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붉은 색의 사쿠라의 꽃잎이 바람을 타고 창문을 통해 들어와 나의 손등 위에 사뿐히 앉았다. 지금은 아침. 나의 수 많은 과거가 적힌 책을 조용히 읽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나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가 그늘이 졌다가 눈물이 흘렀고, 또 다시 미소가 번진다.
내게는 동료들 조차도 모르는 과거가 많다. 아니, 과거에 내가 요호였다는 사실을 빼곤 말한 것이 하나도 없다. 나는 내가 생각해봐도 상당히 뻔뻔스러웠다. 모두들 나를 믿고 자신들의 마음을 일부나마 보여주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나는 괜히 마음이 울적해져 페이지를 표시해놓고 책을 덮어버렸다. 잊을 수도없고 잊어서도 안될 과거들이 적힌 책이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보여 줄수도 없는 그런 것이었다. 심지어는 나 미나미노 슈이치의 몸을 낳아준 어머니에게도 조차 책의 존재를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이야기 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내 어머니와 동료들은 마계의
존재들과는 달리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한명의 마족)이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였다. 오늘은 일찍 나가야하는 날이었다.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나의 영혼보다 소중하고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내가 아침부터 책을 읽은 것도 그것과 관계가 무척 깊었다. 나는 매년 이 날이 되면 과거를 되새기곤 해왔다.
또 다시 암울한 생각에빠져있는데 문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슈이치- 식사하고 갈 거니?"
"네. 지금 내려갈거예요."
나는 늘 입던 차림 그대로 속 옷 위에 하얀 긴팔의 옷과 아래에는 검은색의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입을 옷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듬으로서 준비를 끝내고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부엌에는 어머니가 이미 아침식사를 준비해 두신 상태이다.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내고는 식사를 했다.
시오리...나의 어머니. 나에게 인간의 감정을 가져다 준 두 번째 여성. 그녀가 아니었으면 나는 다시 일어 설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 또 혼자였겠지.
식사를 마치자 마자 나는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다. 괴로운 가슴을 어머니 모르게 부여잡으며...





-당신은 늘 혼자군요. 사실 나도 혼자예요. 후후. 요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멸시당하고 있죠. 반은 인간이기도 한데 말예요. 정말이지...인간이란 존재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이렇게 대하니까...호호-





깊고 깊은 산 속이었다.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달빛만이 은은하게 숲을 비춰줄 뿐 이었다. 비춰진 달빛으로 인해 생긴 나무들의 그림자는 괴기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런 밤중에 누가 숲을 나다니겠는가. 이렇게 험하기 이를데 없는 숲을 말이다. 이 산의 이름은 알 수 없다. 다만 몇몇의 전설만이 나돌 뿐이다.
그러한 숲에 두명의 청년이 허겁지겁 달리고 있었다. 두 청년이 도망가는 것을 말해주듯 그들의 얼굴은 공포심에 절어 있었으며 무척 절박해보였다.
그들이 지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 때 그들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이름없는 산에 비명이 울려퍼졌다...


"아니?!"
시구레는 비명소리에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켜 활을 챙겨들고 오두막을 나왔다. 이번엔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그녀는 지체없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서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두 명의 목없는 시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이런...또!"
그녀의 눈에 들어온 시체는 그녀도 잘 알고있는 자들의 것이었다. 요괴를 잡겠다며 숲에 들어선 카케마루와 모리시로였다. 그녀가 그토록 가지 말라고 했건만 결국 오고 만 것이다. 대체 몇번째로 일어난 일인지는 이제 셈하기도 지겹다.
시구레는 긴장하며 주위를 세심하게 둘러보았다. 100이 넘는 요괴를 처리해온 그녀로서도 이번일은 무척이나 난감했다. 어찌된 놈인지 도무지 그림자조차 볼 수가 없다.
그녀의 뛰어난 감각 조차도 이번엔 무용지물이었다. 그저 희미한 느낌만이 감돌 뿐. 분명 이 근처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았다.
"어?"
그녀는 문득 뒤를 돌아 보았다. 오래전 부터 있었던 나무였다. 이상한 나무다. 주변은 모두 그저 평범한 나무에 지나지 않은데 문득 이 나무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어떻게 숲 한가운데에 단 한그루의 나무만이 사쿠라가 가득 피어있는 걸까? 정말 이상한 것은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형의 신기였다. 지금까지 느껴왔던 느낌이 이 나무 어딘가에서 느껴져왔다. 역시 매우 희미한... 사람이 죽은 상황만 아니었다면 넋을 빼고 봤을 것이다...
정말로, 사람들의 말대로 숲의 저주일까? 저주라고 하기엔 너무나 깨끗한 신기였다. 하지만 그 뒤로 느껴지는 이 희미한 느낌...시구레의 고개가 나무의 위쪽을 향했다. 뒷쪽을 살펴보기도 했다. 허나 뒷쪽엔 아무도 없었고, 위에는 너무 높아서 볼 수가 없었다. 확인하기를 포기한 그녀는 한 숨을 내쉬며 두구의 시체를 향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내가 그렇게 오지말라고 말렸건만...!"



시구레가 나무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때 나무 위에 있에 있던 한 청년이 피식 미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너무나 작은 중얼거림이었기에 바로 옆에 있다 하더라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호오...나의 요기를 느꼈나?"
호기심어린 눈으로 소녀를 지켜보던 이의 외모는 굉장히 특이했다.
전체적으로 큰 키와 우유빛처럼 하얀 피부에 노을을 연상시키는 듯한 황금의 눈동자와 종아리까지 닿는 눈부신색의 은발. 그리고 무엇보다 특이한건 청년의 귀였다. 얼굴의 옆이 아니라 머리 위에 달린 백색의 귀와 긴 척추 밑으로 달린 털이 풍성한 꼬리였다. 은발과 잘 어우러져 쫑긋쫑긋 움직이면 무척이나 귀여울법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아름다운 외모다. 목과 근육이 드러나는 옷이 아니었으면 여인으로 착각할만했다.
청년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아래로 고운 곡선을 그린다.
씨익-
청년은 또 다시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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