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
S.S. 반 다인 지음, 김성종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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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다인의 대표작이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읽었다. 어디에서 본 바로는 역대 추리물 베스트10에 뽑힌다고도 들었다. 그런데 기대가 지나친 것이었는지 실망스러웠던 작품이다. 물론 개인취향과도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나는 리얼리즘을 선호하는 편이고(크로프츠의 '통'을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하드보일드는 오히려 따분하고 클래식한 트릭물을 좋아한다.

마더 구즈 동요에 따라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어색함과 작위성에 닭살이 돋을 지경이다. 어떻게 한 마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죄다 동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이름이 일치할 수가 있을까?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동요가 나오는 대표작인 '쥐덫'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경우 살인의 방법이나 사람 수, 사람들의 관계가 동요와 유사할 뿐이지(이런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동요에 사람 이름까지 끼워맞춰서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는 않는다. 탐정 파이로 번스는 살인이 동요에 맞춰 일어났다며 호들갑을 떠는데, 그렇게 잘 알고 있었으면 다음 희생자가 누구이고 어떤 방법으로 죽게 될지 쉽게 짐작을 할 수 있을텐데도 아무 조취를 취하지 않는다. 그때문인지 연쇄살인이 일어나는데도 긴장감은 덜하다. 정말 허무한 것은 여러개의 사건을 통해 단서를 많이 깔아놓았지만 결국에는 대부분이 쓸모가 없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별다른 증거가 없이 범인을 맞추기 때문에 번스가 잘난체 하면서 풀어놓는 추리 과정에 설득력도 부족하다. 게다가 마지막의 그 위험천만한 행동이란..

스티븐 킹의 작품을 보면 정말 평이하고 간단한 문장만 늘어놓았는데도 오싹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범죄', '무참하고 잔학한..' 이런 표현들을 지겹게 쓰고 있지만 작품 전반에 걸쳐 그 정도로 공포나 기괴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좀 기묘한 분위기랄까. 파이로 번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생동감이 없이 단지 현학적인 말투로 잘난체하는 모습에서 그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려고 하는 듯 해서 불편했다. 물론 그런 캐릭터도 나름대로 매력은 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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