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하던 남주의 회사로 이직하는 데 성공한 지현은 말을 많이 안 해서 좋다는 지후 때문에 본래의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그 속사정을 알게 된 후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지현과 그런 지현이 조금은 난감한 지후의 생기발랄한 로맨스. 마냥 밝기만 한 내용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현과 지후의 아픈 상처가 드러나기도 해서 좀더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시부모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남편은 송사에 휘말려 억울하게 죽어 홀로 남게 된 여주. 의지할 데라곤 노비 장운뿐. 그런데 이 노비가 주인마님의 속을 팍팍 긁는다. 하라는 밭일은 하지 않고 말도 듣지 않고 오히려 마님께 당당히 대가를 요구하는 장운 때문에 화가 나 밥을 엎어 돌을 씹게 만들어 보기도 하고, 도망 못 가게 밧줄로 묶어 보기도 하는 여주. 그러나 남주에게는 그런 마님의 모습이 우습고 가소롭기만 하다. 특별한 사연을 지닌 남주는 도망갈 수도 있지만 마님이 안스럽고 또 마님을 사랑하기에 떠날 수도 없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마님이 얄밉기도 하다. 그런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나 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유쾌하다. 한편으로는 양반 여자와 노비의 관계로 해서 겪게 되는 고초라든가 여은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가슴 한켠이 아릿해져 온다. 본 이야기는 한 권에 다 들어가 있어 장운의 사정이나 여은의 비밀 같은 것이 거의 초중반에 밝혀져 이야기 전개가 빨라서 시원시원하게 술술 읽힌다. 장운의 말처럼 장운과 티격태격하던 마님 여은의 모습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