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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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찾고 싶어도 알 길이 없고 찾을 수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원청(文城)>이라고 위화(작가)는 말한다. 

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아 

그럴 때 우리는 상상 속에서 찾고 추측하고 조각을 맞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원청>같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묻는다. 

나는 단번에 故 박완서 작가의 <그 여자네 집>이 떠올랐다. 일본 제국주의 점령기에 강제 징용과 

일본군성노예를 피하기 위해 이별한 연인 그리고 실향민의 설움, 민족사의 비극 앞에 개인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그 시대에 갇혀 살아남은 모두의 아픔이기도 했던 이야기가 <원청> 속 어느 얼굴과 닮아있다. 


<원청>속 인물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동감을 주는 것도 그렇지만 시진의 어느 골목이나, 

그들을 먼발치에서 구경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 놓는다. 

책을 읽는 내 나는 시진에 살고 그들과 함께 가난하여 없이 살고 글을 통해 소문을 엿듣는 기분이 들게 했다. 

누구 하나 인위적인 괴리감 없이 진실로 그 마을이 존재하듯, 각자의 인물이 가진 무수한 역사를 따로 떼어내 

책을 지어도 한 편의 영화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격동의 시대 토비(土匪)가 마을을 습격하고 난자하는 장면에서 참혹함에 가슴이 얼어붙었다. 

시대를 관통한 역사적 사실과 시대적 허구가 뒤엉키면서 그 칼사위에 고통이 일렀다. 


<원청>은 한 여자를 찾기 위해 떠난 모녀의 여정이다. 

한 여자의 생을 중심으로 마치 달의 중력에 이끌리는 운명들이 인력이라는 파도와

풍파에 정처 없이 흩어지기를 반복하지만 결국 원래의 궤도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조각일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 속에 온 힘을 다해 밀어놓고 꺼내놓지 않은 진실한 마음이 열기를 토해내듯 뜨겁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나는 이토록 치밀하게 짜인 ‘위화’가 일으킨 바람에 휘말리고 마음을 휩쓸고 간 재해에 시달렸다. 

그때 비로써 <원청>에 도착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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