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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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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피로한 자신의 삶 속에 점점 파고드는 형이라는 혐오스런 이름의 무거운 존재감, 나오키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속에서 인생을 고달프게 풀어나간다.

  빠져나오고 싶은 얼음판은 한걸음 뗄때마다 두걸음씩 밀려나는 두려움을 심어준다. 단지 그게 형이 지은 범죄라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것의 시작은 형제간의 아끼던 우애의 간극을 계속 넓히는 범죄를 바라보는 차가운 사회의 시선에서부터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해선 안된다.' 하지만 사회는 너무 달랐다. 단지 범죄자의 가족이란 이유로 냉혹한 대우를 받아야만 했던 나오키는 차별받지 않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형에게서 오는 따뜻한 편지들을 찢어버린다.  

  완전히 잊혀질 수 있는 가족관계가 있을까? 안좋은 과거를 모조리 지우려 한다면 자신의 마음속에 기억될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인가? 범죄에 차가운 사회는 나오키와 형을 용서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나오키는 형을 끝까지 기억해줘야 한다. 사회에 대한 적대감속에 나오키는 점점 형을 미워해 가지만 형이 보내는 편지들속에서, 즉 형의 마음속에서 죄에 대한 용서라는 참되고 관대한 진리을 깨닫는다.

  그 죄에 대한 잔혹한 사회적 비난들 속에서 작가는 상처와 기억으로 남겨진 공간속에 사랑으로 만든 용서를 넣어 그곳을 유화시킨다.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만을 남겨둔채 우리에게 충고한다.

'아픈 상처를 잊기엔 사랑할 시간이 너무 짧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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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님의 "<편지> 서평단 발표!"

좋은 책 보내주셔서 감사하고요. ^^ 좋은 서평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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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3
귄터 그라스 지음, 김재혁 옮김 / 민음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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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에 의해 생명은 가장 고귀한 가치가 되었다. 그런데 왜 국가는 조선소노동자들에게 발포를 했는가? 돌넙치의 딱딱한 등살과 가지런하지못한 입술, 붉게 충혈된 눈은 남자들의 가치를 옹호하고 있다. 진행되는 재판과정 속에서 넘치님의 모습은 투명해지고 점차 여성편력으로 입장을 표명한다.남자들 (오늘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는)의 치유되지 못한 병은  점점 악화되어가고 고통은 끝이 없다. 하루 내일 모레 나흘 여흘 진통제투여를 요청한다. 미처 약복용시 신체의 허용량을 계산하지 못한 넙치는 결국 남자들을 죽게 만든다. (남자들은 그렇게 자신들은 자멸시켰다.)

  남자들의 단오한 결단력은 그에 따라 예상되는 갖가지의 부작용을 낳았다. (하지만 여성들은 생명을 잉태한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국가는 왜 남자들에게 살인을 허용했는가? 경제적, 정치적, 육체적, 정신적인 지구에 대한 파괴행위는 극에 달했다. 세상은 남자에 의한 진통제로 안락사를 맞이 해야한다.  그래도 삶은 계속될 것이다.

 태양의 수명이 긴 이유는  딱 한가지뿐이다. 다른 인류의 등장과 새로움의 시작을 암시한다. 넙치가 사라진 지금 (여성쪽으로 가긴했지만) 우리는 발트해 연안을 옛날 비가와 아우아가 살던 시절의 것으로 돌려놓아야한다. 그 때쯤이면 넙치는 우리에게 말을 걸것이다. "생명은 남자와 여자를 연결하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근본적이며 그 둘 사이의 문제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자 세계의 위대한 식량자원이 될것이다." 라고 말이다.

 넙치의 등줄기를 따라 시대를 거슬러가면서 독일, 폴란드의 역사와 정치적 풍자, 숨겨진 진실들이 마구 마구 넙치의 입속에서 아니 일제빌(한명의 일제빌, 아님 9명의 요리사들)의 몸속에서 잉태되었다. 오스카와 마리아, 얀은 기다란 식탁에 서로 마주 앉아 그들이 직접  발트해 연안에서 가지고온 청어와 연어(소금에 절인)훈제, 소의 내장간요리와 송로버섯요리를 뼈속깊이 맛보고 있다. 곧이어 발트해 연안에서 뛰쳐나와  내 품안에 따뜻한 온기를 가져다줄, 그리고 간절한 진실을 일깨워 줄 넙치를 아련히 생각하면서.

  중세 흑사병은 수많은 소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한참 뒤 조류독감(흑사병의 원형인)은  인간을 가만놔두지 않았다. 이에 비해 고위층의 인사들은 너무 웃다가, 혹은 너무 먹다가 목에 뼈가 걸려 숨막혀 죽었다. 죽음에 있어서 왜 넙치는 그들에게 수치스럽고 거북한 죽음을 강요했는가?

  남자들은 넙치의 충고를 넘어서는 이외의 것들을 너무도 많이 해왔다.  아프리카 열대밀림의 개간으로 에이즈를, 초식동물에게 육식동물의 살껍질은 주어 광우병을,  거만한 남자요리사의 사향고양이 등 야생동물 식용으로  사스를, 열악한 대량사육 환경으로 조류독감 등을 만들어 버렸다.

  바이러스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어리석은 남자들은(역사를 스스로 만들던 남자들) 왜 위의 것들을 불필요하게 끌고 다녀야 했을까?

  여성법정에 선 넙치는 오직 인류의 평화만 외쳤댔다. 수단이 어찌됐건 목적은 뚜렸했다. 하지만 수단선택의 신중함을 그는 잠시 잊어버렸다. 아니 남자들은 그 겸허함과 인내를 묵살했다. 오로지 단순한 선택에 매료되어 그들은 스스로의 고택골을 만들고 그 곳에서 사장되고 있었던 것이다. 인류의 실수는 용서 받지 못한다. 다만 잊혀질 뿐이다. 그 다음, 또 그 다음의 누군가는 이 오류를 바로 뒤집어야 한다. 넙치에게 배우는 짧디짤막한 충고는 각자 듣는 이의 가슴속에 깊숙히 새겨넣어야 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넙치가 되어선 안된다. 그리고 인류가 진리를 깨닫기에 앞서 그 과정의 순수함을 눈여겨 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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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 지음, 김희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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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장 폴 사르트르의 자아투영적 실존주의 작품, 벽은 사르트르의 일대기 안에서 실행하지 못했던 다른 길을 체험하는 모험적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5개의 단편은 서로 다른 모티브로 이루어져 실존이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 엮여 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벽, 방, 자아, 망각속 이라는 고정된 벗어날 수 없는 공간에 갇혀 앞으로 언제 부딪칠 지 모르는 죽음의 두려움과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하얀 안개속에서 정체성을  잃고 헤매이며, 고요한 호수속에 비치는 현실의 모습을 부정하고 그 착각속에 자신을 맡기고 살아간다.

 죽음은 니힐리즘(허무주의)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사회에 의한 소외로 고립 됨을 탈피하고자 자기정체성을 만인에게 폭로하고 현실과 타협을 시도하기 위해 방 밖으로 뛰쳐 나와 보지만 끈적한 진흙탕 속에 빠져 허우적 되며 결국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그 하얀 안개 속의 실존은 탐구하고 있는 그 자체로서의 형태인 것을 깨닫고  정신적 자유의지 속에 자신을 내맡기어 유신론적 실존주의자가 되어 버리는 (주어지는 운명에 순응하는)  인간내면의 다각적인 이성의 모습을 보게 된다.  

 두터운 벽은 우리 앞을 막아서고 있지만 사실 벽을 등지고 선다면 우리는 벽을 관통하는 것이 될 것이다. 라고 사르트르는 조심스럽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어떤실존에 대한 정확한 형태를 잡을 수 없기에' 우리의 욕망은 그것을 더 알고자 하는 것인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인류의 화두이자 풀어야할 과제인 실존을 탐구하여 장 폴 사르트르가 역설했던 실존적자유를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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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님의 "[서평단 발표] <희망의 밥상>에 리뷰 써주실 10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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