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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
마르코스 지음, 박정훈 옮김 / 다빈치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이렇게 어려울줄 몰랐다. 우화집이라고 해서 그냥 편한 마음으로 읽으면 되겠다 했는데 웬걸 몇번이나 읽어서 곱씹어야 했던 구절이 내겐 너무 많았다. 이 책은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 시간에만 읽긴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그리고 잠도 잘왔다 ^^;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의 다소 짤막하고 무뚝뚝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대화가 오간다. 담배연기와 함께.. (담배가 떨어졌더라면 우리는 안토니오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 듣지 못했으리라.. 다행히 옥수수잎담배는 마르코스가 피우는 파이프담배보단 구하기가 쉬운 담배였던지..^^)
태초의 세상을 만든 일곱 신과 그들이 만든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 일곱 신과 남녀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고 토론해서 결정해서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고 무엇하나 불공평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다. 아주 단순하고 어찌보면 바보같은 이야기뿐이지만 이 무시무시하게 이기적이고 차별적인..무력과 돈이 최고인 정의가 사라진 지금의 세상을 꼬집지 않는 구석은 한군데도 없다. 지금의 신과 남녀들은 스스로 계속 걷기를 포기하고 환락에 젖어 꿈을 져버렸다. 스스로 노예가 되었으므로 희망이 있을리 만무하다. 이보다 더 이 지구에 담긴 인류의 역사를 함축하는 우화가 있을까 싶다.
내용과는 별개이지만 이 우화집 안에 나오는 최초의 일곱신에 관한 이야기가 순전히 마르코스가 만들어낸 허구인지 아님 멕시코 민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인지 궁금하다. 멕시코 원주민들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전체의 원주민들에게 진정한 해방과 자유과 권리가 주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