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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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유희열 추천책!


위로가 되어 줄 라디오 작가 김성원 에세이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에세이

김영사





줄곧 겨울속을 달리고 있는 것만 같은 지금의 시절.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단어가 시린 마음을 더 굳게 닫히도록 하는 것 같다.

길고 길게 이어질 것만 같은 겨울의 끝자락이 꼬리가 길기도 하듯 느껴지는 요즘에는,

마음 한 켠이라도 따스하게 매만져줄 그 무언가가 절실해지기도 한다.


가끔 주전자에서 끓어 오르는 뜨거운 증기들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머뭇거릴 때도 있고,

차갑게 식어 버린 마지막 커피 한 모금에 마음이 얼어붙어버릴 듯한 느낌에 사로 잡히기도 하는 때가 지금인 것 같다는 생각...



난 이럴 때엔 입가에 함박 미소 지을 수 있는 따스한 음성을 마주하려 노력한다.

집 안의 공기가 서늘해질 무렵 내려 앉은 새벽밤 공기의 무거움을 뚫고 나오는 라디오 DJ의 잔잔한 멘트와 그 시간에 어울리는 귓가를 슬쩍 스쳐주는 음악들로 말이다.



즐겨 들었던 라디오인 '라천<유희열의 라디오 천국>'과 '별밤<이적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마음잡이가 되었던 김성원 작가님의 에세이가 그래서 더욱 반가운 이유일거다.




 


'새벽감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유 모를 낯선 포근함을 전해주던 김성원 작가님의 글을 조곤조곤 맞이해본다.

라디오 작가로서 글을, 마음을 내어주던 이가

상담심리 후에 글쓰기가 진정으로 좋아진 그 마음을 담은,

따스한 인사로 건네는 안부 같은 책으로 말이다.






 


긍정적인 생각회로가 늘 작동할 수 있다면~ 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지 모르니 그게 더욱 위험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마음을 딱~ 불러 일으켜 주는 이 문구가 눈에 띄었다.


내가 생각하는 결과값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좌절감을 맛보더라도

그래도 내일을 위해 뭐라도 해야하지 않음은 더욱 좌절속으로 나를 끌어들일지 모르니

한 걸음이라도 내딛자.




대체로 사람들은 필터를 사용해서 현실을 실제보다 더 근사하게 본다.


-  <관계속에서 허덕일 때 中   내일을 위한 시간을 달리자>   77p. -






 


어릴 적 그저 부모님이 늘 켜두었던 라디오 때문에 습관처럼 찾아 들었던 라디오를 한동안 듣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로 너무나 지쳐 몸도 마음도 내가 나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심연의 우울감을 맛보던 기나긴 그 시간들이 계속되던 때였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무엇으로 내 삶을 환기시켜 볼지 고민하던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라디오'였다.


그렇게 다시금 라디오를 찾아내고 청취자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 마음을 더욱 응원하기 위해 한 두 곡씩 붙여지는 음악들을 들으며 정말 스스로도 놀랄만큼 햇살이 내리 쬐는 수면 위로 나를 끌어 올려 놓았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주던 라디오가 언제나 생명력이 강한 건 이러한 이유일테다.


이 이야기에 백 퍼센트 공감한 내가 있었기에.



 

 

인생을 살아가다가 서로에게 치유가 되는 공동체를 만나는 것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  <서서히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中  같은 돌부리에 계속 넘어질 때>  105p. -

 





 


 

저자는 책 읽기를 통해 얻는 네 가지의 혜택들 중, 가장 먼저 더 큰 혼돈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직장 생활을 하며 밤샘 근무를 밥 먹듯 해야 했던 그 때,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옷만 갈아 입으러 집으로 돌아가던 그 시간을 쪼개어 읽던 책이 두둥! 떠올랐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이 책을 읽고 난 후, 정말 말 그대로 '혼돈'으로 머리속은 잠식되고 무엇인가에 경쾌하게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을 한동안 지울 수 없었다.

그 때부터 난 학창시절 읽어야만 했던 청소년 권장도서들에 치여 놓아버린 책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금 기쁜 마음으로 한 가득 안아버렸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내가 읽고 싶은 책과 읽어봐야 할 책의 기준을 하나씩 세워가며 책 읽기에 몰두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책을 읽는 것은 거대한 의문부호와 우주의 혼돈을 가슴에 품는 과정이다.


-  <책과 라디오와 글쓰기 中   책 읽기를 통해 얻는 불분명한 혜택들>   230p.  -







 


김성원 작가님의 에세이, [넘어져도 상처만 남지 않았다]에 담겨진 언어들을 하나씩 골라내어

내 마음 속 다이어리의 빈 공간을 그것들로 채워나가면서 내 추억들까지 한 겹씩 쌓아 올렸다.


요즘 아이가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냐며 채근하듯 물을 때마다,

그냥 무탈하게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었어! 라는 대답을 해주어도 그게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명사형태의 꿈을 내어보여달라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여전히 난 무탈히! 평범하게! 이것이 꿈이다.

내일 단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그걸 이뤄내고 그게 잘 살아낸 하루이며,

켜켜이 쌓아질 내 완벽한 미래이니까.

그 속에서 지쳐 쓰러져 무기력함이 나를 지배할 때에 이렇게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어주고 매만져 주는 단어들의 집합체인 책 한 권으로 다시금 일어난다면 그게 행복이고 즐거움일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위로하는 한 마디가 내게 울림이 없을 때,

공허한 시간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성과 음악으로 버텨보려 하는 때...

이런 시간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김성원 작가의 에세이,

[넘어져도 상처만 남지 않았다]를 안겨주고 싶다.

그저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인 듯 흘려 읽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시간을 누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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