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예리한 시각과 탄탄한 짜임새로 원작을 유려하게 풀어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조종상 옮김 / 도서출판소리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소년'이 아닌 '청년'으로, 
새로운 시각을 더하다!!!


《노인과 바다》 

글 어니스트 헤밍웨이 / 역자 조종상

소리출판사





혹시 여러분은 이 작품을 읽어 보셨나요?


바로 『노인과 바다』 라는 너무도 유명한 고전 작품 말이에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쓴 최고의 이야기' 라는 타인의 평가는 물론 헤밍웨이 스스로도 '자신이 쓸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했을 정도였기에, 저도 청소년 시절에 선생님이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며 권해주셔서 읽었었거든요.


하지만 그 때는 제 시각이 조금은 편협했던 것 같아요.

바다 위의 작은 배 안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 드디어 만나게 된 청새치를 잡으려 고군분투하는 노인의 모습이 대부분의 내용이었던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이 추천할 정도로 왜 그리 유명한거지?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렇게 한 번 읽고 덮어두었고 제겐 별다른 감흥 없이 자리잡은 작품이었거든요.





 



하지만 얼마 전 고전 작품을 새로이 번역할 필요도 있다는 이슈를 접했던 중에 듣게 된 신간 소식이 눈길을 끌더군요.

바로 소리출판사에서 다시금 번역이 이루어져 출간된 《노인과 바다》 였어요.


'혹시나 어린 시절의 포용력이 크지 않았던 그 때에 놓치고 흘려보낸 노인의 이야기는 없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금 읽어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기더군요.


마침 고전 읽기를 시작한 콩군에게도 이전의 번역서가 아닌, 새로운 시점의 책을 먼저 보여준다면 이 아이가 느끼는 부분은 이전의 나와는 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전 '오래 전 마음에 담았던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콩군은 '익히 들어 유명하지만 아직은 낯선 존재'로 《노인과 바다》 를 마주해보기로 했답니다.





 



멕시코 만류에서 작은 배를 타며 홀로 낚시를 하는 어부인 '노인 산티아고'는 84일 동안이나 돈이 될 만한 고기를 하나도 낚지 못했죠.


그리고 노인의 배가 돌아오면 배 안에 있던 낚싯줄이나 작살, 돛대 등을 나르며 노인을 돕는 한 '청년 마놀린'이 있어요.


이 '청년'은 위의 84일 중 처음 40일을 노인의 배에 타고 함께 고기잡이를 하다가,

계속 잡히지 않는 고깃배를 타지 말고 다른 배로 옮겨 타서 일을 하라는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지 못해 노인을 떠난 청년이었죠.

그렇게 노인과 함께 배를 탈 수는 없던 청년이었지만 배를 타지 않는 시간은 노인과 함께 했죠.


바다에 나가 매번 빈 손으로 돌아오는 노인을 다른 이들은 비웃더라도, 이 청년은 늘 노인을 진심으로 챙기며 도왔답니다.





 



《노인과 바다》 책을 펼치고 이 청년과 노인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더군요.


빈 손으로 돌아 온 노인에게 맥주 한 잔을 사드리겠다는 청년의 대화 부분에서요.


어릴 때 읽었던 책은 당연히(?!) '청년'이 아닌 '소년' 으로 번역되어 있었기에,
성인이 아닌 어린 소년이 맥주를 사드린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러운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었거든요.


'내가 살고 있는 이 곳보다 좀 더 자유로운 사람들이 아닐까?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요.



그랬었는데 이번 《노인과 바다》 책을 마주하니 '소년'이 아닌 '청년'이라면 좀 더 자연스레 내용이 받아들여진다는 걸 느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종상 번역가의 〈여는 말〉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실존 인물들이 작품내에 등장하니 그로 인해 '소년'의 나이를 유추해보자면 '청년'으로 번역을 함이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저도 동의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기에 《노인과 바다》 의 이야기가 어렸을 적 읽었던 것과는 다른 의미로 더욱 풍부하게 내용이 다가왔어요.


콩군은 처음 마주하는 책이었고 이전에도 다른 번역서로 읽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이야기한 부분을 떠올려 보면서 책을 읽어봤다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정말 '청년'이 아닌 '소년'으로 읽었다면, 콩군 자신도 조금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노인이 필요할 거라 생각되는 많은 것들을 혼자 미리 척척 준비해서 노인이 불편함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 바라는 마음은 여느 소년다운 모습은 아니라면서 말이죠.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지만, 청년의 도움을 받아 다시 홀로 바다로 나간 노인.


85일이 되던 날 드디어 대략 5.5미터에 이르는 '청새치'를 잡게 되요.


하지만 그 청새치의 무게를 감당할 힘이 노인에게는 없었죠.


게다가 누군가 곁에서 도와주는 이 없이 작은 배에서 노인은 홀로 3일 동안 청새치에게 끌려 가게 된답니다.


그러다 드디어 바다 위의 사투 끝에 청새치를 잡는 데 성공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죠.


하지만 노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앉아 포기하지 않는답니다.


매순간 당당하게 자신과 이 행운이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도 지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해 싸워내고 있어요.



이렇게 《노인과 바다》 속에서 노인이 청새치에게 끌려나간 먼 바다 위에서 청새치나 상어들과의 사투 장면이 인상 깊었다 말하는 콩군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바다나 물고기들에 대한 지식을 노인의 독백을 통해 듣는 장면들이 좋았다해요.

그렇기에 많은 시간을 버텨오며 살아온 노인의 이러한 지혜로움을 청년이 배우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면서요.





 



오랜만에 다시 만난 고전 작품인 《노인과 바다》 를 새로운 시선에서 다시 담아보는 시간을 누릴 수 있음에 기분이 좋았어요.


어린 시절에 마주했던 『노인과 바다』 는 제 기억에 바다 위에서 홀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인 노인의 이야기만이 크게 남아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와 다시 읽으니, 노인과 청년의 연결 고리가 되어 준 바다의 이야기를 새롭게 느껴볼 수 있었어요.



고기를 잡지 못하면서도 늘 자신은 요령도 있고 잡는 방법도 알고 있으니 걱정 없다는 노인을 다른 이들은 비웃더라도,

청년은 진심으로 노인을 위하며 사소한 농담도 즐거이 대화로 나누는 모습에서,

서로가 서로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그로 인해 자연스레 빛나는 '나이 차이를 넘어선 노인과 청년의 진정한 멋진 우정'을 제 마음에도 담을 수 있어 좋은 작품이었어요.


이렇게 아무런 대가 없이 서로가 온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우정이 나에게도 있는지, 그 우정의 형태가 일그러지지 않고 언제나 지속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되는 기회이기도 했답니다. 



또한 가난하고 고기도 잡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 되더라도 늘 절망적이지 않았고,

자신은 한없이 외롭고 힘든 슬픔을 지녔음에도 티나지 않게 그 모습을 마음 한 켠에 담아두고는,

곁에 있는 사람과 여유롭게 즐거움을 나눌 줄 아는 노인이 더욱 멋진 어른처럼 느껴지더군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더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대조되는 것 같아서요.


많이 얻었다고 행복하고 많이 가지지 못했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세상의 진리와 다시금 조우한 듯 느껴졌어요.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내는 노인과 바다"



여러분은 고전 작품을 좋아하고 즐겨 읽으시나요?


전 많은 사람들이 많은 시간에 걸쳐 전해지며 읽어 온 고전들은 그에 맞는 이유가 분명 있을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처음 고전들을 접했을 때에는 대부분 청소년기였는데,

그 땐 사실 고전 작품에 담긴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저만의 시간도 쌓여가면서 그 속에서 풍부한 지식들과 경험, 감정들이 가득 차오를 때에 다시 만나는 고전은 느낌이 항상 처음과 같았던 적은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새로움의 의미로, 매번 다르게 다가오기에 '사유의 환기를 담아내는 고전'은 늘 우리 곁에 머무르다 또 다른 세대에게 전해져가는 것 같아요.



원작 속 'boy'라고 쓰여진 탓에 의심한 적 없이 모두가 당연하다 여겼던 기존의 '소년'이라고 한 번역을,

새로운 시각인 '청년'의 입장으로 바라보니 좀 더 삶의 진중한 의미가 더해지는 것 같았답니다.



그렇기에 『노인과 바다』 를 '소년'으로 접했던 이들에게 저도 '청년'이 살아 숨쉬는 《노인과 바다》 를 건네보려 해요.


콩군도 이번 《노인과 바다》 책 덕분에 기존의 안주함을 벗어버린 새로운 시각으로 그 의미를 흡수했기에 더 좋은 기회를 누린 것 같아요.







- 소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