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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너무 억지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리얼하다. 폴 오스터의 글을 읽고 난 뒤의 내 개인적인 느낌은 소설이 아주 좋다는 그런 느낌보다는 이 사람 글쓰는 걸 타고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말을 얘기를 잘 만들어 내는 사람 같다는 인상도..^^;; 어쨌든 화자인 주인공의 이름은 반토막도 생각이 안나지만 벤자민 삭스라는 독특한 이름은 책을 읽은지 꽤 됐는데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인 삭스는 글쟁이이고 타인에게 비친 그는 강하고 개성이 확실하고 제대로 비판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강해 보이는 그가 우연히 (하지만 이소설에서는 필연적인..) 살인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 삭스는 자신을 옥죄고 자신을 내팽개친다. 이쯤되면 우연과 아주 작은 계기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에 독자는 화가 나고 억지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가능한 일로 현실로 받아 들인다.
죄값을 달게 받고 싶어하고 살인의 대가로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대는 자기가 죽인 사람의 부인인지라 삭스의 머리는 더욱더 복잡하게만 된다. 결국 그는 사랑으로도 구원을 받지 못하고 마지막 결정을 하게 된다.
겉만 번지르하고 이미 스스로 비판할 줄 모르고 반성할 줄 모르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전국에 흩어져있는 자유의 여신상들을 차례로 폭파한다. 결국에는 그는 폭파 준비를 하는 중에 사고로 죽게 된다. 결국 죽음으로써 그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났고 다행히 진심으로 속죄하던 중에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
삭스가 살인사실을 경찰에 자백하고 차라리 죄값을 교도서에서 치룬다면..? 그렇게되면 이 소설은 이미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작가가 그린 삭스는 교도서에서 평생을 보낸다 하더라도 죄의식을 벗어나기 힘든 영혼의 소유자니까.. 이 어처구니 없는 스토리가 아직도 내 머리에 맴돈다. 소설은 끝이 났는데도 나는 아직 끝을 못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