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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샤오루 궈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은.. 뭔가 있을 법 하지만.. ㅋㅋ
절대 아님.. 연인들을 위하지도 않고.. 외국어 사전도 아닌 이 책!!
 

문법이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르는.. 'Sorry of my English' 로 시작하는
중국여자 'Z'의 성장소설 ^^

챕터 하나에 단어 하나씩을 제시하고 그녀가 일기처럼 써 내려간 이야기이다.
 

중국어를 배운 나도 어려웠던 그녀의 이름.. Zhuang Xiao Qiao (좡 샤오 챠오 - 좡이 zh 권설음이니까 굴려야 하는데.. 거참.. ㅡㅡ;;)
그래서 그냥 'Z'인 그녀가 부모님의 뜻대로 <콘사이스 중영사전> 한권을 들고 영국 런던 히슬로 공항에 도착한다.

  

그녀 영어의 처음은
- 나는 영어 말 못함. 나는 미래 두려움....

랭기지 스쿨에 다니고 주당 65파운드의 집에 사는 그녀에게 영어란.. misunderstand의 연속... 

우연히 영화관에서 만난 영국인 남자 '그'의 대화속에서 일어난 큰 오해로 인해..

그 남자의 집에 guest가 된다.

 
Z가 남자의 집을 보고싶다고 했을때 그가 Be my guest(좋을대로 하세요) 라고 했는데... 그걸 오해한 Z가 그길로 짐을 싸서 그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그래서 황당하게도 동거를 시작한다.

 

20살이나 차이나고.. 능력이 있는것도 아니고.. 보통보다 못한..  게다가 바이섹슈얼인 남자와의 동거라니.. 거참..
알수 없었던 Z의 정신세계 ㅡㅡ;;

 

경제적인 문제, 프라이버시의 문제 등등 동서양의 문화차이와 생각의 차이 등 갈등에 직면하지만 둘은 대화와 소통을 하긴 하지만..
딱히 그 문제의 해결을 본건 아닌채로 지낸다.
겉으로는 별반 다를것 없는 연인들의 동거생활 처럼 말이다.

 

어쨌든 Z의 영어실력은 그로 인해 분명 쑥쑥 늘어난 것은 사실인듯 싶다.

 
처음에는 짧막하게 끊어지는 문장들이 나오다가 그녀가 중국으로 돌아갈 즈음은 -번역본으로 보긴 했지만- 거의 완벽한 문장과 어휘들을 구사하니까..

그녀가 다니던 랭기지스쿨의 다른 사람들보다도 월등하다고 씌여져 있다.

 

중간에 그녀가 여행가서 한 일들은.. 솔직히 좀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그로인해 그녀가 진정으로 한발 더 성장할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톡 까놓고 말해 정말 미지수인것 같다.
물론 여행으로 인해 그와 함께가 아닌 Z 혼자서 무언가를 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런점에서는 분명 성장했다 보이지만,
여행의 의미를 굳이 따지자면.. 그와 Z의 생각이 얼마만큼 차이가 있는가,
현실적으로 그들의 관계가 어떠한가를 더 극렬히 보여줬던 계기가 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뿐.
오히려 그것이 그가 원했던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Z에게 유럽여행을 권했고, 떠나게 했고.. Z는 그를 보고싶어 했으나 그는 별반 다를것 없는 Z가 없는 시간을 보냈다.

 
조금씩 사이가 벌어지던 그들은 Z의 비자가 연장되지 않고 그대로 만료되어 중국으로 돌아감으로써 종지부를 찍는다.
중국으로 돌아간 Z가 그에게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는 내용의 엽서를 받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중간중간 생일파디라던지 그의 본가로 간 이야기등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나오면서,
그녀가 알고 있던 세계와 그녀의 영어실력 모두가 넓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내가 영어실력이 좀 된다면 원서로 한번 읽어보고 싶으나..
절대 안될꺼 같고 ㅋㅋㅋ
 

그 영어 뉘앙스를 고대로 간직하면서 이렇게 번역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번역하신분 대단한것 같다.
(물론 이런 독특한 형식의 소설 자체를 쓴 작가님은 말할것도 없고...)

 

 

나도 단어 하나 정해서 일어로 일기를 좀 써볼까..
내가 쓰는 단어보다 사전이나 컴퓨터로 찾아야할 단어나 표현들이 더 많을테지만 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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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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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해 만들어진 어린이 동화라. 

내용이 길지 않아서 막 아쉬웠다.

 


책을 좋아하고, 영특한 아이 장이.. 

천주학을 믿지는 않았지만 천주실의를 필사했다는 이유로 매를 맞고 고생하다 돌아가신 장이의 아버지. 

그 후 장이가 살아갈수 있도록 도움을 준 약계책방의 최서쾌. 

점잖은 양반 홍교리. 

기생 미적과 기방에서 일하는 아이 낙심이.

 

 

모두 평등한 세상을 꿈꾸고, 제대로 된 세상을 꿈꾸고... 

표면적으로 이사람은 그랬다 저사람은 그랬다.. 라는 이야기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랬음직한 상황이었다.. 만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유추해 내기 위해 한번 더 생각할수 있게 만드는 책!!

 

 

아버지가 장이에게 남긴 마지막 유산은.. 아버지와 장이가 갖고 싶어하던 작은 책방.

책과 노니는 집. 

홍교리의 書遊堂에서 따온 책방이름.

 
 

아마도 아버지가 장이에게 물려 주고 싶었던 세상의 시작은 아니었을까... 

장이가 생각했던, 꿈꿨던 미래는 이루어졌을까...

 

  

좀 더 길었으면 좋았을 이야기...  

삽화 하나하나도 너무 따뜻하게 그려져서 더 이야기를 돋보이게 해주는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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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프가니스탄.
내전.탈레반.무자헤딘.이슬람.부르카.오사마빈라덴.911테러.여행금지국가.

내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것.

 

천개의 찬란한 태양.
아주 유명한 책.
알고는 있었지만 분명 힘든 내용임을 알았기에 의도적으로 읽지 않으려 했던 그 책.
하지만 결국 난 마리암과 라일라를 만났고,
역사와 전쟁의 소용돌이에 갇힐 수 밖에 없었던 두 여자의 치열한 삶을 읽었다.

 

마리암.
돈많은 생부 잘릴. 그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어머니 나나. 그 사이에서 태어난 하라미(사생아).
열 다섯살이 될 때까지 생부와는 일주일에 한번의 만남을 가졌을 뿐 더 이상의 인정은 없었다.
이제 알것 다 아는 나이가 되어, 2Km를 걸어 생부를 처음으로 찾아간 그날.
그녀는 확실한 생부의 외면을 받았고, 인생의 전부였던 어머니를 잃는다.
생면부지의 고아가 된 그녀를 부담스러워 했던 생부와 그의 처들은 그녀를 서른살이나 많은 홀아비에게 시집보낸다.
마흔다섯의 라시드는 오로지 아들을 얻기위해 마리암을 카불로 데려와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마리함을 대한다.
하지만 마리암의 거듭되는 유산과 그에따른 라시드의 잔인한 폭력으로 인해 마리암의 삶은 피폐해져 간다.

 

라일라.
지뢰를 밟아 의족을 타고다니는 2살많은 동네 소년 타리크를 마음에 담은 작은 소녀.
그녀의 두 오빠는 소련군에 대항하는 지하드(성전)으로 인해 전사하고,
교사였던 아버지는 소련군의 침공으로 직장을 잃었다. 어머니는 두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 무력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공부도 곧잘 했던 그녀는 아버지의 사랑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신여성을 꿈꾸며 성장해간다.
하지만 열넷의 라일라에게 닥치는 시련들.
아프간의 내전으로 인해 친구들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
자신을 지켜주며 사랑하던 타리크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파키스탄으로 간다.
그 이후 몇달 더 카불에서 버티던 라일라의 가족도 마침내 피난을 결정하지만,
피난가려던 당일 로켓 폭격으로 인해 라일라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를 잃고 혼자 남는다.
타리크를 찾아 파키스탄으로 떠나려 마음먹은 그녀에게 전해지는 타리크의 죽음.
그리고 타리크가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뱃속의 아이.
결국 열넷의 라일라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구해준 예순이 훨씬 넘은 라시드의 두번째 부인이 되기로 한다.

 

이렇게 기구한 운명의 두 여인이 한 가족으로 묶인다.
이미 서른다섯이 되어버린 마리암과 그녀의 딸 처럼 보이는 라일라.
처음에 마리암은 적대감을 갖고 라일라를 대하지만, 그녀가 낳는 딸 아지자에게 모성애를 느끼고,
라시드의 위협으로 인해 라일라와 한 마음이 되면서 두 여자는 믿고 의지하는 사이가 된다.

 

그냥 아프가니스탄에 살았던 두 여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유산을 간직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이란 나라.
소련의 침공으로 자유를 잃었고, 다시 찾은 자유는 독립을 쟁취하려 했던 무자헤딘의 분열로 인해 허무하게 사라졌다.
내전이라는 이름으로 수 많은 사상자가 나왔고,
결국 탈레반 세력이 나라를 장악하며 이슬람의 이름으로 여자들에게 부여된 자유와 기회를 박탈했다.
치열했던 내전. 표면적으로는 끝나보이는 전쟁.
그리고 그 후 그 나라를 지켜주겠다는 명목으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다른나라의 군인들.
그들을 위협하기 위해 세계 곧곧에서 자행되고 있는 테러들......
이 모든것은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역사의 흐름속에서 두 여인은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부르카에 갇힌 답답한 시야 였지만,
내전으로 인한 폭격도, 남자의 폭력앞에 희생되어야 했던 여인의 삶도,
사생아를 낳아가면서까지 지켜야 했던 아이에 대한 사랑도,
누구하나 손 내 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마리암과 라일라는 둘의 손을 맞잡고 그녀들의 삶을 살아낼 뿐이었다.

 

마리암과 라일라. 그녀들이 했던 마지막 선택.
그것은 둘 다 여인이기에 가능했을 선택이었다.

마리암은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라일라만은 지키기 위해,
그래서 자신은 이루지 못했던 빛을 가진 삶을 라일라가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최선의 선택이었다.

파키스탄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낼수 있었던 라일라의 마지막 선택은
그래도 그들의 고향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돌아오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꿈꿀수 있었던 것처럼, 마리암이 남겨주고 간 희망의 빛을 지키기 위해 그녀만의 치열한 삶을 다시 시작한다.
그렇게 내일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지구 어느곳에서나 여성은 약자이다.
종교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할례의식, 매춘, 에이즈, 명예살인......
하지만 그래도 여자는 강하다.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마리암도 라일라도 여성의 삶이었지만, 어머니라는 이름 앞에서는 한없이 강한 여인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그녀들의 삶이 있기에 아프가니스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약자가 되는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희망의 싹은 분명 자라고 있을 터이다.


이제 나에게 아프가니스탄은 무분별한 테러와 내전으로 얼룩진 나라가 아니라,
마리암과 라일라와 같은 여인들이 희망의 꿈을 꿔가는 나라로 생각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는 온전한 나라가 지속되길,
테러를 자행하는 단체가 아닌, 살람(평화)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이슬람이라는 종교로 기억되는 때가 오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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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 Late Autum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한적한 동네. 조용한 아침.

인도를 따라 한 여인이 하염없이 걸어 내려온다.

반쯤은 얼이 나간듯 보이는 그 여자.

화면 앞까지 다가와 클로즈업 된 그 여자의 얼굴은 엉망이다.

멍든 눈, 부어오른뺨, 얇은 원피스 하나만 걸친 채 정신없이 걷던 그 여자.

순간 무언가에 쫓기듯 뒤를 돌아본다. 그러더니 온길을 되짚어 뛰어간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은 여전히 없어보이고, 발걸음은 다급해 보인다.

이윽고 집안으로 들어간 여자가 계단을 올라가니 그곳엔 의식없이 누워있는 한 남자가 있고, 종이들은 이곳저곳 흩어져있다.

그 여자와 어떤 남자가 찍은 사진도 보인다.

무언가를 급히 감추듯이 종이들을 치우는 손이 떨린다.

치우지 못한 종이들을 하나씩 뜯어 아예 없애려는듯 입으로 가져가 꿀꺽 삼킨다. 여전히 손은 떨고 있고 눈동자는 불안하고 행동은 다급하다.

창밖으로 들리는 패트롤카의 싸이렌 소리......

 

그리고 7년 후.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과 맞바꾼 72시간의 자유를 갖고 시애틀로 향한다.

 

익숙하지 않은 듯 경직된 표정으로 새이틀로 향하는 버스를 타는 그녀.

어디쯤 왔ㅇ까.. 경유지에 정차하는 버스에 쫓기듯 다급하게 오르는 한 남자를 만난다.

30달러를 빌리는 대신 그는 시계를 풀어주며 자신한테는 소중한 물건이니 잃어버리지 말라 한다.

시애틀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리며 그 남자는 그녀에게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고 돌아선다.

하지만 그녀는 가차없이 명함을 버리지만, 결국 하루 후 그녀는 기차역에서 고민한다.

그리고 그와 하루전에 헤어졌던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그를 만난다.

그녀의 남은 시간을 공유하는 둘. 중국인 여자 애나와 한국인 남자 훈. 그들의 짧은 사랑은 어떻게 끝이 날까......

 

 

 

 

솔직히 내용만 보자면 예고편에서 나온 내용이 이야기의 전부일지 모른다.

 

어쩌면 사랑에 버림받아 인생이 꼬여버린 여자와 여자들에게 돈을 받으며 자신을 파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일탈을 꿈꾸지만 바로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는 그녀와 자신의 모든것을 팔아 꿈을 이루려는 그. 그런 그들이 만났다.
영어가 아니면 의사소통도 할 수 없다.
처음에는 서로의 이름도 몰랐고, 나이도 모르고 어디사는지 무슨일을 하는지 서로 묻지 않은채, 아니, 어쩌면 마음조차 보여주지 않는 채 둘은 그냥 만났을 뿐이다.

 

시애틀의 변덕스러운 날씨.
안개낀 하늘, 잔뜩 습기먹어 축축한 공기. 쏟아지는 빗방울.
배경조차도 마치 그들의 관계를 보여주듯 쉽게 맑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시애틀 시내를 관광하던 그때 잠깐 비춘 햇빛은 그 순간만큼은 따뜻했을 둘의 평온을 보여 주는 듯 하다.

 

문닫은 놀이공원에서 한때를 보내던 그들앞에 나타난 어느 커플.
그와 그녀는 관객이 되어 마치 창틀이라는 스크린에 갇힌 그 커플을 바라본다.
그 둘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상관없다.
그들은 어느새 훈과 애나가 되어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훈은 꾹꾹 억눌러 놓았던 애나의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게 도와준다.

 

훈이 아는 중국어의 전부. 好(hao) / 坏(huai). 좋다 / 나쁘다.
훈이 중국어로 말하는 애나의 이야기를 알아 듣지 못해도 애나는 상관없었다.
하오와 화이로 적절하게 대답해주며 듣던 훈도 알아듣지 못한 그 이야기가 중요한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자신의 감정을 쏟아낼수 있는 훈이라는 매개체가 중요할 뿐이었다.
엄마의 장례식에서도 애나는 훈으로 인해 자신의 억눌렸던 감정들, 원망들을 모두 토해낸다.

 

그리고 72시간의 끝. 다시 감옥으로 향하는 애나와 그 뒤를 따르는 훈.
안개 덕분에 국도변 바닷가 어느 까페 앞에 멈춰선 버스에서 내린 둘.
그들은 그곳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를 나누며 그녀가 나오는날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우연히 만났을때와 마찬가지로, 마치 안개가 낀 꿈속에서 잠깐 만났었던듯 훈은 애나에게 시계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렇게 그 둘은 기약없는 이별을 한다.


그리고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
까페에 앉아 커피한잔과 조각케익을 앞에 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애나의 모습을 5분이 넘는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얼굴엔 어떤 기대감이 어려있고, 사람들의 작은 소리와 딸랑거리는 문 소리가 한번씩 날 때마다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시애틀에서 그를 만났던 그때 보다는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운 표정이다.

 

 

 

 


늦가을. 낙엽이 모두 떨어져 스산한 그때 봤더라면 더 좋았을 영화.
여름의 찬란함을 잃고, 가을의 화려함도 가고, 이제는 겨울을 시작할 준비를 해야하는 시린 늦가을의 모습처럼 훈과 애나는 짧은 사랑을 했다.
어떤 육체적 접촉이 있었거나 구구절절한 고백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향한 눈빛만으로도 지나치듯 스치는 미소만으로도 그들은 그렇게 사랑을 만났다.


시크릿가든에서 얻은 현빈이라는 배우의 인기덕에 뒤늦게 개봉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수 있다면 오히려 행운일 것이다.

요 근래에 기대를 갖고 봤던 영화들중에 난 단연 최고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무언가를 많이 기대하고 특히 현빈을 보기만을 원한다면 이 영화 보기를 권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현빈 영화라기 보담은 탕웨이에 더 초점이 맞혀진 영화인듯 싶었다.
여하튼, 그런것들을 원하며 온 많은 고등학생들이 도대체 이게 뭐야.. 이러면서 나가는걸 봤다.
그래서 엔딩후 울컥하던 나의 시린 감정들이 반감되어 참.. 기분이 찝찝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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