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늑대들 2, 회색 도시를 지나 웅진 모두의 그림책 38
전이수.김나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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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거진 30년을 놓고 살았다. 크면서 <에이, 어른이 무슨 그림책이야!>라고 생각하며 서점에 가도 그림책 섹션은 가볍게 건너뛰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에 대학 동기 언니를 거의 10년 만에 잠실에서 만났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듯한 언니가 내 품에 묵직한 쇼핑백을 안겨주었다.  


그림책 5권이었다. 


감히 상상도 못 한 존재였다. 


- 그림이 잔뜩 있는 책이라니? 언니, 나 서른둘인데? (나이 부심 있음)

- 힘들 땐 그림책이 최고지. 힐링이야. 잠자기 전에 읽어봐. 


사실 받을 당시에만 해도 <그림책?> 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집에 와서 언니가 선물로 준 그림책 한 권 한 권을 다 읽고 마음에 힐링과 평안을 얻기 전까지는. 


언니의 말이 사실이었다. 자기 전에 램프를 가장 낮은 밝기로 세팅을 해 둔 후, 그림체를 만끽하며 그에 덧입힌 글자 하나하나를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세상살이를 다 잊었고, 대신 힐링과 이너 피스를 얻었다. 


그때부터였다. 그림책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건. 



이 책은 SBS 영재 발굴단에 나온 <전이수> 작가의 작품이다. '걸어가는 늑대'가 회색 도시에 살고 있는 소년 <유하>를 그가 가보지 못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여정을 그렸다. 


회색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귀가 없고 입이 새 부리처럼 나와있다. 

남의 말은 듣기 싫어하고 자기 말만 하기 좋아해서 그렇게 변한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간이 여기서 더 진화를 하게 된다면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세상의 이치에 맞게 진화해왔지 않았는가. 


또한, 회색 도시에서 모니터를 멍하니 쳐다보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현대 사회의 <핸드폰 좀비> 들을 보는 것 같았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출근길에 만난 <핸드폰 좀비 떼>가 생각이 났다. 


이 글을 빌어서 그분들께 한마디 하자면. 

제발 부탁건대 환승할 때는 핸드폰 좀 안 보셨으면 좋겠다. 

에스컬레이터에서 핸드폰만 뚫어지게 보다가 내려야 할 때 안 내려서 뒤에 사람이 밀려서 하마터면 크게 사고가 날 뻔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는 특히, 앞만 보고 걸어도 사람이 많아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데, 계속 핸드폰만 보면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니, 거의 길을 막는 수준이 되어버린다. 정말이지 걸을 때는 제발 앞만 보고 걷자. 


마지막으로, 하늘과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깨닫게 되었다.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는 말이 있다. 그게 딱 내 상황이 아닌가 싶다. 뭐가 그리 바빠서 하늘도 제대로 안 보고 사는지. 

삶에 여유를 갖고 가끔은 하늘도 올려다보고, 상큼한 공기도 마셔보자. 핸드폰만 붙잡고 있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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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그림책은 내게 삶에 대한 깊은 깨달음과 감사함을 느끼게 해 줘서 참 고마운 존재다. 전이수 작가의 <걸어가는 늑대들 2 - 회색 도시를 지나> 같은 경우,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라고 생각하니 어른으로서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내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친절히 제시해주는 걸까? 


그래, 이 책의 <유하>가 나일 수도 있겠다. 회색 도시에 사는 유하 말이다. 


이 책을 나의 <걸어가는 늑대들>이라 생각하며, 그들을 따라 회색 도시에서 벗어나야겠다. 


나부터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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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의 청소부입니다
김영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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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리랜서 해외 입시 컨설턴트이자 영어 강사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방학인 여름과 겨울이 가장 바쁘다. 그 바쁜 시즌에 나는 집에 와서 잠만 자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운 뒤, 해도 뜨기 전의 이른 새벽에 출근을 해야 하는 내 나름의 강행군을 한다. 사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새벽에 일어나 이른 아침을 맞이하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뭐가 대수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내 나름의> 강행군이라고 칭했던 이유는 여름/겨울 시즌의 스케줄은 내 평소에 스케줄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난 비시즌 때는 12시부터 소위 말하는 <예슬 타임>이라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난 후, 새벽 4-5시가 되어야 잠에 든다.)


하지만, 고된 출근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나보다 더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이 계셔서다. 새벽부터 운행되는 버스와 지하철을 운행해주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내가 편리하게 깨끗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늘 도움 주시는 환경 미화원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비교적 덜 투덜거리며 출근을 한다. 그분들의 숭고한 삶 앞에서 나의 부지런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늘 읽은 책, 쌤앤파커스의 <나는 밤의 청소부입니다>는 전철역 야간 미화원이자 시인인 김영빈 작가가 쓴 책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시가 있고 그 다음장엔 시에 대한 해설이 있다. 그래서 시를 처음에 읽고 내 방식대로 해석을 한 후에 책장을 넘겼을 때, 작가의 의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내가 생각했던 의도와 맞아떨어질 때는 "그럼 그렇지" 하고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로 흘러갈 때는,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치고 인덱스를 마구 붙였다. 


새로운 영감이 떠올랐다는 뜻이다. 

 




이 책에 담긴 모든 시가 아름다웠지만, 내 마음속에 강렬하게 남은 시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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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빗자루>는 환경 미화원 선생님들께서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니시는 중요한 물건이다. 그 물건을 저자는 "지구를 진료하는 도구"로 표현하였다. 요즘 지구에 안녕에 대해서 고민하는 내게, "지구의 숨구멍을 막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는 저자는 참으로 멋진 사람. 


특히 지구에게 "가려웠지?"라고 물어봐주는 다정함이 유독 돋보였다.



"내가 치워줄게. 
나는 지구 의사
빗자루를 들고 치료한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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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몫>  

저자는 익숙함을 유전적인 요인으로, 낯선 경험을 <자기 몫>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면서 (두렵지만)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자"며 독자들을 격려한다. 


요즘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면서 -- 내 일 안에서 새로운 과목들과 시험 준비, 책 쓰기 등 --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선택해서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읽은,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단어들인 것 같은 구절들을 만났을 때, 내가 잘 가고 있음을 느끼고, 굳게 믿게 된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았으니) 내 마음을 제대로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시가 유독 나에게 와 닿았는지도.


"낯선 세계에 도전할 것.
죽음 가까이 갈수록 삶의 한계가 커지니까."
P.235




책을 읽는 내내 인덱스를 쥐었다 폈다 했다. 그만큼 내게 와 닿았던 구절이 많았다는 뜻 이리라. 

내가 이번 생에서는 헤아리지 못할 환경 미화원 선생님들의 수고에 공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한껏 표현하는 것 밖에 해줄 수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의 한 일부분이라도 알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다. 


그들의 숭고한 삶에 경의를 표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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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한 달 살기 - 한 권의 책을 한 달 동안 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지희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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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나와는 가장 맞지 않는 책이 될 수도 있었다. 책 한 권을 한 달 동안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나같이 책 열댓 권을 동시에, 조금씩 읽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세상엔 책이 많기 때문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호사는 없다"라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던 사람이 아니던가.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고 나서부터 푹 빠져 앉은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저자가 책 세 권을 골라야 했던 이유는 2평도 채 되지 않는 미니밴에서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렵게 추리고 추려서 세 권을 골랐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대입해본다. 과연 나는 책 세 권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책 세 권을 고를까?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책에서 한 달 살기>. 저자는 원래 여행으로 치면, <10일 만에 5개국 정복!> 보다는 <한 도시에서 한 달 살기>를 선호하는 사람인지라 세 권을 고를 때 그리 어렵진 않았다고 한다. 대신, 저자만의 규칙이 있었다: 한국 작가의 책일 것, 같은 출판사의 책은 피할 것, 그리고 너무 두껍지 않은 책을 고를 것. 


그렇게 해서 고른 책과의 한 달간의 여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총 11권의 책, 11개의 다른 테마, 그리고 11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깊이 생각해본 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은가? 에 대한 질문이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한 분야를 깊이 있게 파기보다는, 미국사, 유럽사, 세계사 등 폭넓은 지식을 쌓아야 했고, 그래서인지 하나라도 더 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다양한 책을 읽고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으면서 그 책에 스며드는 저자를 보며, 나도 한 해를 골라서 한 달에 한 권, 총 12권을 읽으며 책에 푹 빠져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그 책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 -- 큐레이션 영상, 설명하는 영상, 캘리그래피, 그림일기, 사진일기, 필사 -- 를 만들어 보는 것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쯤 많은 책을 읽고 먹어치우느라 정신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한 달에 한 권을 읽고 그 여정에 먼저 발자취를 남긴 저자 덕분에 나도 한 달에 한 권과 살아볼 용기가 생겼다. 



다시 읽기, 그건 '반복하기'가 아니라,
'지치지 않는 사랑에 대해 항상 새로운 증거를 주는 것'이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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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방랑 - 근대 지식인들의 경성 탐닉기
백석 외 지음, 구선아 엮음 / 알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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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가 죽었다 깨나도 경험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바로 내가 태어나기 전의 세상이다. 그래서 더더욱 알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경성>인데, 책으로라도 이렇게 읽을 수 있으니 그걸로 매우 만족한다. 


오늘 소개할 책은 <경성 방랑>이라는, 제목만 봐도 너무 <황예슬> 적인 책이다. 


<경성 방랑> 은 근대 지식인들이 경성을 이곳저곳 탐닉하면서 쓴 글들을 모아둔 글 모음집이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첫 부분은 <근대 지식인들의 경성 방랑기>이다. 나혜석부터 백석, 윤동주 까지 당대 최고 작가들이 본 경성에 대해 세세하게 나온다. 



그중에 내 기억에 가장 남는 부분은 <박팔양>의 <모-던뽀이 촌감, 모-던껄/ 모-던뽀-이> 중 일부분이다. 


"우리 조선이 가진 것으로서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 
글 쓰는 일에 종사하는 우리로서는 우리들이 가진 '글'을 자랑하고 싶다. 
이러한 한글을 창조한 조선 사람의 총명을 우리는 자랑한다." P.31-32


내 인스타그램에 나를 소개하는 부분에 "읽고 쓰는 사람"이라고 적어두었다.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책과 글을 빼놓을 수 없기에 그렇게 해두었는데, 박팔양의 글을 읽고 나서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이유는, 이 처럼 고귀한 행위를 가끔은 나도 모르게 숨 쉬듯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또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태어나면서 <모국어>라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한국어>와 <한글>에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았는지 돌이켜본다. 


자랑스러운 나의 모국어, 한국어를 더 깊이 사랑해주어야겠다. 




책의 두 번째 부분은 <근대적 감수성을 만든 공간과 장소>이다. 책에서 다룬 공간과 장소를 잠시 보면, <서점, 백화점, 딴스홀>이다. 내가 다양한 이유로 좋아하는 공간들이 아닐 리 없다. 그래서 그때 당시에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이 어떤 모양과 색깔로 존재했는지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다. 


특히 흥 많은 내가 꽤나 좋아했을 법한 <딴스홀>에 대한 이야기는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라는 제목으로 경무국장에게 부탁의 편지가 실려있는데, 그때 당시 <딴스홀>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이 얼마만큼이었을지 보이는 대목이었다. 


좋았길래 <딴스>를 여러 번 하였지요. 상쾌한 곡조에 맞추어 한 스텝,
두 스텝 밟고 나면 확실히 유쾌하여지니까요.

"<딴스> 하고 싶냐고요? <딴쓰>하고 싶고 말고요! 몹시 즐거울 때,
퍽도 우울할 때, 어쩐지 세상이 쓸쓸할 때,
반가운 동무를 하도 오래간 만에 만났을 때 이런 때에는 꼭 하고 싶지요!"


내가 만약 경성에 사는 사람이었다면, 이 편지를 가장 먼저 쓰는 이가 아녔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과 함께 이 책을 덮었다. (아니, 나였다면 딴스홀을 먼저 짓고 있을 수도.) 


-


<경성 방랑>을 읽고 책이 내게 주는 가장 큰 기쁨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가지 못하는 곳을 탐방하고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이것이야 말로 책이 내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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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월든 : 숲속의 생활 - 185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전행선 옮김 / 더스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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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북 스테이>라는 것이다. 호텔에서 머물며 책을 읽는 것인데, 올해 안에 꼭 북 스테이를 경험해보고 싶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북 스테이를 하러 가고 싶은 이유는 세상과 단절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끌렸던 것 같다. 북 스테이에는 그 흔하다는 TV도 한대 없고 방에 돌아와서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방 곳곳에 책이 비치되어있다. 시끄러운 도시생활과는 달리 아주 조용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돌파구로 북 스테이를 선택한 것이다. 


운이 좋게도 며칠 전, 인스타그램 피드를 읽던 중에 파주에 아주 좋은 곳을 발견한 후, 북 스테이를 하러 가면 나는 어떤 책을 읽을지에 대한 기쁜 상상에 빠졌다. 그리고 내가 고민 끝에 고른 책은 <월든>이다.   
  


 세상이 끼워 맞춘 틀에서 벗어나 <월든>이라는 연못 옆에서 살았던 소로. 그는 세상과 분리되어 생활하는 동안 그가 보고 겪은 것, 느낀 것을 글로 기록했고, <월든>이라는 대작을 탄생시켰다. 신기하게도 월든을 읽을 땐, 책을 읽을 때 흔히 드는 잡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말 영감이 되는 깨달음이 있어도 형광펜으로 죽죽 그어나가고 사진을 찍어 저장하기보다는, 그저 내 마음속 한 구석에 저장해 두고 싶은 느낌이랄까. 월든이 아닌 다른 요소들로 인해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월든을 읽는 시간만큼은 그저 내가 나 됨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내 사전에 읽었던 책을 또 읽는 사치는 없다. 세상에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 읽었던 책을 또 읽냐는 말을 버릇처럼 해왔던 나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예외라는 것을 두려고 한다. 


월든을 시작으로 말이다. 




고등학교 때는 억지로, 이번엔 서평단 참여로 월든을 읽었고, 다음엔 북 스테이를 하게 된 기념으로 월든을 읽고자 한다. 아, 이너 피스가 필요할 때도 가끔 꺼내어 볼 수 있을 책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유로운 영혼 소로, 그가 내 인생에 필요할 때 주저 없이 꺼낼 월든. 

그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셈이다. 

그를 통해 자연이 내게 주는 기쁨을 힘껏 누려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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