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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백서 1 - 개정판
토가시 요시히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그 예전에 게임으로 나와 만화까지 흥미를 주었던 작품 유유백서. 그 유유백서의 매력은 캐릭터들의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단순 명쾌한 성격의 우라메시, 조금은 덜렁거리는 것 같지만 언제나 형 또는 오빠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캐릭터들을 잘 챙겨주는 쿠와바라, 언제나 차분한 다정한 얼굴의 미소년 인 반면 냉정하고 잔인한 면이 함께 있는 쿠라마, 그리고 언제나 인간을 믿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인간인 동료들을 내심 믿는 히에이..

그림체부터도 캐릭터 저마다의 특지이 상당한 매력포인트가 되어주고 있는 것 같다. 그 옛날 수정각색되어 연재되었던 유유백서. 지금은 그 오리지널로 재판되어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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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케마루와 모리시로의 시체를 등에 이고 산을 내려가는 시구레의 얼굴은 무덤덤했다. 퇴치사는 결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가져선 안된다. 싸우는 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싸우다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게 되면 몸의 힘은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이것은 그녀가 7년간 해온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때문에 지금의 그녀는 차분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카케마루와 모리시로의 죽음은 시구레가 산을 내려온지 몇시간 안되어 온 동네에 알려졌다. 그들의 시신은 곧 장례가 치루어졌고 저승길을 배웅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무척이나 침울해져 있다.

터벅-
터벅-

"후우..."
한숨을 쉬는 시구레의 표정은 암담한 얼굴이었다.
"이번 일은 포기할까..."
번번히 거듭한 실패. 사람들은 번번히 실패하는 그녀를 보며'여자가...그럼 그렇지'하며 실망의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이제 이 마을에 머물 자신도, 염치도 없었다. 3개월...이 마을에 머물기 시작한지 3개월이다. 3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한 일이 전무했다. 그러니 현재 머물고 있는 곳으로 가는 발걸음은 천근의 추를 단 것처럼 무거울 수 밖에.
그녀가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은 그 이름없는 산과 마을의 경계가 되는 곳의 오두막이었다. 언제적부터인지 모를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갔다고 전해진 곳이었지만 이 산에서 알 수 없는 일이 속속들이 일어나는 시기부턴 아무도 다가오기조차 꺼려하는 장소가 되었다.






"!"
시구레가 멈추어선 것은 저녁이 다 되어가는 무렵이었다. 멍하니 걷다가 오두막을 지나친 김에 잠시 산책한다는 것이 지금 이시각까지 계속된 것이었다. 그녀의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기의 흔들림이었다.
'숲의 기에 요기가 부딪쳐왔다! 똑같아. 어제 느낀 것과! 장소는...'
요기(妖氣)와 산기(山氣)가 충돌한 장소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어제의 그 신기가 충만했던 그곳?!'
어이가 없었다. 신기는 요기를 억제할 수 있는 신성한 기운! 그런데 그런 그곳에 요기가 동시에 느껴지다니. 상식상 불가능하였다.
생각해볼 것도 없이 그녀는 자신이 온 길을 향해 신형을 돌려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다리를 꽉 조이는 기모노와 걷기조차 불편한 게다(맞나요?)신었지만 그런 것들은 그녀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달리면서 단도를 꺼내 치맛자락을 쭈욱 찢었으며 나막신은 그냥 벗어던져버리고 맨발로 뛰었으니까.







그녀가 신목으로 오는 동안, 벚꽃이 날리는 신목 위에는 한명의 남자가 재주좋게 누워있었다. 그 남자와 신목을 중심으로 날카롭고 강한 기의 폭풍이 일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가운데에 있는 남자와 신목에는 아무런 상처도 생기지 않았다.
신목위에 누워있는 남자의 표정은 주변의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무척 여유롭기만 했다. 남자는 문득 나무를 향해 물어보았다.
"이봐 그 인간여자가 이리로 올 것 같아, 아니면 오지 않을 것 같아?"
라고 묻자
놀랍게도 나무에게서 대답이 나왔다.
-아무리 감이 뛰어난 그녀라 할지라도 이렇게 넓게 퍼진 요기와 산기를 찾을 수는 없겠지.-
"호오? 그래? 그럼 나와 내기할까?"
-?-
"그 인간여자가 한시진안에 올지 못올지."
-허? 재미있군! 좋아. 받아들이지! 내기에서 진 자는 이긴자의 부탁 하나를 들어주기로 하지!-
"역시...시원스런 성격이군. 하하하! 그럼 내기는 성립이 된 것이군! 나는 '온다'에, 자네는 '오지 못한다'에!"
청년은 무릎을 탁 치며 통쾌하게 웃었다. 대체 뭘 믿고 저렇게 장담하는 걸까?








"역시...이봐! 내가 이긴 거지?"
-...-
신목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는 신목의 예상이 틀려버렸다. 딱 한시진째 되는 지금 막 붉은색의 기모노를 입은 소녀가 신목앞에 다가와 선 것이다.
시구레였다. 요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그녀의 고개가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풍성한 벚꽃들 사이에 보이는 은색의 실처럼 보일정도로 가늘고 긴 은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그것들 중 앞부분에 있는 것들 사이로 살짝 보이는 황금색의 눈...
깜깜한 밤이었지만 숲의 하얀색 정기와 거기에 부딪히는 붉은 색의 요기가 한데 섞인체 빛을 발하여 그녀와 신목...그리고 그 위에 누워있는 존재의 주변을 밝게 비추어주고 있었다.
그녀와 신목은 우연찮게도 의미는 다르지만 같은 말을 내뱉었다.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남자가 승자만의 여유로운 웃음을 띄우며 둘을 향해 물었다.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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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붉은 색의 사쿠라의 꽃잎이 바람을 타고 창문을 통해 들어와 나의 손등 위에 사뿐히 앉았다. 지금은 아침. 나의 수 많은 과거가 적힌 책을 조용히 읽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나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가 그늘이 졌다가 눈물이 흘렀고, 또 다시 미소가 번진다.
내게는 동료들 조차도 모르는 과거가 많다. 아니, 과거에 내가 요호였다는 사실을 빼곤 말한 것이 하나도 없다. 나는 내가 생각해봐도 상당히 뻔뻔스러웠다. 모두들 나를 믿고 자신들의 마음을 일부나마 보여주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나는 괜히 마음이 울적해져 페이지를 표시해놓고 책을 덮어버렸다. 잊을 수도없고 잊어서도 안될 과거들이 적힌 책이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보여 줄수도 없는 그런 것이었다. 심지어는 나 미나미노 슈이치의 몸을 낳아준 어머니에게도 조차 책의 존재를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이야기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 어머니와 동료들은 마계의
존재들과는 달리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한명의 마족)이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였다. 오늘은 일찍 나가야하는 날이었다.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나의 영혼보다 소중하고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내가 아침부터 책을 읽은 것도 그것과 관계가 무척 깊었다. 나는 매년 이 날이 되면 과거를 되새기곤 해왔다.
또 다시 암울한 생각에빠져있는데 문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슈이치- 식사하고 갈 거니?"
"네. 지금 내려갈거예요."
나는 늘 입던 차림 그대로 속 옷 위에 하얀 긴팔의 옷과 아래에는 검은색의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입을 옷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듬으로서 준비를 끝내고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부엌에는 어머니가 이미 아침식사를 준비해 두신 상태이다.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내고는 식사를 했다.
시오리...나의 어머니. 나에게 인간의 감정을 가져다 준 두 번째 여성. 그녀가 아니었으면 나는 다시 일어 설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 또 혼자였겠지.
식사를 마치자 마자 나는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다. 괴로운 가슴을 어머니 모르게 부여잡으며...





-당신은 늘 혼자군요. 사실 나도 혼자예요. 후후. 요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멸시당하고 있죠. 반은 인간이기도 한데 말예요. 정말이지...인간이란 존재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이렇게 대하니까...호호-





깊고 깊은 산 속이었다.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달빛만이 은은하게 숲을 비춰줄 뿐 이었다. 비춰진 달빛으로 인해 생긴 나무들의 그림자는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런 밤중에 누가 숲을 나다니겠는가. 이렇게 험하기 이를데 없는 숲을 말이다. 이 산의 이름은 알 수 없다. 다만 몇몇의 전설만이 나돌 뿐이다.
그러한 숲에 두명의 청년이 허겁지겁 달리고 있었다. 두 청년이 도망가는 것을 말해주듯 그들의 얼굴은 공포심에 절어 있었으며 무척 절박해보였다.
그들이 지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 때 그들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이름없는 산에 비명이 울려퍼졌다...


"아니?!"
시구레는 비명소리에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켜 활을 챙겨들고 오두막을 나왔다. 이번엔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그녀는 지체없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두 명의 목없는 시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이런...또!"
그녀의 눈에 들어온 시체는 그녀도 잘 알고있는 자들의 것이었다. 요괴를 잡겠다며 숲에 들어선 카케마루와 모리시로였다. 그녀가 그토록 가지 말라고 했건만 결국 오고 만 것이다. 대체 몇번째로 일어난 일인지는 이제 셈하기도 지겹다.
시구레는 긴장하며 주위를 세심하게 둘러보았다. 100이 넘는 요괴를 처리해온 그녀로서도 이번일은 무척이나 난감했다. 어찌된 놈인지 도무지 그림자조차 볼 수가 없다.
그녀의 뛰어난 감각 조차도 이번엔 무용지물이었다. 그저 희미한 느낌만이 감돌 뿐. 분명 이 근처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았다.
"어?"
그녀는 문득 뒤를 돌아 보았다. 오래전 부터 있었던 나무였다. 이상한 나무다. 주변은 모두 그저 평범한 나무에 지나지 않은데 문득 이 나무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어떻게 숲 한가운데에 단 한그루의 나무만이 사쿠라가 가득 피어있는 걸까? 정말 이상한 것은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신기였다. 지금까지 느껴왔던 느낌이 이 나무 어딘가에서 느껴져왔다. 역시 매우 희미한... 사람이 죽은 상황만 아니었다면 넋을 빼고 봤을 것이다...
정말로, 사람들의 말대로 숲의 저주일까? 저주라고 하기엔 너무나 깨끗한 신기였다. 하지만 그 뒤로 느껴지는 이 희미한 느낌...시구레의 고개가 나무의 위쪽을 향했다. 뒷쪽을 살펴보기도 했다. 허나 뒷쪽엔 아무도 없었고, 위에는 너무 높아서 볼 수가 없었다. 확인하기를 포기한 그녀는 한 숨을 내쉬며 두구의 시체를 향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내가 그렇게 오지말라고 말렸건만...!"



시구레가 나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때 나무 위에 있에 있던 한 청년이 피식 미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너무나 작은 중얼거림이었기에 바로 옆에 있다 하더라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호오...나의 요기를 느꼈나?"
호기심어린 눈으로 소녀를 지켜보던 이의 외모는 굉장히 특이했다.
전체적으로 큰 키와 우유빛처럼 하얀 피부에 노을을 연상시키는 듯한 황금의 눈동자와 종아리까지 닿는 눈부신색의 은발. 그리고 무엇보다 특이한건 청년의 귀였다. 얼굴의 옆이 아니라 머리 위에 달린 백색의 귀와 긴 척추 밑으로 달린 털이 풍성한 꼬리였다. 은발과 잘 어우러져 쫑긋쫑긋 움직이면 무척이나 귀여울법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다. 목과 근육이 드러나는 옷이 아니었으면 여인으로 착각할만했다.
청년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아래로 고운 곡선을 그린다.
씨익-
청년은 또 다시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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