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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시작만 보면 하이틴로맨스 이다.
전학생인 나름 차도남 엘마와 또래와 다르지 않은 여학생 한나가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 없는 날이었다.
조금 달랐다면, 프랑크푸르트의 작은 마을에 사는 한나의 엄마는 일 때문에 옆 도시로 출장을 갔고, 동생 울리를 한나가 학교에 데려다 줘야 했다.
시험을 보는 날이었고, 시험도중 연극실에서 살짝 만난 엘마에게 느닷없는 사랑고백을 받았다.
그리고 키스를 나누는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두 연인에게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시작된 방사능의 재앙. 사람들은 우왕좌왕 어찌할줄을 모른다.
라디오에서는 지하실로 대피하라는 말 이외에 딱히 답변을 주지 않는다.
기다리라는 엘마와 어긋난 한나와 울리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함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역을 향해 나선다.
방사능 구름은 한나와 울리의 뒤를 쫓고, 도로는 곳곳이 통제중이다.
이 와중에 죽음의 그림자는 울리를 덮치고 한나는 패닉상태에 이른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기차역까지 오지만, 결국 기차는 타지 못한다.
엄마의 전화는 끊겼고, 울리는 죽었다. 엘마는 기차를 탔고, 자신은 기차에 오르지 못했다.
모든것을 잃었다는 절망적인 상황과 좌절감에 한나는 내리는 방사능 비를 온몸으로 맞는다.
그리고 역 광장에 쓰러져 한껏 웅크린다.

 
과학적으로 방사능에 누출되면 직후의 상황이 어떤지 자세한 지식이 없어 어떤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영화적으로만 보면 잘 만들어진 영화는 결코 아닌것 같다.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허술하고, 구성도 딱히 탄탄해 보이지 않고, 장면의 전환은 웬지 어색하고, 때로는 띄엄띄엄 넘어가는 느낌도 난다.
재난영화라고 하는 카피도 있지만, 글쎄 딱히 재난영화 스타일은 아니다.
(헐리웃의 스케일 대박 큰 재난영화에 길들여져서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둘의 사랑만 이야기 하는 로맨스 영화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로만 생각하고 끝낼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수의 원자력 발전소들이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지난번 지진의 여파로 인해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면서 대량의 방사능이 유출되었다.
눈에 안보이니 모를뿐, 그 방사능은 우리에게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영화가 단지 이야기로만 끝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다.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우리가 한나가 되지 말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방사능에 대해 무지하고, 방사능 유출에 대한 대처도 미온적이며 - 무조건 괜찮다고 앵무새처럼 말하는 지난번 그 모습에 나는 속이 꽉 막힌다. -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는 메뉴얼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는지나 걱정되고,
역시 언제라도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가장 두렵다.

 난 개인적으로 원자력발전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좁은 땅덩어리에 한정된 자원, 그리고 필요한 전기 생산을 위해 분명 원전은 안전성논란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놓을수 없는 필요악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원전에 의존할 수 만은 없는 일임은 자명하다.


영화의 중반, 방사능에 피폭된 한나의 변해가는 모습에 확실한 위기의식을 심어준다.
머리카락은 빠지고, 쉴새없이 구토는 밀려오고, 옆 침상의 환자들은 하나 둘 운명을 달리한다.
이 와중에 엘마는 피폭된 한나를 찾아와 모든것을 같이 나누려고 한다.
의사들은 그런 엘마를 만류하지만, 엘마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단지 한나와 함께 할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영화의 마지막.
이제는 더 이상 서로를 놓을 수 없는 한나와 엘마가 시간이 흘러 통행제한이 풀린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간다.
바람을 맞으며 미래를 알 수 없는 그곳으로 향한다.
가족과 이별하고, 가족을 잃고, 이제는 둘뿐이 남지 않았다.
세상의 시선은 그들에게 곱지 않고, 살아 남은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상황만 보면 한나와 엘마의 미래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삶의 시간이 얼만큼 남았는지 가늠할 수도 없다.
죽음을 맞닥드리기 전까지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절망밖에 남지 않았을 것 같은 그들의 땅으로 돌아간다.
폴발레리의 시구중 유명한 구절인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가 절로 생각난다. 그 글귀처럼 그들은 살아간다.
방사능이 아직 떠돌아 안전하지 않을 것 같은 그 공기로 숨을 쉬며, 방사능 때문에 이제는 다 죽어버린 풀들을 뒤로하고, 어떨지 모르는 미래를 향해 간다.

 


이 영화는 2006년에 만들어져 2007년에 Pifan에 초청되었고, 몇년이 더 지난 올해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개봉되었다.
아무래도 지난번 방사능유출 사건으로 고조된 원전과 방사능의 안전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그 바람을 타고 배급이 가능하게 된 모양이다.
아무래도 밀리언셀러라는 구드룬파우제방의 <구름>을 한번쯤은 읽고 넘어가야 할것 같다.

 지금 이 영화가 만들어진 독일은 원전을 폐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독일의 원전 수는 영화 말미에 나온것처럼 17개라고 한다. 좁은 땅덩어리의 우리나라 21개보다 적다.)
스위스는 단계적 원전 폐기를 선언했고, 핀란드는 원전건설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이 와중에 다른나라에 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준다는 것을 자랑하고 있는 지경이다.
우리도 언제까지 원전에 매달려 100% 안전하지 못한 원전만을 신뢰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방사능 누출 이후로 혼란에 빠진 영화 속 프랑크푸르트의 그 마을 모습이 당장 내일 우리의 모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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