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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카밀라. 지은. 우리. 그리고 희재.
화자가 4번 변하지만 이야기의 줄기는 하나다.
카밀라가 지은을 찾아 희재가 되고, 희재는 지은의 흔적을 찾고,
지은의 흔적을 아는 사람들은 우리가 되어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희재는 희재와 지은을 만난다.
나는 만 하루를 온통 이 책에 쏟아 부으며 마치 잔잔하지만 울렁이는 파도를 헤치며
깊은 안개속을 유영하듯 떠가는 작은 배에 올라 탄 기분이었다.
무언가 끝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 그 안에서 결국 나 혼자만 느껴야 할 혼란.
진실을 마주하기 까지의 두려움.
내가 희재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녀가 다시 진남으로 돌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처럼
짧지만은 않은 망설임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한글자씩 읽어나갔다.
김연수 작가의 글은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다른 글을 읽을 때 보다 딱 2배의 시간이 더 걸리곤 한다.
하지만 이번 글을 읽으며 지은에게 가까운 시선으로 희재를 들여다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 이후,
더이상 문장들이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김연수 작가님을 좋아하세요? 하고 묻는다면, 난 단번에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의 글에는 좋다/싫다의 개념 보다는 동경이나 경의라는 말을 선사하고 싶다.
남성성의 강함을 주장하지도 않고, 선이 굵거나 단조롭지도 않다.
섬세하게 그리고 조심스레 쓰다듬는다. 그 안에서도 내 감정을 다잡을 여지도 남겨준다.
그래서 참 친절하다.
하루종일 비가 온다.
어제 밤 몇장을 보다 덮고 4시간을 잤다.
새벽부터 내린비는 아침이 되도 여전했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어제 밤 본 몇장을 도로 되돌려 1부의 첫 챕터부터 다시 읽어 내려갔다.
여전히 비가 오는 저녁.
뻐근해진 눈가를 비비며 내가 다 읽은 책을 들춰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금 읽어본다.
그리고 작가가 쓰지는 않았지만 읽었으면 하는 이야기들,
비록 활자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빼곡한 그 이야기를 생각 해 본다.
이제는
안녕, 희재.
안녕, 지은.
여전히 우리는 서로 낯선 타인이지만,
이제는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앉아 진남의 그 바다를 볼 수 있는 정도는 될 것 같다.
바다여
바다여
진남, 그 곳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