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를 기억해 사계절 저학년문고 71
유영소 지음, 이영림 그림 / 사계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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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는 교훈과 살아 보지 못한 과거를 그려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래 동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건 이런 옛 이야기의 매력에 더해, 한 발짝 나아간 세상의 변화를 담아내는 창작 전래 동화이다. 

유영소 작가님의 창작 동화집인 「불가사리를 기억해」도 그런 면 때문에 더 끌렸던 것 같다. 수록된 단편 동화 모두 옛 이야기나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동화이기 때문이다. 

불가사리를 기억해는 쇠를 먹는 불가사리를, 산삼이 천년을 묵으면은 동자삼 설화를 모티브로 하여 재창조되었다. 옛 것이 가진 정서를 살리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구시대적인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변신했다. 이런 바탕 때문인지 친숙한 도입으로 시작되지만, 독자의 예상을 뒤트는 결말들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불가사리를 기억해』는 상상 속 동물인 불가사리가 주인공이다. 불가사리는 과거의 괴생물체로 묘사되었지만 오늘 날에 유기되는 동물들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인간의 손에 탄생하고, 필요에 따라 마음을 주고, 상황과 감정이 달라지면 버려지고야 마는 모습과 말이다. 



그런 면에서 불가사리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계속해서 불편하다. 뾰족 뾰족한 모양의 양심이 마음 속을 누비며 콕콕 찔러댄다. 꼭 과거에만 있었던 일일까? 꼭 전설 속 괴물에게만 일어나는 일일까? 하고. 이 불편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원작대로라면 "불가사리는 은혜를 갚고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로 유종의 미를 거뒀을 테지만 이 이야기는 그 후의 불가사리의  삶까지 그려낸다. 여전히 괴물의 모습을 한, 이용가치마저 사라진 불가사리의 삶은 어떨까 하고. 

가족이라고 생각한 존재에게 외면 받고, 집이라는 공간에서 마저 환영받지 못하는 모습에 울컥한 마음이 든다. 그저 가족들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이야기를 다 읽고도 먹먹함과 여운은 사라지지 않아 한참을 책장을 잡고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 주변의 불가사리와 같은 존재들을 나는 어떻게 대하고 있나 생각해봤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우영우를 보는 한 시청자의 일침 "사람들은 대부분 약자를 소외시키고 무시하는 악역처럼 살지만, 약자를 대변하는 존재에 감정을 이입한다" 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면서. 나 역시 불가사리와 같은 존재들을 왕이나 여인처럼 대하면서, 불가사리를 순수한 마음으로 좋아하고 기억하는 여인의 아들처럼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곱씹어 보게 된다. 불가사리가 주인공이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마음들이다. 


소외되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 끝에 불가사리가 주인공인 창작동화로 재탄생되었고, 독자는 인간이 주인공이지 못했을 때와는 다르게, 불가사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비단 옛날 옛날에 있었던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불가사리는 과거에 존재하지만, 오늘 날의 나의 마음에 물음표를 그린다. "그래서 불가사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불가사리를 기억한다면, 불가사리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까?하고.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문득, 제목마저 낯설어진다. 왜 원작인 쇠를 먹는 불가사리가 아니라, 불가사리를 기억해일까. 독자들에게 불가사리가 잊혀지지 않도록 기억해달라는 건지, 아니면 불가사리 너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건지 모호하게 느껴진다. 


둘 다라면, 쇠를 먹는 불가사리는 어떻게 기억될까. 나에겐 불가사리가 (나를 돌아봄으로) 기억될 것 같다.다른 독자들의 불가사리는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하다. 


두 번째 작품은 「산삼이 천년을 묵으면』이다. 메산이의 선택에 조마 조마하며 작품을 읽는다. 착한 메산이라면 1개만 뽑는다는 약속을 지킬거야. 하면서 읽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더 따뜻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고 따뜻한 마음은 또 다른 따뜻한 마음으로 보답받는다. 


베풀수록 더 커지고, 결국엔 더 많이 가질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메산이를 통해 배운다. 내 것을 쥐고 있어야, 남들보다 높은 곳을 먼저 올라서야 더 많이 가질 것 같은데, 삶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산삼이 천년을 묵으면』은 알려준다. 
나누려는 마음, 함께 하려는 마음이 당장엔 손해인 것 같아도 살다 보면, 타인을 돌보는 작은 행동과 말이 큰 보답으로 돌아오기도 함을 적지 않게 경험하기 때문이다. 

동자삼 이야기가 전하려고 했던 약속의 철학을 넘어, 작은 친절이 지닌 힘까지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두 작품 모두 시대를 건너 전해올 만큼 오랫동안 사랑 받는 원작의 힘에 더해, 예상치 못한 반전과 뭉클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저학년 문고이지만 감정의 깊이가 얕지 않고, 반전까지 더해져 
고학년 어린이들도 공감하고, 여운을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전학년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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