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로렌츠 바그너 지음, 김태옥 옮김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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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각을 마주하다!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글 로렌츠 바그너 

김영사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둘째 아이가 또래 아이들보다 한참이나 늦게 말문의 트였었고, 

그로 인해 오랜 기다림 동안 마음을 졸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내 아이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던 친구의 아이는 

자폐 성향의 경계에 있다는 판정을 받아 언어 치료를 시작했기에 

내 마음이 불안감으로 가득차는 것에 더 힘들었던 시기였으니까.


아이와 함께 발달 검사를 받고 자폐 성향이 아니라 단지 말이 좀 늦을 뿐이라며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음이 홀가분하지만은 않았다.  

검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판단 기준이 

눈을 마주치고 상대와 교감을 나누는지 여부로 가려졌기 때문이다.


정말 자폐라는 것이 단지 그것만으로 판단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었지만,

그로부터 두 달여 만에 아이는 말문이 트였고 그 이후 '자폐'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에서 벗어났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이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를 보는 순간 다시금 커졌고, 

정말 자폐란 무엇인지, 자폐란 장애는 왜 생기는 건지 궁금하고 알고 싶어졌다.


뇌과학자이지만 아이가 자폐라는 것에 처음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는 좌절감을 가졌던 아빠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을 해결해 볼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이었다.



뇌신경의 연구를 하는 뇌과학자 헨리 마크람이 자신의 아이인 카이의 자폐증에 대해 기존의 접근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의 접근을 연구했던 이유는,

카이의 자폐증은 기존의 연구로는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폐증은 타인과 눈 마주치기를 꺼리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다른 이에는 관심이 없는 사회적 존재이지 않음을 나타낸다고 정의하는데,

카이는 사회성도 있고 공감도 있었기에 뇌과학자인 아빠도 아이의 장애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었다.








ADHD와 자폐증을 연구하던 린다를 만난 헨리는 뇌파를 측정해 자폐증이나 아스퍼거 증후군 판정을 내릴 수 있는 파장을 발견하는 '뉴로피드백'에 대해 알게 된 부분에서 내 안의 석연치 않던 무언가도 탁!하고 터져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끊임없이 카이를 바라보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힘들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이 많았을 그 시간동안 쌓였던 상실감들이 린다의 말로 왠지 모르게 치유가 되었을 헨리의 마음이 어렴풋이나마 내게 닿아서였나보다.


하지만 카이의 장애를 바로 마주하고 난 이후에도 답답함은 쌓여가는 헨리였다.

장애를 대하는 사람마다 장애 종류를 다르게 진단한 것처럼 

치료(사실 적응이라 하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의 방법도 제각각이었으니 

또 다른 혼란이 주어진 시간이었을 것이다.








자폐증이 있다는 이유로 여러 학교에서 거절당하기 일쑤였던 카이가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개발했다는 ABA방식으로 가르친다는 이스라엘 학교에서도 결국 적응하지 못한 이유는 

자폐증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든 틀안에 카이를 가두어두려 했다는 점이다.


자폐증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편견을 가지고 있으니

그들을 이해햐려 하기 보다는 그들만의 영역에서 있어주길 바란 것은 아닐까?



세계적인 뇌과학자의 아이가 자폐증을 가지고 있다는 소설같은 실화 속에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건

뇌과학자이지만 자폐증을 가진 자신의 아이 앞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대부분의 부모와 다르지 않았던 모습이 있었고,

그렇게 많은 실패속에서도 뇌과학자로서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뇌와 관련한 연구를 끊이없이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을 뿐이다

조금 더 조용하거나, 조금 더 격렬한 세계에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책에 쓰여 있는 이 구절의 의미를 

책을 읽고 난 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폐란 이런 성향이다라는 단정짓는 결론으로 그들을 바라보기 보다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자폐를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며 예방하고 더욱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와 함께 세상을 마주해야 하는 이들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들과 공감을 해야한다는 것을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한 것 같다. 

마치 그들과 함께 할 한 걸음을 이제 막 뗀 것처럼 여겨지는 이 느낌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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