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팍스 1
사라 페니패커 지음, 존 클라센 그림, 김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팍스 (PAX)

글 사라 페니패커, 그림 존 클라센


올해가 가기 전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하고 따끔거리기도 하고 아련해지는 책 한 권을 만났다.

먼저 책을 마주한 난 초등학생 아들에게도 이 책을 건넸다.

아직 아이의 이해도가 낮다 할지라도 생각주머니에 넣어 두면 한 번씩 꺼내어 이 책의 의미를 곱씹어보지 않을까해서 말이다.

다행히 아들은 흥미있게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책표지를 감싸고 있는 존 클라센의 그림이 마음을 쿵~ 내려놓게 했다.

누군가를 아련히 기다리고 있는 여우의 뒷모습에서 그리움과 의아함이 묻어나는 듯 했다.

존 클라센은 그림으로 감정을 참 잘 전달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팍스라는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마주한 길 가에 우두커니 앉아 한 곳을 응시하는 여우의 모습이 아련하다.

그리고 한 구절.

◆ 여기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

책 장을 다 넘긴 뒤에 다시 이 구절을 마주했을 때, 이 말의 참의미를 알게 된 듯 했다.

지금도 크고 작게 일어나고 있는 평화를 깨뜨리는 그 전쟁들...

그 누구에게도 어떤 생명체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그 전쟁들의 파괴력에 대한 경고를 하는 듯 하다.



 

이 이야기는 붉은 여우 팍스와 열 두살 소년 피터의 만남과 헤어짐, 그로 인해 각자가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우굴속에 홀로 남겨진 아기 여우를 발견한 피터는 그 여우를 팍스라고 부르게 된다.

배낭 라벨에서 딴 이름 팍스(PAX). 팍스는 '평화'라는 뜻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쟁때문에 팍스는 홀로 남게 된다.

그것도 자의에 의해서가 아닌...

누군가가 올바른 방향이라 여겨 일으킨 전쟁... 그리고 평화를 깨뜨리는 그 어떠한 행위도 그저 모두에게 생명을 앗아가며 상처만 남길 뿐이다.

팍스가 홀로 버려져 늙은 여우 그레이와 브리스틀, 그리고 약한 어린 런트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상황속에서 팍스는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전쟁 중 간호병으로 살아야했던 볼라에게서도 전쟁이란 건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채 앗아가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거기 인간, 너희가 전부 다 망쳤어"

라는 눈빛을 보였던 볼라 집 근처의 어미 사슴이 그랬듯 말이다.



팍스를 홀로 둔 채 도착한 할아버지 댁.

찌그러진 쿠키 깡통속에서 장난감 병정들과 함께 찾아낸 사진 한 장을 발견한 피터.

할아버지께 아빠와 그의 반려견이었던 듀크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사이"였다는 말을 듣는 순간 피터는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자신의 여우와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낡은 공장 터 근처 숲속 길가에서 팍스를 홀로 둔 채 떠나온 그날부터 팍스는 이미 알고 있었던 그 사실을 피터는 깨닫지 못했었지만 말이다.

잘못되어가는 상황이란 걸 인지했을 때 말하지 못한, 이 후 볼라가 이야기했던 - 부당한 일들을 올바르게 바꾸어 주는 분노를 피터는 아빠에게 표현하지 못했었기에 자신의 탓을 더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팍스를 찾으러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 피터는 계획을 세우고, 팍스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게 된다.

그러던 중 피터는 숲 속에서 다리를 다치게 되고,

그로 인해 숲속 깊은 곳에서 홀로 지내는, 간호병이었던 볼라에게 치료받고 돌봄을 받으면서 볼라를 통해 자신을 알아가게 된다.

전쟁 중에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이게 되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마음의 병을 얻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고 그걸 찾아내려 20년 넘게 숲속에서 은둔 생활을 하는 볼라도

피터, 아니 또 다른 의미의 세상과 마주하며 자신을 용서하고 스스로를 가뒀던 마음을 풀게 된다.

마음 깊숙이 일렁이는 분노를 꾹꾹 눌러 참으며 절대 화난게 아니라 되내이던 피터도 볼라덕에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강인한 마음이 자라난 듯하다.



그렇게 피터가 시간을 보내는 동안 팍스도 변화되어 간다. 아니 여우의 야생본능을 찾아가게 된다.

스스로 먹이를 구하지 않아도 되었던 피터와의 5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만큼

빠른 속도로 야생의 본능을 익히게 된다.

예전 인간들로부터 상처받은 그레이와 인간에게 가족을 잃은 브리스틀과 런트와 지내면서

야생에서의 공존을 배우게 된다.

 

 

팍스가 처음으로 먹이를 잡았던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팍스는 신이 나 통통 뛰어서....'

한참동안 머릿속엔 피터만 존재했던 팍스도 그렇게 점점 야생의 삶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팍스와 피터,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이젠 곁에서 함께 할 수 없다는,

그래도 그건 함께 하는 거라는 걸 느끼고 있던게 아닐까.




볼라를 떠나기 전, 인생의 지혜를 알려달라던 피터에게 네 자신의 진실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며 볼라가 해준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단일성은 늘 이 세상에서 자라고 있어. 둘이지만 둘이 아니야. 늘 거기에 존재해. 뿌리와 뿌리를 연결시켜주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유기적 관계이기 때문에 서로 공존하는 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세지가 아닐까.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꼭 곁에 함께 있으며 돌봐주는 것만이 공존이 아니라는 것.

둘이지만 둘이 아니다...라고 반복되는 말처럼 인간과 동물, 모든 생명체가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서로를 파괴시키고 상처입히는 전쟁이란 단어조차 모르고 살아갈 수 있도록, 공존하는 모든 이들에게 절대적인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인 사라 페니패커가 이야기하고픈 게 아니였을까.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기에

이번 겨울방학은 아이에게 따스함 품을 수 있는

<< 팍스(PAX) >>를 선물해보는건 어떨까


 

 

"아르테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