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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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1분에 70번.
두근두근...... 아니 나는 부정맥 환자이니 3번에 한번꼴로 두근 두근 두두근...

나의 1년은 1년일 뿐이다.
심장이 1분에 뛰는 횟수가 대개는 엇비슷하듯 나의 1년도 남들과 엇비슷할 것이다.
1년 365일. 꼭 365일만큼 나이를 먹고, 365일 만큼 심장이 뛴다.

365일 만큼의 심장이 모두 엇비슷하게 뛰어도, 1년이 꼭 365일이 아닌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1년은 우리의 365일보다 빠르다. 바라보기에 감당이 안될만큼 너무 빠른 듯하다.
그렇다고 그 아이의 심장박동이 달음질 치며 달아나는 것은 아닐테다.
1년의 시간이 365일 보다 빠른 것일 뿐. 1분의 70번, 두근두근 뛰는 심장은 같을 것이다.

우리보다 더 빠른 365일을 보내기에 빨리 지나가 버리는 시간만큼 성숙해져 간다.
비단 몸 뿐만이 아니다.
수치로 측정해 내는 인체의 구조를 이야기 하기 보담은 정확한 단위로는 형용할 수 없는 머릿 속 생각들이 몸을 따라 성숙해진다.

나는 단지 1년을 꼭 365일만큼 살아 갈 뿐이라 365일 이상의 생각은 키울 수 없는 틀에 갇혀 있다.
그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P.195-196
나는 내 속 단어장에서 '추파'라는 낯말을 꺼내 만져보았다. 가을 추, 물결 파. 가을물결.
'예쁘구나, 너. 예쁜 단어였구나......'
그런데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보내는 눈빛을 추파라고 하다니,
하고많은 말 중에 왜? 그러자 곧 그런것도 모르느냐는 듯 바람이 나를 보고 속삭였다.
'가을 다음엔 바로 겨울이니까.'
.
.
.
'아! 만권의 책을 읽어도, 천수의 삶을 누려도, 인간이 끝끝내 멈출 수 없는 것이 추파겠구나' 싶어 흐뭇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 세상이 무탈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두근두근 1분에 70번.
1시간에 4200번. 1년에 36792000번.
그리고 365일 만큼의 시간.
내 심장이 뛰는 만큼 시간의 흐름을 껴 안고 살아가는 나와 심장이 뛰는 것보다 더 빠른 삶의 목적을 이뤄가는 그 아이.

삶은 언제나 진지하다. 때로는 외면하고 싶을 만큼 버겁다.그렇다고 쉽게 버릴수는 없다.
지나온 시간만큼 성숙해지지 않기도 한다.
가끔은 미안하다. 난 이미 커버린 어른인데 내 심장이 뛴 만큼 생각도 같이 달리진 못했으니 말이다.


P.296

"세상은 참...... 살아 있는 것투성이구나.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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