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 빛과 물질의 탐구가 마침내 도달한 세계
그레고리 J. 그버 지음, 김희봉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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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J. 그버의 <보이지 않는> 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음' 에 관한 매력적인 여정을 안내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개념 설명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보이지 않음을 구현해내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 그에 따른 연구의 발전, 더불어 이것이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 소개한다.

'보이지 않음' 에 대한 인간 호기심의 근원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 저자는 플라톤의 <국가> 를 통해 그 열망이 고대로부터 이어져 오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버는 '보이지 않음' 이라는 현상을 이룩하기 위한 초기 과학괴 광학의 발전 과정 또한 소개해준다. 더불어 이것이 의학에 영향을 미쳐 엑스선과 같은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들이 어떻게 인간 신체 구조를 드러내 이전보다 더 정확한 의료 행위를 가능하게 해 주었는가를 이야기해 준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루어내기 위해 몰두한 '보이지 않음' 은 과학 분야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이는 SF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과학과 문학은 상보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간 상상력을 증폭시킬 무한한 가능성의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감시, 사생활과 개인의 자율성 문제 등 보이지 않음이 유발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짚으며 이에 대한 인류 공동의 책임감 있는 혁신과 윤리적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고대 미신에서부터 최신 과학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음을 이루어내기 위한 인류의 궤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함께 하며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왔던 투명망토의 존재가 허무맹랑한 소리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면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다만 더 많은 실험과 상상의 끝이 누군가의 피해를 담보로 하는 미래가 아니길 바라본다.

을유문화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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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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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유산 후 느려지고 게을러진 아내를 두고, 지난날의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 팍팍한 서울살이에 여기저기 치이다가도 어느 날의 피아노 연주에 다시 한번 삶의 의지를 다 잡아볼까 생각하는 남자. 가을을 담은 고요한 눈을 마음에 담았다 그 마음 주고받을 새 없이 이별하게 된 남자. 봄이 와도 행복하지 않다더니 가족을 떠나고서야 봄을 알게 되었다는 아버지.

작품 내내 그려지는, 먼지 같이 부유하는, 혹은 끈적하게 눌어붙은 인물들. 동시에 그이들을 차갑고 건조한 시선으로 관망하는 듯한 인물들. 그들 면면에서 보이는 무심함, 이기심, 그로 인해 주변인들이 느끼는 심적 폭력은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온전히 이해할 순 없는 삶들이나 그럼에도 함께 가벼운 점심을 나누며 축복을 빌어주고 싶은 사람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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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피로한가 - 제로섬게임과 피로감수성
김정희 외 지음 / 르몽드코리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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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를 비롯한 저자의 문제제기들을 꾸준히 접했는데 이것은 또 무슨 인연일까.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한국 사회가 어떻게 ‘피로사회’ 의 모습을 띠게 되었는가를 말하던 작품. 현대 성과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으로서 어렵지만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어가며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책 <우리는 왜 피로한가> 는 그때 그 시절 피로사회가 한국 사회에 던졌던 화두였던 ‘피로사회’ 라는 개념 위에 2024년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우리를 돌아보는 글이다. 특히 MZ 세대에게 친숙한 K입시와 K팝을 중심으로 현 시대를 톺아보는 글은 이 사회가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 계발” 이란 주술을 걸며 끊임없이 개인들을 압박한 결과로 이루어져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극한의 성공모델인 K입시와 K팝. 책은 스스로를 죽음과도 같은 경쟁으로 내모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더불어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를 되묻는 듯하다.


주말이 되어도 고단하기만 하고 주 4일제를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는 매일. 우리는 대체 왜 피로한가. 우리를 피로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책은 성과 지향적인 신자유주의와 소비자본주의의 결합을 지적하고, 그러한 결합이 내가 좋아하는 ‘좋아요’ 들을 이용해 내 눈과 귀를, 끝내는 죽도록 즐기다 못해 숨통까지 틀어막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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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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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노인을 이해하고 노인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 매체를 통해 알 수 있듯 우리는 여전히 노인을 타자화하고 노인 혐오를 정당화하기 급급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45년간 노인의 행동과 심리를 연구해 왔다는 사토 신이치의 <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노인, 어르신, 시니어라는 호칭을 넘어 "고령자 씨" 라는 호칭을 제안한다. 노인이라는 범주가 단순히 나이든 사람들로 이루어진 동질적인 집단이 아닌, 여러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임을 존중하는 의미의 호칭이다. 이어, 현실에서 왜 고령자 씨들이 오해를 받는지 그들의 진심은 무엇인지를 백여 가지가 넘는 키워드를 통해 보듬고 설명하고 대변한다.


여러 통계 자료 및 사례 연구, 그리고 전문가 의견을 통해 풍부한 근거를 드는 책은 고령자 씨들을 이해하는 것이 결국 미래의 우리를 이해하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사회적 인식 차원에서든 정책 차원에서든 고령자 씨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 아직은 요원한 우리 사회에서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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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성별 - 가족은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Philos Feminism 7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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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성별> 은 자본주의와 성별 불평등 간의 복잡한 관계와 그 상호작용을 학문적·사회적 논의로 풀어내는 책이다. 본 서는 자본주의가 젠더라는 규범을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역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말하며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개혁이 필요함을 일갈한다.


저자는 주로 여성에게 감정 노동과 가사 노동을 할당하는 성별 분업이 불공정한 부와 권력 분배의 기반이 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성별 분업이 단순히 사회적 통념이 반영된 규범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가 기능하기 위한 구성 요소로 작동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가정 내 여성의 가사 돌봄 노동은 비가시화된 채 무급으로 상정되며 ‘실제’ 노동시장으로의 여성의 진출과 시간을 앗아간다. 설령 가사 돌봄 노동이 임금으로 환산된다 하더라도 그 가치는 낮게 치부되며,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 하의 가족 단위의 상속과 이혼 소송 과정이 어떻게 딸과 아내에게 불리한 위치를 제공하고 재산 기여도를 낮게 측정하는지를 여러 장에 걸쳐 지적한다.


사회학 교수인 저자는 어떻게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의 체제에서부터 불공정의 싹이 뿌리내려 전체 사회 내 여성들을 옭아맬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더불어 그렇게 마련된 법적 체계가 전체 사회를 지배하는지로 논의는 차근히 확장된다.


책은 이것이 한 국가 내에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 양상에서도 보이듯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더불어 이러한 억압은 비단 성별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인종과 계급을 비롯한 여러 정체성들이 복합적으로 교차하여 작동하게 되는데, 예컨대 북미 지역 내 유색 인종 여성들은 ‘백인’ ‘남성’ 과의 임금 격차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이 한 가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서 마지막 장의 제목은 "모든 사람의 노예는 프롤레타리아의 전처" 인데, 이러한 불공정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저자는 현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할 근본적인 상상력과 구조 개편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아르테에서 출간되었음을 보았을 때부터 흥미가 일어 읽어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읽을 기회가 되어 찬찬히 따라가면서 이해하고자 애썼던 것 같다. 갸웃했던 점도 많았지만 저자의 축적된 질적·양적 연구로 인해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사회적 차원에서 비가시화된 무급 가사 돌봄 노동을 가시화하여 인정하고 평가하며, 더욱더 공평한 재분배가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라본다.


아르테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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