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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계굴의 전설
김정희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6월
평점 :
우리가 놓치고 있던 비극의 진실을 마주하는 역사 동화!
[곡계굴의 전설]
글 김정희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이제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우게 되는 콩군이 요즘 찾아서 즐겨 읽는 책은 역사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아요.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를 바탕으로 엮어진 '역사 동화'로 더욱 오래 기억이 남는다고 하더군요.
역사 동화를 읽으면서 역사적 사실들을 찾아 보면서 비교하고 기억하려 하거든요.
더불어 2020년 올해는 한국전쟁이 70주년이 되는 해였기에 더욱 역사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역사 관련한 책들이 다른 해보다 부쩍 많이 출판되는 듯 해요.
그런데 역사적 사실이라지만 제겐 다소 생소한 일을 바탕으로 쓰여진 동화가 있다는 소식에 찾아 읽게 되었답니다.
여러분들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1월 20일, 미군 전투기 4대가 소이탄을 떨어트린 '단양 곡계굴 사건'을 아시나요?
[곡계굴의 전설] 이라는 책으로 한국전쟁 속 또 다른 아픔이었던 그 날을 전해 들을 수 있을 듯 해서 함께 보려 해요.
외지인들의 방문은 가뭄에 콩 나듯 뜸했던 산골마을인 '느티마을'에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태화산 등성이를 타고 마을로 넘어오는 낯선 피난민들과 인민군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주인공 '진규'는 제천에서 농고에 재학 중에 갑작스레 일어난 전쟁으로 고향인 이 '느티마을'로 되돌아오게 되었죠.
군인으로 전쟁터에 나간 형 '진수' 없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열 두살의 여동생 '분희'와 아홉 살의 남동생 '진배'와 함께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전쟁 중인 터라 인민군도 두렵지만, 전투기가 가까이 날아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보내는 날들에 지쳐가고 있었죠.
이렇게 지내기 두려웠던 마을 사람들과 피난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곡계굴로 숨어 들었어요.
예전부터 전해 들은 전설에는 언젠가 곡계굴에는 피 울음이 울려 퍼진다는 예언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불안해 했었지만, 전쟁 중에 달리 방도가 없었기에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굴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티 나지 않는 곡계굴은 은신처로 삼기에 적당했어요.
형 진수가 아직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았기에 쉽사리 집을 떠날 수 없었던 아버지는 홀로 집에 남기로 하고 진규와 가족들을 곡계굴에 숨어 지내라고 하지만, 홀로 지내게 되는 아버지가 걱정되어 수시로 집과 곡계굴을 오가던 진규와 가족들은 그래도 나름 적응하며 며칠을 보냅니다.
진규가 홀로 집을 지키고 다른 가족들은 곡계굴에 들어간 그 날에, 마을과 곡계굴 앞은 처참한 불길로 휩싸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늘에서 무차별적 총성이 울려 퍼지게 됩니다.
집에 있던 진규가 정신차리고 방공호에서 나왔을 때에는 이미 집도 불길에 휩싸이고 있었어요.
정신없이 가족들을 찾으러 간 곡계굴 앞에서는 크나 큰 화염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망연자실한 진규.
과연 진규는 곡계굴에서 지내던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전쟁이 끝나 형 진수도 가족들 품에 안길 수 있을까요?
그 때에 진규는 마음 편히 하고 싶던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을까요?
한국전쟁 속 역사적 사건을 담고 있는 만큼, 강원도 영월과 충북 단양을 잇는 태화산을 끼고 있는 '느티마을'이라는 실제 지명이 [곡계굴의 전설] 책 속에도 고스란히 쓰이고 있어요.
그래서 이 글이 더욱 생생한 증언과 같이 느껴졌답니다.
콩군이 직접 느티마을과 곡계굴을 검색해보면서 의아해하더라구요.
역사적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기록이나 뉴스 등의 검색 결과를 많이 찾아 볼 수 없다면서 말이죠.
그래도 이렇게 콩군처럼 책으로 이야기를 마주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게 되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역사의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의무!! "
콩군은 [곡계굴의 전설] 을 읽고 난 뒤, 이 이야기가 100퍼센트 거짓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이런 역사적 사실에 힘들어했어요. 더군다나 이제껏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도록 무언의 압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너무 속상하다네요.
게다가 콩군과 함께 검색해서 찾아 본 정보 중 '곡계굴 위령비 건립기'에 쓰여진 문구에서, 그 때 살아남았던 분이 10여 명 남짓이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참혹한 일이 일어났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기에 더욱 가슴이 답답해져왔어요.
이런 비극적인 일들은 역사 속에서 묻혀 사라져 버리면 안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아픈 역사라도 바로 바라보고 이러한 아픔은 다시는 겪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요.
모든 역사의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고 제대로 기억해야 하는 것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 생각되거든요.
[곡계굴의 전설]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책의 처음이 왜 늑대의 시선으로 시작되었는지 이해되더라고요.
마치 늑대의 그 공포와 맞닿아 있는 진규의 슬픔이 동일시 되는 듯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살아 남은 자들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기에, 가느다란 한 줄기의 아련한 희망이라 할지라도 믿고 버텨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비록 생생한 역사의 기록들이 아닌, [곡계굴의 전설] 인 책으로 마주하게 된 진실이기에 그래서 더욱 미안해지는 지금이지만, 곡계굴에서 도란도란 미래를 이야기하며 희망을 품었을 그들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생각하고 기억하며 기록될 수 있도록 함께 알아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