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돌아 보면 난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왔나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집은 굶어죽지 않고 먹고 살만한 평범한 가정이고 나는 큰 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내게 있는 모든 것이 적절한 곳에 잘 쓰여지고 있고 욕심을 좀 줄인다면 깆고 싶은 것도 그렇게 많지 않다.
생활에 있어서나 그 밖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집은 행복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왜인지 괴로웠던 과거가 있었음에 분명하다. 그것은 일종의 상처이다. 사실은 별것 아닌데도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 있다. 지금에 와서 그것이 흉터로 남았다든가 곪았다든가 하고 말하고 싶은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렇지도 않다. 어떤상태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할수 있는 것이 아닌지...나는 솔직히 걱정이 된다. 내가 무언가에 빠져 허무한데도 허무함을 못느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확실히 치유가 되었다는 확신이 내겐 있는가? 사실은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은데도 요즘 많은 책을 읽어선지 기분이나 생각의 상태가 묘한것 같다.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다. 몇번이고 강조해도 모자랄 만큼 나는 믿는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외적인 형식에 매달려 성경을 읽고 예배를 드리지는 않는지...오늘 큐티를 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의 목적에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하여라는 확신이 있는가? 내가 형식에 매달린 것은 아닌가?
나는 과거 인간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그랬다. 오히려 인간은 신경쓰지도 않는 주의였기 때문에 CCC에 들어와서 때로 인간을 바라보는 그러니까 교제하고 배려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지난 여름 때까지 만해도 그랬다. 교회에서 연합수련회를 갔다. 나와 같이 간 사람은 단 두명. 그애들이 내가 은혜받는 데 방해가 될순 없었다. 그애들은 나와 한몸이었으니까. 그애들의 태도나 생활에 신경을 쓰고 배려했다. 그러나 그것을 행하는데 있어서 혹시 부담되진 않을까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사실은 별로 배려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리에게 서로 그러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너무 친했으니까 부담을 주든 때로 피해라고 할 만한 일을 주는 한이 있어도 우린 별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것이다. 기도 시간에는 혹시 애들이 은혜를 받지 못하고 갈까 싶어 기도해주는 적은 있어도 나자신의 은혜를 빼앗기지는 않았다. 나를 위해 기도할 시간이 충분했다. 나의 죄, 나의 믿음, 나의 미래, 나의 생각.....
이제 곧 CCC에서 주최하는 개강수련회가 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돈이 없다. 그것은 이유도 안된다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사모하는 마음이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가능한 일이다. 내가 망설이는 것은 내마음의 준비인 것이다. 순장님에게 "많이들 가나요?"라고 여쭤보았다. 순장님은 사람을 보지말고 하나님을 보고 가라고 하셨다. 절대 동감한다. 우리 순장님은 훌륭한 분이시다. 나는 많이들 간다면 내가 안가고 싶다. 나는 하나님을 일대일로 만나고 싶다. 물론 은혜를 나누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나의 변화도 그 나눔에서 온 것이 많았다. 하지만 수련회에 가서 일대일로 하나님을 만날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체들은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신하지만 어느정도의 친밀함을 가졌는지는 확신할 수가 없다. 어디까지 배려해야하고 어디까지가 부담인거지? 어디까지 다가가는 거지? 신경쓰고 싶지 않은 문제들이 잔뜩있다. 게다가 주변에서의 일만해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혹시 내게 화난 것이라도 있나? 혹시 무슨 미안한 일이 있는걸까? 내가 잘 못한건가? 날 싫어하나? 내게 너무 신경쓰는 것은 아닌가? 이사람이 왜 이렇게 하는 거지? 예전에는 혼자생각하고 혼자 판단해서 척척척하고 신속히 끝내버리면 더이상 신경안써도 되는데. 부담일수도 있다. 의논이라는 게 있다. 나눈다는 게 있다. 어떠한 행동과 말에 어떤 의도가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뜻역시 너혼자 다해라는 것은 아닐거다. 알고 있다. 알고 있고 잘 생각해서 어느정도가 적정선인지, 이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왜 이렇게 한건지 판단할 수 있을만하다. 그러나 그렇게 잘 생각하다가 하나님과의 만남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할 것이 걱정되는 것이다. 내게 있어서 단체 생활이란 아직도 너무 어렵다.
나는 자존감이 낮은 것 같다. 나 자신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 상황에 따라 생각하는 게 변하는 건 어떤인간이든 매 한가지이지만 나는 더 그런 것 같다. 어떤 친구에게는 나자신을 대부분 드러내고 있지만 동아리 안에서 가끔 나는 내 정체성을 찾을 수가 없다. 내 모든 것을 자신있게 드러낼 수 없다. 그렇게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때로 부러워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들도 드러낼 수없는 자신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님, 나의 하나님, 없는 자존감이고 드러낼수 없는 자신이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아시는 하나님, 저를 부끄럽게 마소서. 저를 도망치게 하지 마소서. 제가 도망칠 길은 막으시고 바로 제 곁에 버티고 서셔서 함께 가자, 내가 지켜주리라, 내가 보호하리라하고 말씀하소서. 도망치고 숨는 어리석음이 아닌 지혜로 주님을 의지하는 자가, 가슴을 펴고 주의 자녀다운 당당함으로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자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