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풍의 배경에, 황제, 귀족, 노예 등 오랜만에 궁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읽었다. 니라브는 노예라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할 뿐이다. 자신을 귀족으로 꾸며 황제에게 보낼 때도, 황제가 자신을 취할 때도 그냥 받아들인다. 자신이 노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그의 내면에도 변화가 오며 그는 점점 성장해 간다. 그에 따라 한눈에 반했다고는 하지만 니라브를 소유물로 생각했던 황제도 자신의 잘못을 깨달아 간다.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아 재미있게 읽었다. 만우절 기간 동안에는 거짓말을 해도 처벌 받지 않는다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고귀한 신분에서 하루 아침에 황제의 노리개가 된 리디아와 리디아를 오랫동안 사랑했지만 황태자의 정혼자라 그 마음을 접어야 했던 이안. 황제 시해로 황제가 된 이안은 반역자들을 처단하고 리디아를 손에 넣는다. 자신의 진심을 보여줬으면 됐을텐데 이안은 강압적으로 리디아를 취하고, 그런 이안의 모습에 반역에 연루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리디아는 자포자기하며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두 사람을 둘러싼 갈등과 음모.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데 이야기는 엉성하게 전개되어 인물들의 감정이나 상황 들이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리디아가 황태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안은 어떻게 그렇게 리디아에게 푹 빠질 수 있었는지, 황태자가 리디아에게 가진 본심, 캐서린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등이 좀더 서술되었다면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