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집에는 기타하나가 있었다. 꽤나 낡은 기타로 울림구멍에 붙어있는 상표는 1978년 소비자가 뽑은 최우수작품이라고 써있다. 수공품이라는 한자도 보인다. 줄감개는 색이 칙칙해져 있고 브리지는 포크핀을 끼우고 빼다가색이 아예 벗겨졌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된것 치고는 네트도 휘어져있지 않고 소리도 제법 괜찮았다. 많이쓰인것이라서 인지 교회에 있는 새기타보다 오히려 치기도 편하다. 이 기타는 내가 삼촌을 졸라서 얻은 것이다. 사실 친구에게 빌려줬는데 기타를 안친다고 해서 돌려받았다. 이 기타로 삼촌이 치고 오빠도 쳤다. 친구손도 거쳤으니 참 여러 손을 거친 셈이다. 그렇지만 난 이 기타가 사랑스럽다. 오히려 역사가 남아있는 듯해서 새기타보다 아름답고 정이 든다. 이 기회에 이 기타에게 이름을 붙여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요즘 한동안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은 탓에 제제라고 붙일까 주제(제제의 본명)라고 붙일까 고민했다. 사실 주제는 요셉이라는 이름의 포르투갈 식 발음이 아니던가? 난 성경인물 중에서 예수님 다음으로 요셉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래도 좀 고민을 더 해보자하고 생각했다. 밍기뉴라고 할까? 글로리아는 어떨까? 오늘 아침 신문에서 나온 독사(doxa: 영광이라는 뜻의 헬라어)는 어떨까? 고민 끝에 역시 제제가 좋겠다고 방금 결정했다. 독사도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듣는 사람이 거부반응을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ㅡㅡ
기타를 매일 30분 내지는 1시간 정도 치는 것같다. 굳은 살이 생겨가고 있다. 하지만 아픈것쯤은 제대로 소리가 날때의 기쁨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다. 특히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정말 좋아한다. 제일 잘 쳐지고 있다. 캐롤을 하나씩 쳐서 이번 해 크리스마스때 치는 것은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캐롤은 이것 외에도<그 맑고 환한 밤중에> <참 반가운 신도여>등이고 찬송가는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가 좋다. 좀더 기본기가 쌓이면 연습하고 싶다.
사실 나는 드럼을 치는 사람이었다.그렇다해도 얼마치지도 않았고 실력도 미진하지만 드럼치는 것도 상당히 재밌었다. 그렇지만 같이 연주할 사람이 없어서 좀 그랬다. 하긴 없는 실력에 반주를 넣는다는 것은 힘든일이다.ㅡㅡ 치고는 있다. 그러나 또다시 "내겐 재능이 없어"슬럼프에 빠지고 있다. 하긴 실제로 그럴수도 있다. 부정적사고가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중이다. 어차피 프로가 될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실력이 없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솔직히 잘할 줄 아는게 별로없다. 하도 배우다가 말아서...미술학원에 다니고 예술학도로서의 길을 걸을 때도 있었다. 그것은 장장 7여년의 길이었다. 미술학원은 그렇게 오래다니지 않았지만 그림은 꽤 오래 그렸다. 어쨌건 그것도 재능이 없어 포기했다. 그림을 한장이라도 그리지 않으면 하루를 견디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건만 지금은 몇달을 안그려도 아무렇지도 않다. 고교시절은 대부분 그림에 상당부분을 바쳤었다.
거슬러가보면 중학교 때는 그림도 많이 그렸지만 운동을 했었다. 태권도를 배웠었는데 지금의 나의 기초체력에 상당한 받침이 되고 있는 과거이다. 태권도를 하는 바람에 키가 안크는 지도 모르지만(그런 말이 있긴한데 사실일진 모르겠다ㅡㅡ사범님 넷중에 둘은 키가 참컸었다.) 태권도를 배웠던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참 재밌었다, 태권도는. 그리고 멋지기도 했었다.
초등학교 6학년때 그림이라는 것에 빠지기 시작했었는데 그 전에는 난 3년정도 피아노를 쳤었다. 처음엔 배우고 싶어서 배웠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억지로 하게 되었다. 1시간을 때우고 오는 정도였다. 그만 둘때 엄마로부터 오는 꽤 많은 분노를 감당해야했다. 오히려 지금은 배우고 싶다. 물론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그리고 시간도 돈도 없다는 것도 안다. 난 하고 싶은게 많아서 탈인듯하다. 엄마는 그런 내게 넌 쉽게 질린다고 하신다. 그런가...난 하고 싶은것과 하기로한것은 꾸준히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혼자만의 망상?
변하지 않는 것 몇가지가 있다. 일기쓰는 것, 책을 읽는 것 그리고 믿음...아니 믿음은 오히려 자라가야하는데 변하지 않는게 오히려 문제일지 모르겠다.^^하지만 기본은 변하고 싶지않다. 크리스챤의 기본말이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까? 포기했다고 해서 배웠던것을, 그일을 했던 것을 후회하나? 그렇지 않다. 그만두었던 것과 하지않았던 것을 후회하나? 그것도 아니다. 결정한 일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내가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것은 그런 결단이 아니라 상처이다.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줘버린것,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상처받은 사람들...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것, 소심한 탓에 혹은 급한 성질로 배려하지 못한점... 내가 후회하는 것들은 그런 것이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볼수록 삶은 자기의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사람이 계획할지라도 그 길은 인도하시는 일은 하나님이시다.라는 말씀이 있다. 그 말씀에도 불구 내 뜻과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짜증이 났었던 과거가 있다. 청소년기의 내게는 신경성 편두통이 있었다.(어린것이...ㅡㅡ+라고 해도 별수 없다. 사실이니까) 지금은 그 신경성 편두통이 말끔히 없어졌다. 모든일은 주님뜻대로만 되길... 모든일이 내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해도 내가 건강하고 주님안에 여전히 있단것만해도 감사할 일이다. ^^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 길은 주님이 아실테니 주님께 맡기기만 하면 그후론 사실 만사형통이 아니던가.
감사하다.^^ 모든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