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촉박한데 어떻게 나를 기다려 달라 하겠고, 무슨 심사로 남 가는 것을 시기하겠소? 너 잘 가는 것이 내게도 영광이요, 나는 못 가더라도 너만 무사히 도착되어도 좋다. 허나 너무 달음질 말고 이따금 뒤 좀 돌아보아 주오. 올라가지 못할 곳에는 손목도 좀 끌어 주어야겠소. 다리가 아파 주저앉을 때에 가야만 할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겠소.
믿건대 먼저 밟으시는 언니들이여! 푹푹 디디어 뚜렷이 발자취를 내어 주시오. 좀체름하게 또 눈이 오더라도 그 발자국의 윤곽이나 남아 있도록. 깔려 있는 백설 위로도 만곡 요철이 보이건마는 그 속에 묻혀 있는 탄탄대로는 보이지 않는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