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의 청소부입니다
김영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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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리랜서 해외 입시 컨설턴트이자 영어 강사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방학인 여름과 겨울이 가장 바쁘다. 그 바쁜 시즌에 나는 집에 와서 잠만 자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운 뒤, 해도 뜨기 전의 이른 새벽에 출근을 해야 하는 내 나름의 강행군을 한다. 사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모두가 새벽에 일어나 이른 아침을 맞이하니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뭐가 대수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내 나름의> 강행군이라고 칭했던 이유는 여름/겨울 시즌의 스케줄은 내 평소에 스케줄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난 비시즌 때는 12시부터 소위 말하는 <예슬 타임>이라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난 후, 새벽 4-5시가 되어야 잠에 든다.)


하지만, 고된 출근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나보다 더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이 계셔서다. 새벽부터 운행되는 버스와 지하철을 운행해주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내가 편리하게 깨끗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늘 도움 주시는 환경 미화원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비교적 덜 투덜거리며 출근을 한다. 그분들의 숭고한 삶 앞에서 나의 부지런함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오늘 읽은 책, 쌤앤파커스의 <나는 밤의 청소부입니다>는 전철역 야간 미화원이자 시인인 김영빈 작가가 쓴 책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시가 있고 그 다음장엔 시에 대한 해설이 있다. 그래서 시를 처음에 읽고 내 방식대로 해석을 한 후에 책장을 넘겼을 때, 작가의 의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내가 생각했던 의도와 맞아떨어질 때는 "그럼 그렇지" 하고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로 흘러갈 때는,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치고 인덱스를 마구 붙였다. 


새로운 영감이 떠올랐다는 뜻이다. 

 




이 책에 담긴 모든 시가 아름다웠지만, 내 마음속에 강렬하게 남은 시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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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

<빗자루>는 환경 미화원 선생님들께서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니시는 중요한 물건이다. 그 물건을 저자는 "지구를 진료하는 도구"로 표현하였다. 요즘 지구에 안녕에 대해서 고민하는 내게, "지구의 숨구멍을 막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는 저자는 참으로 멋진 사람. 


특히 지구에게 "가려웠지?"라고 물어봐주는 다정함이 유독 돋보였다.



"내가 치워줄게. 
나는 지구 의사
빗자루를 들고 치료한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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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몫>  

저자는 익숙함을 유전적인 요인으로, 낯선 경험을 <자기 몫>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면서 (두렵지만)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자"며 독자들을 격려한다. 


요즘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면서 -- 내 일 안에서 새로운 과목들과 시험 준비, 책 쓰기 등 --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선택해서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읽은,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단어들인 것 같은 구절들을 만났을 때, 내가 잘 가고 있음을 느끼고, 굳게 믿게 된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았으니) 내 마음을 제대로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시가 유독 나에게 와 닿았는지도.


"낯선 세계에 도전할 것.
죽음 가까이 갈수록 삶의 한계가 커지니까."
P.235




책을 읽는 내내 인덱스를 쥐었다 폈다 했다. 그만큼 내게 와 닿았던 구절이 많았다는 뜻 이리라. 

내가 이번 생에서는 헤아리지 못할 환경 미화원 선생님들의 수고에 공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한껏 표현하는 것 밖에 해줄 수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의 한 일부분이라도 알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다. 


그들의 숭고한 삶에 경의를 표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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