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1975년. 태국 방콕.
일본인 청년 히가시가이토 유타카.
그에게는 도쿄에 약혼녀인 미츠코가 있었고, 결혼을 4달가량 앞두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정체를 알수 없는 여인 마나카 토우코.
처음보는 순간은 존재감 없이 지나쳤지만, 어느날 토우코가 유타카에게 찾아오고, 그 한번의 만남 이후 그들은 끝이 정해져 있는 사랑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저 육체관계뿐 이었던 두사람. 그리고 4개월...... 사랑에 빠진 서로에겐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유타카의 결혼식은 점점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죽을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릴까, 아님 사랑한 기억을 떠올릴까.


"당신에게 사랑받았을 때, 난 의미를 갖게 돼."
"당신에게 사랑받지 않게 되었을 때, 나의 의미는 끝나."
 

                                                    P.60 토우코와 유타카의 전화통화중 유타카의 미소를 지운 토우코의 이야기..


토우코는 유타카의 물음에 자신있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겠다고 했다.
사랑받아 낸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생을 마감한다면 멋진인생일 것이라 하며 말이다. 

나는 그 질문을 처음 읽었을때 당연히 사랑한 기억을 떠올릴 것이라 자문자답 했었다.
내가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며 생을 마감하듯이, 누군가는 나릉 사랑한 기억을 떠올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럼 내 인생은 사랑한 기억과 사랑받은 기억 모두 버리지 않게 되는것이니 말이다.

토우코는 나와는 다른 대답을 했다. 그래서 나와는 다른 여자인줄 알았다. 단지 그 질문에 그런 답이 나왔을때 까지는 그랬다.
 
처음에 정해졌던 대로 어차피 그랬어야 했던 그들의 짧은 만남. 크리스마스, 유타카의 결혼을 앞두고 결국 그들은 헤어진다.
유타카는 방콕에 남아 도쿄로 떠나는 토우코를 마중했고 바로 그 공항에서 몇시간 후, 도쿄로 부터 온 미츠코를 맞이했다.
그렇게 그들은 정해놓았던 4개월간 끊임없이 서로를 갈구하고 욕망하며 서로를 원했지만, 정해진 인연은 거스르지 못했다.
뒤늦게 "사랑했다"는 과거형의 한마디로 그들의 4개월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토우코는 유타카에게 질문데 다시한번 대답한다.
사랑한 기억을 떠올릴것이라고, 사랑하는 쪽이 소중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래, 토우코도 어쩔수 없는 나 같은 여자였나 보다.
사랑받은 기억도 소중하겠지만, 내가 사랑한 순간을 더 값지게 기억할수 있는,
그래서 사랑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질수 있고, 사랑한 것만으로도 만족할수 있는 그런 여자로 변한 토우코였다.

그리고 25년후.
다시 태국 방콕. 오리엔탈방콕 호텔, 서머싯몸 스위트.
그곳에서 그 둘은 다시 재회한다. 한번의 저녁식사. 단 한번의 키스. 그리고 다시 헤어짐......


"너무나도 무모하고, 너무나도 정열적이었죠."
                                                              P.199 토우코가 25년전을 회상하며 유타카에게 말한다.

 
'후회는 내 인생에서 한 번이면 충분해.'
                          P.201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던 유타카가 25년전으로 돌아간듯 토우코에게 입맞춤을 하기 전 생각한다.

토우코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유타카를 사랑했다.

유타카에겐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그러나 지울수는 없었던 젊은날 한때의 열정과 같은 사랑이었겠지만,
토우코에겐 "사랑했다"는 과거형의 말 한마디로는 차마 인정할수 없었던,
그때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럴것인 그녀만의 사랑으로 평생을 기억하며 살았을 것이다. 

さよなら, いつか.
언젠가는 해야할 이별의 말.
자신에게 건네진 타인의 인사를 듣고도 토우코는 차마 유타카에게 안녕이라는 마지막 말을 건넬 수 없어서,
자신들의 사랑을 간직해 줄 방콕 거리를 향히 나직이 인사했다. 그녀는 어쩌면 그 때, 그를 향한 마음을 평생 놓지 못할것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난 츠지히토나리의 연애소설을 좋아한다.
글을 잘 쓰는 작가이고, 연애소설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글들도 호평을 받을만큼 좋은 글들 이지만,
난 그냥 그의 남성성이 드러나지 않는 연애소설이 좋다. 여느 일본 작가다운 담담한 문체속에 열정이 깃들어 있는 기분이다.

이 책에서도 토우코와 유타카의 젊은날의 사랑 이라는 관계속에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두 사람이 간직할 이질적인 마음의 단면은 은근슬쩍 감추려 든다.
서로 짐작은 하고 있으나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게 만드는 그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25년이라는 시간을 흐르게 한후, 25년간 간직할 수 밖에 없었고, 앞으로 다시는 표현할수 없는 그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씩 조금씩만 보여준다.

그 글을 보는 나는 그래서 더 마음이 시렸던 것 같다.
처음에는 사랑이 아닐줄 알았지만 오랜 시간 그 사랑만을 붙잡고 살았던 토우코도 가련하고, 

처음부터 빠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랑에 인생의 열정을 바친 유타카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결국은 미츠코라는 현실을 택한 그의 이기심이 밉기도 하였다. 

사랑은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 같을 것일수도 있다.
예정되지 않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인생을 뒤 흔들어 놓고, 깊은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사랑이란 이름의 감정들......
유타카와 토우코는 사랑했고. 헤어졌고. 가끔은 그리워했다. 그렇게 사랑을 놓지 못했을 뿐이다.

 

 

난 과연 이 원작을 토대로 만든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아직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도 제대로 보지 못한 나다.
머릿속의 상상들이 스크린에 펼쳐져 보여졌을때 내 생각과는 다른 감독의 이야기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 조금은 두려워서 영화보기는 아예 안하고 있다.
이 작품도 영화로 만들어져 있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니시지마히데토시가 주인공이다.

원작과 또 다른 별개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봐야하는데 그게 잘 안될것 같다. 보긴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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