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칸트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1세기 중세 이슬람 문명 황금기의 페르시아. 작품 <사마르칸트> 는 그 배경 속에서 당대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이며 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한 천재 학자의 생애를 추적하며, 그가 걸어온 사마르칸트를 둘러싼 이슬람 역사를 조망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그가 남긴 작품집 <루바이야트> 가 거쳐온 세월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의 사후에도 작품이 세월을 너머 후대의 청년들에게 어떻게 힘이 되고 목소리가 되는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인간은 자연 속에 자신의 이름 석자와 자신의 생애를 기록하고자 애쓴다. 그러나 사마르칸트, 거대한 대지와 같은 사막은 때로는 포근하게 때로는 무자비하게 인간의 역사를 포용하기도 쓸어버리기도 한다. 오마르 하이얌, 그 이름은 역사 속에 길이 남을 위대한 학자의 이름이자 저주의 뜻이 깃든 불운한 이름이었다. 작품은 일찍이 인간사의 무상함을 깨달은 오마르 하이얌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관조하면서도 개입하는 과정을 어떤 영웅담처럼 그려낸다. 더불어 액자식 구성으로 작품 속 작품이 겹겹이 포개진 액자 밖 이야기로 이어져 마치 신비로운 '천일야화' 를 연상케 한다.

 

하이얌은 인간사와 떨어져 자신만의 삶을 살고자 한 인물이었다. 그는 연인과의 낭만 속에서 별을 보며 학문을 연구하며 살길 원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시대는 그의 천재성을 두고만 보지 못한다. 물론 그는 그 속에서 과거를 현재화하고, 현재 속에서 과거의 의미를 재현하며 삶의 의미를 구축해 나간다. 그런 그의 삶은 그의 작품집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고, 시대를 관통하여 제국주의 시대를 살아내는 19세기 페르시아 젊은이들의 삶에 영향을 준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맞이하며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용기를 부여한다.

 

교양인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INSTAGRAM @hppvlt

https://instagram.com/hppvl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이론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8
조너선 컬러 지음, 조규형 옮김 / 교유서가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너선 컬러의 <문학이론> 은 이론이란 무엇인지, 문학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문학이론' 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우선 이론이란 무엇인가. 이론은 읽기 행위의 틀을 다져주고 이해에 새로운 관점을 가져다준다는 면에서 유익하다. 물론 다양한 말들이 있으나 결국 문학이라는 텍스트를 비롯하여 세계를 해석하는 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학이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literature 은 다양한 문헌이란 말에서 시작되었고, 실제로 '그 어떤 것이든' 문학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저자는 문학을 그 무엇이라고 콕 짚어 정확히 정의 내릴 수 없는 우리 세계를 둘러싼 <잡초> 라고 일컫는데, 이에 따라 문학은 곧 세계 그 자체인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문학이론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론이라는 틀을 통해 문학을 연구하다 보면, 곧 문화로 확장되고, 그 문화가 곧 우리 삶 자체다. 정리하자면 문학이론이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분석하는 다양한 틀을 알고, 그 틀에 따라 다층적·다면적으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INSTAGRAM @hppvlt

https://instagram.com/hppvl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4 -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 지음 / 싱긋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으로는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현재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법이 있다. 이 책은 2023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트렌드를 소개하며 2024년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이다.

 

'뒷담화' 라는 재치 있는 제목, 그러나 뒷담화라기보다는 현상 이면의 여러 요인을 분석하는 책과 다름없다. 현세대 2030 MZ 세대의 경향성 및 욕구 파악에서부터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대중적이면서도 꽤나 밀도 있게 소개하는 책이기에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유익하게 읽을 법하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기업과 마케터의 관점에서는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겠구나 싶어 꽤나 흥미로웠던 책이다. 재밌게 술술 읽히는지라 책에 언급된 사례에 더하여 마케팅과 관련한 사회/역사적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면 더욱더 유익하지 않을까.

 

교유서가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INSTAGRAM @hppvlt

https://instagram.com/hppvl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탈인간 선언 -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김한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이어져온 인본주의는 인류 문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개발, 성장, 진보의 가치를 기반으로 과거의 인류보다 현재의 인류가, 현재의 인류보다 미래의 인류가 더 나은 삶의 토대 위에 서 있을 거라는 약속과 함께.

 

그러나 이러한 인간중심주의는 인간 외 비인간 존재들에게도 그 긍정성이 유효한가? 김한민 저자의 <탈인간 선언> 은 어제의 관성을 당연시 여기며 오늘의 행보가 내일에 끼쳐질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금 여기의 '우리' 만을 이야기하는 인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일으켰고 이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후 위기라는 실재하는 위기에 둔감한 인류.  개발, 성장, 진보의 가치 하에 비인간 존재들을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해 온 역사. 서구-비서구, 문명-야만, 남성-여성, 비장애인-장애인, 백인-비백인이라는 구분의 폭력의 역사는 응당 인류-비인류(환경) 의 범주로 확장되어 왔음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기후 위기의 긴급함을 알리는 진단과 함께 시작되는 책 <탈인간 선언>. 어떻게 '인간적' 가치와 관습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해 왔는지, 그에 따라 왜 탈인간주의와 교차주의를 필요한지를 역설하며 전개되는 책은 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넘는 방법으로 '새로운 우리' 의 발명, 즉 탈인간 선언을 제안한다.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인류가 지속될 수 있다는 호소와 함께, 공멸이 아닌 공생을 추구하자는 간절함과 함께.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INSTAGRAM @hppvlt

https://instagram.com/hppvl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3.11 2023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10월
평점 :
품절


이민자로 넘쳐나는 구대륙은 동시에 냉소주의가 팽배한 곳이기도 하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했던 난민 문제는 이제 경제적 이유로 이주하고자 하는 이들을 배제하고자 하고, 이들이 끼칠 피해에 대한 목소리가 넘실 거린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는 생존의 문제와 전혀 별개의 것인가? 당장의 생계가 막막한 이들의 경우, 특히나 그 궁극적 원인이 유럽 국가들이 일으킨 문제인 경우, 그 문제가 분쟁 지역 난민의 문제와 무엇이 크게 다른지 모르겠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은 각종 문제로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이미 이스라엘의 식민지화 돼버린 팔레스타인. 두 집단의 관계가 공생 관계가 되어버렸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전쟁의 뿌리를 안다고 한들 이미 얽히고설켜버린 두 나라를 분리해 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위키피디아는 다수의 민중이 백과사전 편집 권력에 저항하여 만들어낸 사이트였다. 다양한 변용은 '위키' 형식을 현대인들의 삶에 스며들게 했으나, 문제는 이를 정치적 이익에 따라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위키' 의 이름을 달고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이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시민들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이번 11월 호가 나한텐 꽤 어렵게 느껴졌는데 읽다 보니 결국 또다시 돈의 문제로 수렴되는 것이 읽혀서 심란했다. 물론 권력과 자본 앞에 아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은 중국 엘리트층도, 쿠데타 정권을 옹호하는 제1세계 백인들도 마찬가지지만. 경제적 요인을 배제하고 현실의 정의를 논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구나. 권력과 자본을 독점하기 위해 시민들을 통제하는, 곳곳에 편재된 파놉티콘을 어떻게 인지하고 비판해야 할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INSTAGRAM @hppvlt
https://instagram.com/hppvl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