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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아빠
허정윤 지음, 잠산 그림 / 올리 / 2022년 3월
평점 :
상상력 가득한 인어 이야기
《인어아빠》
글 허정윤 / 그림 잠산
올리
요즘 찡이군과 함께 전래동화와 명작동화를 다시 읽어보고 있어요.
찡이군이 좋아하는 몇 개의 동화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친근해서 자주 보게 되는 「인어 공주」 에요.
그런데 이제껏 우리가 만났었던 인어의 이야기와는 다른,
색다른 인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신간의 문구가 제 마음을 사로잡더군요.
아이와도 함께 읽어도 좋고 오롯하게 어른 혼자 읽어도 흥미로운 이 책을 살짝 펼쳐보려 해요.
올리 출판사에서 허정윤 작가님의 스토리와 잠산 작가님의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는 신간 《인어아빠》 는 '올리 그림책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이랍니다.
그림책 시리즈인만큼 그림에 더욱 눈길이 머무는 책이더군요.
더불어 제가 좋아하는 '잠산 작가님'만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일러스트가 '인어'라는 상상의 대상을 만나서 더욱 시너지가 담겨 있더라고요.
게다가 《인어아빠》 속 일러스트들이 세로로 표현되어 있어서 책 또한 이 느낌을 충분히 표현하기 위해 위로 펼쳐 보도록 만들어졌기에, 찡이군도 색다른 재미로 이 책을 접했답니다.
그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는 인어 이야기인 《인어아빠》 는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까요?
첫 장을 펼치니 아침 해가 떠오르기 시작해 붉은 빛을 띠고 있는 듯 보이는 바다 위를 날고 있는 새 한 마리와
물고기 잡이를 위해 통통통거리며 먼 바다로 향하는 듯한 배 한 척이 보이네요.
붉게 물들어 있는 듯한 바다 위를 지나가는 배가 더욱 부지런해보이고,
수평선에 맞닿은 구름들은 뭉게뭉게 무리지어 느리지만 어디론가 향해 흘러가는 듯하고,
잠수경을 올려 쓰고 날아가는 새는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날개짓을 하는 모습이 한 눈에 담겨요.
찡이군이 이런 첫 장면을 보면서 '펠리컨이야! 근데 펠리컨이 물고기를 먹지 않고 데려가네?' 라고 말하더군요.
자신이 사냥한 물고기는 바로 꿀꺽 삼키는 걸로 전 알고 있던 터라,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않고 부리주머니에 넣은 채로 바삐 날아가는 건 아마도 어린 새끼들을 위한 마음이 전해지도록 그려진 건 아닐까 상상해보게 되더군요.
이렇게 하늘을 주 무대로 살아가는 새가 바다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듯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하는 모습은,
새도 인간도 이들 모두가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 물고기를 잡으려고 바다에 머무르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이들이 향하는 바다에는 이 곳을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삼아 즐거이 살아가는 인어 가족들도 있답니다.
지금부터 물고기를 낚기 위해 바다로 나왔던 어부가 만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어 아빠'의 이야기를 만나 볼 거에요.
바람이 인어처럼 춤을 추고 햇살이 인어처럼 반짝이는 육지로 나가기 딱 좋은 날에,
인어 가족들은 바닷물 밖에서 이 멋진 햇살을 오롯하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나들이를 즐기고 있어요.
커다란 고래가 흔쾌히 자신의 등을 내어주며 햇살을 즐기며 곤한 낮잠을 즐기고,
그 고래 등 위의 인어 가족의 집에서는 조개 껍데기 의자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인어 엄마도 즐거워 보인답니다.
게다가 인어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는 바닷 속 생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로 찡이군은 신 나서 한창 집중했었어요.
이렇게 햇살을 즐기던 인어 아빠와 아기 인어들은 이런 멋진 날에 육지로의 나들이도 빼놓을 수 없었던 모양이에요.
꼬리를 바짝 세우고는 손으로 땅을 짚으며 육지를 걸어 올랐거든요.
그런데 이 모습은 익히 상상하던 육지를 걷는 인어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인간들이 만들어낸 이야기처럼 땅에 닿는 순간 다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어서 잠시 놀랐지만,
'아하! 인어는 꼬리가 있어야 진짜 인어지! 꼬리가 다리처럼 되면 그건 사람이잖아~'라는 찡이군의 말에 왜 이런 생각은 못해봤을까?라는 격한 공감을 하게 되었네요.
그렇기에 땅 위에 꼬리를 내리고 앉아 인어 아빠와 아기 인어들이 태양 빛과 바람과 꽃의 내음을 마음껏 느끼고 있는 장면이 더욱 행복하면서도 여유롭고 편안해보였답니다.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인사를 나눌 때까지 인어 아빠와 아기 인어들은 육지에서의 즐거운 나들이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난 뒤,
다음 장면에서는 등대의 불빛만이 빛나는 어둠이 내려 앉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바닷물 속으로 던져 놓은 배 위의 어부가 보이네요.
그리고 그 아래 바닷속에는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인어 가족이 헤엄치고 있죠.
앞에 드리워진 그물이 보이지 않는지 그물을 향해 헤엄쳐 가고 있는 인어 가족들이 위태로워 보여요.
찡이군은 '앞에 그물이 있어, 조심해!'라고 아기 인어들에게 소리쳤지만, 결국 아기 인어들이 그물에 걸려버렸어요.
그물에 걸린 아기 인어들을 구해내려 인어 아빠는 갖은 노력을 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요.
자신들의 존재를 인간들에게 드러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던 인어 아빠는 아기 인어들을 구하기 위해 그물을 쳐놓은 어부에게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어요.
'내 아이들이 당신의 그물에 걸려 버렸어요. 내 소중한 아이들을 제발 놓아주세요'
이렇게 간절히 애원하는 인어 아빠의 마음이 어부 아저씨에게 닿을 수 있을까요?
인어 아빠를 마주하게 된 어부의 선택은 어땠을지,
인어 아빠와 어부 그들의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 우리의 마음에 자리 잡게 될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인어아빠》 의 책장을 펼치고 한 장 한 장 이야기와 그림을 오롯하게 느껴보세요.
그 속에서 펼쳐지는 가슴 뭉클한 인어 아빠와 어부의 이야기가 아이들은 물론 함께 이 책을 읽는 어른들도 동화 속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주게 될 테니까요.
전 《인어아빠》 그림책을 처음 마주하면서 내용을 보기 전에 앞의 첫 면지와 뒤의 마지막 면지 일러스트를 먼저 접했답니다.
그렇게 마주한 첫 면지에 표현된 뒷 모습의 인어 가족을 통해서는 왠지 모를 슬픔을 느꼈어요.
그런 다음 펼쳐 본 마지막 면지에서는 인어 가족들이 행복하게 미소짓고 있는 표정을 보면서 살짝 당황했었답니다.
저도 모르게 인어는 슬픔을 가진 존재이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웃고 있는 인어 가족의 모습이 한 순간 낯설게 느껴졌던 거죠.
이 두 장면은 《인어아빠》 속 이야기에서는 인어 가족의 표정을 먼저 보여주고 난 뒤,
다음 장에는 인어 가족의 뒷모습을 담아 놓았답니다.
그렇기에 제가 처음과 마지막 면지를 보지 못하고 본문의 삽화를 먼저 만났더라면 제가 가진 선입견도 깨닫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네요.
「인어 공주」 명작 동화를 먼저 만났던 찡이군도 저처럼 느꼈을지 궁금해서 슬쩍 물어봤는데,
찡이군은 그저 '기분 좋은 것 같아~ 부러워!' 라고 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집콕인 날들이 많아진 지금이기에 이렇게 가족이 함께 나들이 가는 게 부럽기만 한 모양이에요. ^^;;
"함께 존재하는 우리의 이웃, 인어 이야기!"
어릴 적 처음 읽었던 바다 위의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버린 인어 공주의 이야기가 너무나 슬퍼서 다시 읽고 싶지 않았었는데,
《인어아빠》 책 속의 이야기는 우리와 아직도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정다운 인어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읽는 동안 행복하게 느껴졌어요.
인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공주'라는 단어만 떠올랐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가족을 품고 지켜내며 일상을 누리고 살아가는 '인어 아빠'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는 동화 덕분에 사유의 환기를 불러오는 기회를 누릴 수 있어 기뻤거든요.
더불어 새롭게 인어라는 존재를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스토리도 즐거웠지만,
선에도 살아있는 감정을 드러내주듯 표현하는데 능한 '잠산 작가님'의 일러스트 덕분에 더욱 흥미로운 인어 이야기를 품을 수 있었답니다.
그렇기에 《인어아빠》 책의 앞 표지에 도드라진 감촉으로 나타나 있는 바다 위 '물방울(!)'들도 즐거움이 퐁퐁 솟아나는 때론 몽글몽글 방울 구름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찡이군이 '이건 구름이야? 물방울이야?'라고 묻길래 찡이군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제가 되물었어요. ^^
사실 《인어아빠》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 물방울처럼 보이는 진짜 정체를 알 수 있답니다.
'인어와 관련이 있다'는 힌트를 슬쩍 덧붙여 볼테니 아이와 함께 무엇일지 상상해 보면서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 올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