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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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와 관습에 사로잡힌 뉴랜드 아처가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무지와 위선, 인습을 자각하고도 '보통의 삶' 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의 꿈을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채 회한에 사는 이야기. 설계된 무지와 위선으로 이루어진 '순수' 한 세계 속에서 자라고 교육받으며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인 메이 웰랜드와 연을 맺게 되어 감사하던 뉴랜드 아처. 엘렌 올렌스카의 등장은 진실은 말하지도, 생각조차 하지 않고 희미한 암시와 미묘한 뉘앙스로만 이루어진 그의 세계에 정면으로 부딪친다. 이혼 후 다시 완벽한 미국인이 되고 싶은 엘렌 올레스카는 "내가 이미 오래전에 눈뜬장님이 되었던 것들을 보도록 내 눈을 띄워 달라" 는 이야기와 함께 뉴랜드 아처가 자신이 살고 있는 뉴욕이라는 사회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든다. 아주 오랫동안, 세세히, 마음이 불편해질 만큼. 그러는 사이 뉴랜드 아처는 자유롭고 인습에 저항하는 엘렌 올렌스카에게 이끌리게 되고, 동시에 젊은 여성을 산 채로 묻어 버리려 하는 '보통 사람들' 의 위선을 자각해 질식할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는 자신이 속한 사회가 모순투성이에 실체 없는 허구에 불과한 '순수' 로 이루어졌을 뿐이라는 걸 깨닫는다. 뉴랜드 아처는 엘렌 올레스카를 원했지만 자신이 자라온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 의무와 관습을 깰 용기는 없었고, 엘렌 올레스카는 자신의 존재가 뉴랜드 아처와 메이 웰랜드의 결혼생활에 상처로 남길 원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뉴욕 사회가 부여한 의무의 존엄성으로 말미암아 메이 웰랜드와의 결혼을 유지한다. 사랑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엘렌 올렌스카는 그가 살면서 '일상' 을 지키기 위해 버려야만 했던 그 모든 것의 집약체인 환상으로 남게 된다.

 

 

이 작품은 중반부부터 빛을 발하는 작품으로 결말에 이르러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울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한 사람이 자신이 종속된 환경의 인습을 견디지 못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이야기인데 그는 과연 자신의 꿈이자 환상이었던 존재를 <잃었던> 것일까 <버렸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뉴랜드와 엘렌이 서로를 아무리 사랑했다고 한들 헤어져 있었던 생애 절반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그들에겐 현실 속 각자의 삶이 있었고, 그 속에서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은 젊은 날의 추억으로 빛바래질 뿐이었다. 서로의 현실을 지키기 위해,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는 존재로 남게 된 선택이 아이러니하면서도 현실적이었다.

 

발췌

 

[...] 모든 것에 꼬리표가 붙어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아니죠.

 

[...] 여기에 진실이, 현실이, 그에게 속한 삶이 있다.

 

[...] 그가 성장해 온 작은 세계에서 남은 것은 무엇이며, 누구의 기준이 그를 굴복시키고 속박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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