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멀 피플 아르테 오리지널 11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작품을 성장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답답이들의 연애담으로만 치부되는 것이 안타깝다. 사실 둘은 겉으로는 늘 '보통 사람' 인 척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세간의 중심에 있었으나 가족에게조차 방임과 학대를 당해 정서적으로는 세상의 변두리에서 겉돌기만 했던 메리앤은 자기 내면의 중심을 자아가 아닌 타자로만 채우려 했고, 이는 코넬 외 다른 연인과의 자기파괴적 관계를 지속하던 지점에서 절정에 달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코넬은 견고한 자신만의 성을 쌓고 그 속에서 스스로 옥죄며 살고 있는 자신을 타자가 들여다볼까 노심초사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자존심 때문에 메리앤에게조차 자신의 재정적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못했던 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말하자면 메리앤은 자아의 부재가, 코넬은 자의식 과잉이 문제였던 건데, 이런 둘에게 서로는 서로에게 다른 종류의 용기를 주었다. 코넬은 메리앤에게 세상 속으로 스며들 용기를, 메리앤은 코넬에게 세상 밖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어, 둘은 비로소 보통 사람(Normal People)처럼 살 수 있게 되고 그래서 결말이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 마지막 장면을 맞닥뜨렸을 때는 두 사람이 함께하며 행복하길 바랐던지라 이별 장면이 슬퍼서 하염없이 울기만 했었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할수록 이 작품은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달려온 거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연리지처럼 서로를 옭아매면서도 함께 성장해 온 두 사람이 서로의 미래와 안녕을 위해 이별하게 된 셈이었으니.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병이 들지도 몰라" 라고 이야기하는 코넬에게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그건 곧 순간일 뿐이고 일 년 뒤 서로가 어디에 있을지, 무슨 일을 경험하고 있을지 '장담하지 말라' 라는 말을 전하는 메리앤. 그러면서도 코넬의 "네가 없었으면 난 여기에 없었을 거야" 라는 말은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메리앤이 불안하고 힘들 때마다 코넬이 메리앤에게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만큼, 메리앤 또한 코넬이 자신의 알을 깨고 나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서로의 존재로 인해 내면의 안팎을 단단하게 다진 둘은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 셈이었으니까.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명대사스러운 대사를 꼽자면 "We have done so much good for one another." 이나, 둘의 삶을 관통하면서도 앞으로의 희망을 보여주는 대사는 "(코넬) I will go. (메리앤) And I will stay. And we will be okay." 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방황하던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 삶을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상대로부터 독립하여, 서로와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어긋난 길을 걸을지라도, 각자가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서로의 행복과 안녕을 빌어주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던 작품. 원작도 드라마도 다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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