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 생활의 발견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5
임어당 지음, 김병철 옮김 / 범우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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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고등학생때 알게된 책인데 그 당시에는 제목에 끌려 꼭 한번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학업에 쫓겨서(ㅠㅠ) 읽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밝히기엔 좀 부끄러운데 난 임어당이 여자인줄 알고 살아왔다.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신사임당과 어감이 비슷해서일까? --) 그리고 나는 또 한가지 오해를 하고 있었는데 <생활의 발견>이 읽기 쉬운 수필인줄 알았다. 그런데..한마디로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몇 번이나 책갈피가 며칠씩 한자리에 꽂혀 있었으니까..임어당은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서양의 교육을 오래 받아서 그 시대치고는 상당히 서양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하버드 출신의 엘리트였다. 또 여러 분야에 식견이 풍부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동양과 서양의 생활을 모두 겪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이 많다. 그렇다고 동 서양 사상이 짬뽕(?)되었다기 보다는 동 서양을 중간쯤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동양이건 서양이건 비판할 것은 상당히 날카롭게 비판해 놓은 내용이 중간중간 튀어나온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문화비판서라고 착각하지 마시길.. 굳이 말하자면 인생철학서라고 하면 맞을지.

이 책의 서문에서 린위탕 자신은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심원한 사상가도 아니고 박람다식(博覽多識)도 아니다. 너무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것을 모르게 된다. 나는 로크나 흄이나 버클리를 아직 읽지 못했으며, 대학에서 철학과를 이수한 것도 아니다. 전문이라는 점에 말하자면, 내가 한 학문은 그 방법과 훈련이 다 잘못되어 있다. 나는 철학을 읽지 않고 곧장 인생을 읽은 데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이처럼 린위탕은 철학을 위한 철학 또는 너무나 학문적인 철학을 거부한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배우고 느낀 철학을 - 설사 이미 세계 현인들이 다 표현했던 말일지라도 - 자신이 사색한 철학을 얘기하고 싶어한다. 본문에서 주로 린위탕은 인간에 대해서 그 인간의 사는 삶에 관해서 그 삶의 즐거움에 관해서 쓰고 있다. 깜짝 놀랄만한 논리를 펼 때도 있고 미소지으며 공감하게 되는 부분도 나온다. 읽는 내내 이 사람 참 자유롭고 호탕하군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역서이기 때문에 또 한자표현이 많기 때문에 문체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여러모로 봐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 본다. 조금 어렵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는 사람에겐 권하기가 어렵겠다. 하지만 책을 인용을 좋아하고 현자의 인생철학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다. 시대가 지나서 별 의미가 없는 부분이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넘어가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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