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역사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96
알프레드 바알 지음, 지현 옮김 / 시공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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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는' 스포츠라면 축구 말고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축구팬이다. 모든 취미가 그렇듯이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대로 경기를 즐기다가 어떤 선수와 팀들이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되고, 이런 피상적인 수준에서 갈증을 느끼면서 좀더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관점에서 축구를 이해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2002년 월드컵을 전후로 월드컵과 축구에 대한 책들이 참 많이 쏟아져 나왔던 기억이 난다. 물론 대부분은 히딩크와 국가대표팀의 활약에 대한 찬양 일색이었고, 아쉽게도 축구 자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책이나 자료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스포츠라는 것 자체의 위상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셔널리즘의 표상인 국가대표 축구경기에만 사람들이 관심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축구에 대한 책을 찾아보면 실전교본 내지는 '2002년 월드컵의 영광' 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평소 좋아하는 디스커버리 총서에서 '축구의 역사'라는 제목을 발견하고는 바로 주문해 버렸다. 내용이 어떤지 미리 확인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은 그만큼 축구 이론서에 대한 갈증이 컸기 때문일 거다.

이 책에는 축구의 기원이라 할 만한 공놀이부터 시작해서 1970년대까지의 축구 역사가 수많은 희귀사진/삽화들과 함께 실려 있다. 단순히 월드컵의 연대표나 시대별로 유행했던 팀이나 전술, 스타플레이어를 죽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상당한 조사가 필요했을 축구의 사회적인 측면에 대한 분석을 찾아볼 수 있다. 유벤투스의 유니폼이 원래는 연분홍색이었는데 검정/흰색 줄무늬로 바뀐 이유 같은 뒷얘기들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100페이지 남짓한 디스커버리 총서의 특성상 아주 깊은 수준까지 들어가지는 않지만, 축구에 애정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할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축구도 그 자체로 인류가 만들어낸 하나의 거대한 문화현상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원시적인 공놀이에 불과했던 것이 차츰 개량되고 그것을 주관하는 협회가 만들어지며 세계로 퍼져나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고 그 당시의 경제/사회상이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무려 100년의 역사가 더해진 것이 바로 오늘날의 축구인 것이다. 축구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되는 이런 책들을 더 많이 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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