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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나서는 화가 났었다.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강요하는 것 같았고 궁핍함도 없고 비루함도 없는 두 주인공의 삶이 마치 현대문학의 탈을 쓴 하이틴 로맨스처럼 느껴졌다. 뭔가 사랑은 공허하다고 말하는 책을 읽고 싶었다. 결국 아무리 열정적이었던 사랑도 결국은 기억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끔찍히 각인시키는 이 책이 그래서 좋았다.
읽고 나서 프랑스 영화 '파리의 실락원'이 생각났다. 원래 '섹스를 하고 나서 여자는 슬프다'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영화는 이국의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 한 나이든 여성이 뒤늦게 찾아온 열정에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랑을 잃은 후 파멸로 치닫다가 그러한 사랑의 고통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프랑스 파리의 공원과 도로의 차들 사이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며 열정적으로 키스하던 연인의 모습이 이 소설 <단순한 열정>의 주인공과 A의 모습에 오버랩된다. 위태위태해질 수 밖에 없는 사랑의 필연적 라이프사이클!
내가 이 책이 좋은 이유. 용감한 여주인공이 사랑은 기억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또한 우리의 심란했던 여주인공이 그래도 사랑을 툭툭 털고 일어나지는 못했어도 그래도 힘겹게나마 일어나줘서 고마웠다. 상처받으면 좀 어때? 다 사랑이 그런 건데! '무식한 돌진'을 주장하는 결론을 남길 수 밖에 없겠다. 사랑한다면 그냥 단순해져라. 무식하게 돌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