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존 반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책 표지는 독일 베를린의 한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바닷가의 수도사]이다. 책을 가로로 놓고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 보면 파스텔톤 하늘과 대조되어 아주 깊을 것 같은 바닷가의 짙은 청색. 그리고 홀로 바닷가에 서서 지평선을 바라보는 검은 옷의 수도사가 보인다. 책 제목과 책 표지에서는 왠지모를 아련함의 느낌이 풍겨져나와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Jonh Bannville의 작품은 처음이었고 그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전혀 없다. 단지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일컬어지는 노벨문학상과, 공쿠르상, 그리고 부커상 중에서 이 책이 부커상을 수상했다는 글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신들은 떠났다."로 책의 첫 글귀는 시작된다. 첫 문장은 짧고 명료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잠깐이라도 딴 생각을 하면 책의 앞부분으로 다시 돌아와서 정독을 해야 할 만큼 책의 문장과 내용은 간단하지가 않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그 이전의 과거 3가지 시간이 문단의 바꿈없이 동시에 펼쳐지며 수식어가 많이 들어간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그 흐름을 따라가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혹여나 번역자의 문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Amazon에 들어가 이 책의 원제인 : The Sea로 검색을 해 보았는데, 독자들의 평점이 5점 만점에 4점이었고 대부분 John Banville의 수려한 문체와 아름다운 글귀, 그리고 투명하고 담담한 독백에 대한 칭찬을 했다.  번역하면서 느낌이 약간은 왜곡되지만 그 문제가 크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John Banville의 문체를 원저로 느껴보고 싶다.

맥스는 아내 애너가 암으로 1년간 투병을 죽은 후  어린시절을 보냈던 바닷가의 작은 마을 시더스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한다.  그에게 신처럼 보였던 그레이스 가족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과의 이별... 가슴 깊이 뭍어 두었던 그 여름의 바다... 중년이 되어 맞이한 그의 아내 애너와의 이별...

정독을 해서 존 반빌의 문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이 책은 정말 매력적인 책으로 다가온다.  상실감 속에서도 살아 있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존 반빌의 소설은 난해하긴 하지만 힘이 있다.  책을 읽고 바다가 품고 있는 두 가지의 의미인 '포용과 소멸' 에 대해 그리고 이 것과 연결되지 않을 것 같아 보이지만 이 두가지의 의미 속에서 '삶'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가볍게 읽히고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모든것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다가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있을 것 같다. 빛나는 가치는 누구에게나 쉽게 보이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이 책을 여러번 읽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꽂이 한편에 이 책을 다시 꼽아 놓는다. 언제라도 꺼내어 읽으면 책 표지의 푸른 바다는 어서 오라며 나를 맞이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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