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 영 케어러와 홈 닥터,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의 세계를 상상하다
조기현.홍종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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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까지만 해도 '돌봄' 이라는 개념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왜 돌봄을 이야기하는지, 무엇이 돌봄인지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아픈 사람들을 위한 연대를 형성하기 위한 움직임인가 생각하곤 했더랬다.

 

그러던 차에 몇 권의 책을 읽은 후 '돌봄' 이라는 언어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연대를 구체화한 거란 걸 알게 되었다. 이 깨달음을 얻고 나니, 나 또한 돌봄의 주체이자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 세상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음을 다시금 인지하게 되었다.

 

책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는 나처럼 흐릿한 '돌봄' 개념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삶 속 다양한 돌봄의 형태, 돌봄의 필요성, 돌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돌봄은 과연 운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인가? 늙고 아프고 병든 인간은 당연한 듯 형벌과도 같은 사회에서 유리된 삶을 살아야 하는가? 미디어가 사회 내 돌봄 주체를 재현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없는가? 이러한 질문에 책 속 다양한 의견들은 목소리 모아 NO 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우리의 상상력을 가두는 '정상' 신체, '정상' 가족, '정상' 제도, '정상' 국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극진한 비효율성" 을 꿈꾸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상. 그 이상이 만들어낸 따스함과 희망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리라 믿기에, 그 길을 함께 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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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셋 2024
송지영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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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에서 출간된 <셋셋> 은 아무도 이름 붙이지 않은 별자리에 최초의 이름을 붙이기 위해 작가, 출판사, 독자 세 존재의 만남을 셋set 한다는 의미에서 정해진 책이라고 한다. 가볍고 단숨에 읽을 수 있으나 깊게 머무르게 되는 소설 세 편, 시 세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펼치면서도, 동시에 동시대를 사는 이들을 대변하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여기, 오늘을 사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우리의 관계는 어떠한가, 사회의 규범은 어떻게 우리를 옥죄어 한계로 치닫게 하는가,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드높일 수 있는가. 

 

끝없이 높아져만 가는 담장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는 족쇄로, 아무렇지 않게 내 안에 똬리를 튼 족쇄는 나도 모르는 사이 재채기로 발현되었을지도 모른다. 함께 이 책을 읽을 모든 이들이 한동안 머물러 책이 주는 메시지를 곱씹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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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9
리처드 벨러미 지음, 황소희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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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벨라미의 <시민권> 은 시민권이란 무엇이며 시간 흐름에 따라 어떻게 사회 내 다방면의 힘이 시민권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면밀히 살핀다. 특히 도시 국가 형태의 초기 사회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시민권 개념이 전환되었는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시민권을 설명하기 위해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등과 같은 다양한 이론과 함께 논의하면서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살피며, 이에 따라 현대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적 의무/압박 사이 여러 복잡한 상효 작용을 이해하고자 한다. 더불어, 저자는 세계화를 비롯한 다문화주의 혹은 이주 등과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와 결부하여 시민권을 재맥락화하고자 한다.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첫단추 시리즈를 계속해서 보고자 하는 이유는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여러 핵심 개념들을 한 권으로나마 간략하게 정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생 수준의 눈높이에서 어렵지 않은 설명으로 풀어나가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입문서로서 요긴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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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용어의 탄생 - 역사의 행간에서 찾은 근대문명의 키워드
윤혜준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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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달은 인류사에서 고도의 추상화와 더불어 '개념' 의 존재를 등장시킨다. 더불어 그 개념은 키워드로 당대 시대 및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근대 용어의 탄생> 이라는 책은 근대를 설명하는 여러 개념 가운데 핵심 키워드 십여 개를 선별하여 각 개념에 관한 역사적 맥락과 어원, 논쟁점 등을 이야기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릴 적 윤리 선생님께서 "너희가 암묵적으로 약속하고 쓰고 있는 개념 어휘들을 누가 만들었는지 아느냐" 고 되물으셨던 게 기억났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누구 하나 어떤 특정인이 만들었다고 콕 짚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무수한 삶의 순간에서 공통된 일반 원칙을 뽑아내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개념' 을 만들어낸 분들에 감사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이따금 사전처럼 들추어 보며 곱씹을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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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해부하다 - 〈키스〉에서 시작하는 인간 발생의 비밀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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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19세기 오스트리아 빈은 근대성의 이정표로서 자리매김한다. 세계를 향한 근대적 자아의 호기심에서 발로 된 지적, 문화·예술적 혁명이 일어나던 도시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인물은 구스타프 클림트일 것이다. 클림트는 당대의 상징적 인물로,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작품 세계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변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삶의 본질을 포착했다. 이 책은 클림트의 작품을 19세기 근대 국가 빈이라는 사회의 변화와 발전의 맥락에서 탐구하며, 그의 예술이 모더니즘을 어떻게 반영하고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클림트가 만들어 낸 예술과 의학이라는 두 분야의 접점을 포착해 나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근대성의 용광로나 마찬가지였던 19세기 빈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원과 도시의 유명한 작곡가 및 예술가들의 영향을 받아 예술 혁신의 중심지가 되었다.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변화로 특징지어졌던 시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의 등장과 함께 복잡한 도시 역학을 더욱 부각했고, 그 속에서 변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예술 장르 속 새로운 근대성 표현의 물결은 넘쳐흐르게 된다.

 

클림트의 작품은 당시 빈을 휩쓸고 있던 근대정신을 반영한다. 전통 학문적 훈련은 물론이고 빈 분리파의 흐름에 참여했던 클림트는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주제에 집중했다. 상징적 이미지, 관능적 형태, 금박과 같은 혁신적 기법의 사용, 에로티시즘, 여성 형태, 생명의 순환과 같은 주제에 대한 관심은 도시와 예술의 상호작용을 반영하며 그 속의 긴장감을 드러낸다. 특히 클림트는 과학 발전에 따른 의학 발전이 어떻게 당대 사회문화 및 예술에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의학적 면에서 자신의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클림트와 그의 작품을 분석한다. 그의 작품 세계를 탐험하며, 더 나아가 역설적으로 세계란 무엇이고 세계 속에 존재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반문한다. 구스타프 클림프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격동하는 변화의 시간 속에서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인지하고 주어진 삶을 위해 걸어 나가며 세상에 내보일 찬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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