보여준다. 그가 흑백이라면 아내는 색깔이었고,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는 표현처럼 오베는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 아내와 함께 살아왔던 나날과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혼자 남게 된 오베의 삶은 책 전반에 보여진다. 오베씨 이면에 숨겨진 사연과 추억을 하나둘 읽을 때면 가슴이 저려오고 찡하다.아내를 잃은 오베는 아내 곁으로 가기 위해 몇 번의 자살시도를 하게 된다. 그 와중에도 마지막 뒷정리까지 완벽하게 하고 자살기도를 하는 철두철미한 성격을 보여준다. 자살을 하려다 실패하는 모습을 굉장히 무겁지 않게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목매달 밧줄이 끊어지는가 하면 자살하려던 순간 직접 물건도 고치지 못하는 이웃들의 갑작스런 요청이나 자신이 자살하던 지하철 선로에서 의식을 잃고 떨어진 남자를 구하게 되면서 매번 어긋나고 만다.

 

 

 

 

 

​ 살면서 부조리한 삶에 치여 쓴맛도 보며 ‘화이트 칼라’로 지칭되는 관료들을 불신하게 된 오베씨. 권위 앞에서는 나약한 개인이지만 나름대로 저항하며 불의에 꿋꿋하게 맞서나가는 모습도 멋지다. 그의 정의감에 주변 이웃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오베씨를 믿고 지지하게 된다. 옆집에 이사온 멀대와 임산부 부부 이웃과의 티격태격 하기도 하며 어느덧 끈끈한 정이 싹트는 모습에서 따뜻한 이웃 관계도 볼 수 있다. 여러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그저 표현 방식이 남다르고 조금 서툴렀을 뿐 누구보다 따뜻하며 불의를 참지 못 했던 오베라는 남자를 이해해 볼 수 있다. 자신과 조금 다르다 하여 이상하게 취급하는 편협한 시각을 버리게 해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오베라는 한 남자의 일생을 지켜보면서 평범했고 일상적이었던 그의 삶이 얼마나 위대하고 의미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일상적인 것들,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그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하게 해준다. 불의에 분노할 줄 알고, 정의를 위해 행동으로 싸울 수 있는 그의 삶이 감동적이다. 기본을 지키며 사는 그렇게 사는 것이 너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보기 드문 모습이기 때문일 것 같다. 가치 있는 것들이 무시되고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로 변해버린 느낌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정의로운 원칙이 지켜지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오베같은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처음엔 그저 까칠하고 무섭게 보이던 오베씨의 모습에서 따뜻함을 점점 보여주는 전개로

책을 덮을 때는 어느덧 오베씨가 다정해 보인다. 까칠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주변을 생각하는 남자. 킥킥거리고 훌쩍거리고 깔깔거리게 만들어주는 감동의 이야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오베씨의 인생을 살펴보다 보면 재미와 감동, 교훈까지 얻을 수 있다. 유럽에서 출간되자마다 히트를 치고 인기가 많았다는데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들이 오베씨에게 반해버릴 것 같다. 스토리 전개도 재밌고 영화로도 제작되지 않을까 샆다. 간만에 접해본 북유럽 작가의 책. 아주 재밌다 !!!

 

 

 

 

 

밑줄 북북

 

 

p.21

아무도 더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제 있는 거라고는 컴퓨터와 컨설턴트, 그리고 나이트클럽에 가거나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은밀하게 팔아치우는 지역 유지들뿐이다. 조세 피난처와 금융 자산만 있다. 아무도 일하기를 원치 않는다. 하루 종일 점심이나 처먹었으면 하는 인간들로 나라가 꽉 찼다.

 

 

p. 38

“여유를 좀 가지세요.” 그들은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컴퓨터로 일을 하고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길 거부하는, 건방이나 떨고 앉아 있는 수많은 서른 한 살짜리들이. 아무도 트레일러를 후진시킬 줄 모르는 이 사회 전체가. 그러더니 자기한테 더 이상 그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p.55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몰래 온도를 올렸을까봐.

 

p.57

자기가 직접 마룻바닥을 깔거나 습기 찬 방을 개조하거나 겨울용 타이어를 갈아 끼울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아무런 미덕도 아니었다. 나가서 다 돈으로 살 수 있는데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도대체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

 

 

p.67

만약 오베가 사람의 인격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심사숙고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면, 옳은 건 옳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배운 게 이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으리라.

 

p.69

사람들은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의 전부였다.

 

p.119

이 세상을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p.179

그녀는 그냥 웃고는 자기는 세상 무엇보다 책을 사랑한다고 말하더니 자기 무릎에 있는 책들이 무슨 내용인지 하나하나 열심히 말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베는 자기가 남은 일생 동안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그녀의 입으로 듣길 원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276

슬픔과 분노가 길게 늘어진 황량한 어둠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오베는 자기가 바로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기 있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를 결코 용서할 수 없으리라는 걸 알았다. 이 고통이 영원히 가리라는 걸 알았다.

 

p.280

그녀는 선을 위해 싸웠다. 결코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오베를 그녀를 위해 싸웠다. 왜냐하면 그녀를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이 세상에서 제대로 아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p.352

그는 세상사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있어야 했고 그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야 했다. 그는 그게 어떻게 못된 성질머리가 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p.359

그들은 하나같이 텅 빈 눈을 하고 있었다. 자기들은 그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평범한 사람들을 마모시키다가 결국에는 그들의 삶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반짝이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듯.

 

p.368

그들은 언제나 돌아온다. 그들이 소냐에게 했던 것처럼. 그들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조항들과 서류들을 들고. 하얀 셔츠의 남자들이 언제나 이긴다. 오베 같은 남자는 언제나 소냐 같은 사람을 잃는다. 아무도 그에게 그녀를 되돌려주지 못한다.

 

p.380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p.416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더.

 

p.436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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