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케마루와 모리시로의 시체를 등에 이고 산을 내려가는 시구레의 얼굴은 무덤덤했다. 퇴치사는 결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가져선 안된다. 싸우는 중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싸우다가 무언가를 두려워하게 되면 몸의 힘은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이것은 그녀가 7년간 해온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때문에 지금의 그녀는 차분해질 수 있는 것이었다.







카케마루와 모리시로의 죽음은 시구레가 산을 내려온지 몇시간 안되어 온 동네에 알려졌다. 그들의 시신은 곧 장례가 치루어졌고 저승길을 배웅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무척이나 침울해져 있다.

터벅-
터벅-

"후우..."
한숨을 쉬는 시구레의 표정은 암담한 얼굴이었다.
"이번 일은 포기할까..."
번번히 거듭한 실패. 사람들은 번번히 실패하는 그녀를 보며'여자가...그럼 그렇지'하며 실망의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이제 이 마을에 머물 자신도, 염치도 없었다. 3개월...이 마을에 머물기 시작한지 3개월이다. 3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한 일이 전무했다. 그러니 현재 머물고 있는 곳으로 가는 발걸음은 천근의 추를 단 것처럼 무거울 수 밖에.
그녀가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은 그 이름없는 산과 마을의 경계가 되는 곳의 오두막이었다. 언제적부터인지 모를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갔다고 전해진 곳이었지만 이 산에서 알 수 없는 일이 속속들이 일어나는 시기부턴 아무도 다가오기조차 꺼려하는 장소가 되었다.






"!"
시구레가 멈추어선 것은 저녁이 다 되어가는 무렵이었다. 멍하니 걷다가 오두막을 지나친 김에 잠시 산책한다는 것이 지금 이시각까지 계속된 것이었다. 그녀의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기의 흔들림이었다.
'숲의 기에 요기가 부딪쳐왔다! 똑같아. 어제 느낀 것과! 장소는...'
요기(妖氣)와 산기(山氣)가 충돌한 장소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어제의 그 신기가 충만했던 그곳?!'
어이가 없었다. 신기는 요기를 억제할 수 있는 신성한 기운! 그런데 그런 그곳에 요기가 동시에 느껴지다니. 상식상 불가능하였다.
생각해볼 것도 없이 그녀는 자신이 온 길을 향해 신형을 돌려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다리를 꽉 조이는 기모노와 걷기조차 불편한 게다(맞나요?)신었지만 그런 것들은 그녀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달리면서 단도를 꺼내 치맛자락을 쭈욱 찢었으며 나막신은 그냥 벗어던져버리고 맨발로 뛰었으니까.







그녀가 신목으로 오는 동안, 벚꽃이 날리는 신목 위에는 한명의 남자가 재주좋게 누워있었다. 그 남자와 신목을 중심으로 날카롭고 강한 기의 폭풍이 일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가운데에 있는 남자와 신목에는 아무런 상처도 생기지 않았다.
신목위에 누워있는 남자의 표정은 주변의 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무척 여유롭기만 했다. 남자는 문득 나무를 향해 물어보았다.
"이봐 그 인간여자가 이리로 올 것 같아, 아니면 오지 않을 것 같아?"
라고 묻자
놀랍게도 나무에게서 대답이 나왔다.
-아무리 감이 뛰어난 그녀라 할지라도 이렇게 넓게 퍼진 요기와 산기를 찾을 수는 없겠지.-
"호오? 그래? 그럼 나와 내기할까?"
-?-
"그 인간여자가 한시진안에 올지 못올지."
-허? 재미있군! 좋아. 받아들이지! 내기에서 진 자는 이긴자의 부탁 하나를 들어주기로 하지!-
"역시...시원스런 성격이군. 하하하! 그럼 내기는 성립이 된 것이군! 나는 '온다'에, 자네는 '오지 못한다'에!"
청년은 무릎을 탁 치며 통쾌하게 웃었다. 대체 뭘 믿고 저렇게 장담하는 걸까?








"역시...이봐! 내가 이긴 거지?"
-...-
신목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는 신목의 예상이 틀려버렸다. 딱 한시진째 되는 지금 막 붉은색의 기모노를 입은 소녀가 신목앞에 다가와 선 것이다.
시구레였다. 요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그녀의 고개가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풍성한 벚꽃들 사이에 보이는 은색의 실처럼 보일정도로 가늘고 긴 은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그것들 중 앞부분에 있는 것들 사이로 살짝 보이는 황금색의 눈...
깜깜한 밤이었지만 숲의 하얀색 정기와 거기에 부딪히는 붉은 색의 요기가 한데 섞인체 빛을 발하여 그녀와 신목...그리고 그 위에 누워있는 존재의 주변을 밝게 비추어주고 있었다.
그녀와 신목은 우연찮게도 의미는 다르지만 같은 말을 내뱉었다.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남자가 승자만의 여유로운 웃음을 띄우며 둘을 향해 물었다.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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